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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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비사업조합 시행 초반의 난관이자, 입찰 공정성 시비로 매년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시공사 선정 총회’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OO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은 2016년 경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공고하고, 소집절차를 이행했다. 특히 위 시공사 선정을 위해 조합은 ‘입찰공고’를 하고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는데, 기존 입찰공고에서는 입찰보증금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가, 입찰을 원하는 시공사들의 건의로 입찰보증금을 이행보증보험증서로도 제출할 수 있도록, 대의원회의 의결로 입찰참가자격 기준을 변경했다.

그런데 위 조합은 변경된 입참참가자격 기준을 따로 공고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현장설명회에 참가한 시공사들 이외에 입찰공고에 대해 별도로 문의하는 시공사도 없었고, 실제 현장설명회에 참가한 시공사들에게는 전부 위 입찰참가자격 기준의 변경을 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이 이를 문제 삼아 “입찰참가자격 기준이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변경된 기준을 다시 공고하지 않은 것은 국토교통부 고시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 개최를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기준’에는, 입찰참가자격기준이 변경된 경우 이를 공고해야 하는지에 관한 규정이 없고, 정관에도 별도의 기준이 없으며, 입찰지침서에 포함돼 있는 규정에는 입찰지침서의 추가 또는 수정사항이 발생할 경우 입찰자에게 서면 또는 FAX로 통지하도록 규정돼 있는바, 조합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시공업체 전부에게 입찰보증금 납부방법이 이행보증보험증서의 제출로도 가능한 것으로 변경됐음을 통지했으므로, 이를 두고 입찰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했다.

법원은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국토교통부고시 제2016-187호) 제3조에 따르면, “이 기준으로 정하지 않은 사항은 정관 등이 정하는 바에 따르며, 정관 등으로 정하지 않은 구체적인 방법 및 절차는 대의원회의 의결(대의원회를 두지 않은 경우 총회의 의결에 의한다. 이하 같다)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참고로 위 시공자 선정기준은, 2018. 2. 9.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이 새롭게 제정되면서 폐지됐으나,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조 제2항에서도 이와 유사한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위 국토교통부 고시에서는 시공사의 입찰참가자격 기준의 변경 후, 다시 입찰공고를 해야 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고, 대개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정관에서도 별도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위 국토교통부 고시 기준에 따라 대의원회에서 입찰참가자격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입찰의 공정성 침해가 있었고, 그 정도가 현저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입찰을 무효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대법원 2006. 6. 19. 선고 2006마117결정 참조)인 바, 본 사안과 관련해서도 이 점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① 입찰보증금의 액수 변경도 아닌, 단순 납부방법의 변경만으로는 입찰의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입찰참여 조건은 입찰이 실제 성립되기 전까지 입찰의 주관자인 조합이 제반 사정을 감안해 보완,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고 이것을 특별히 금지하는 관련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점 ③ 만약 이 사건 입찰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볼 수 있으려면, 기존 입찰공고문에 따라 입찰보증금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해야 된다는 점을 보고 지레 현장설명회도 참가하지 않은 업체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인데, 위 입찰공고문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입찰보증금 납부방안의 변경에 대해 따로 질의한 시공사는 존재하지 않았고, 애초 현장설명회조차 참석하지 않은 시공업체의 입찰 가능성을 다소 차단시켰다는 것만으로 입찰의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입찰보증금의 납부방식 변경 뒤, 단지 입찰공고를 다시 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입찰의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비단 시공사의 선정과 관련한 입찰절차 뿐 아니라, 대부분의 입찰절차에 대해 ‘입찰의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한 경우 입찰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위와 같은 원칙론에 의거해 입찰이 무효가 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입찰의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한 경우란, 누가 보더라도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특정 업체에게만 유리한 입찰이 진행됐다든가, 또는 입찰 업체끼리 담합을 해 공정성을 침해한 경우 등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들이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입찰기준에 잘 맞춰 업무를 진행하기만 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입찰이 무효가 되거나, 입찰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시공사 선정 총회 개최가 금지될 염려는 없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 업무의 중요성에 지나치게 매몰돼 사소한 입찰참가 자격 기준의 변경 때문에 재입찰공고를 하는 등의 불필요한 시간 낭비는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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