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새결 김용목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주)새결 김용목 대표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내의 토지등소유자들이 사업의 시행자가 되어 실시하는 건설시행사업이다. 토지등소유자들이 살고 있는 혹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물건을 현물로 투자하고, 시공자 선정 등 사업의 매 순간마다 다수결로 전체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정비사업은 흔히 다수의 주주를 보유한 주식회사에 비유되기도 한다.

식상한 비유이기는 하나,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참여하고, 투자에 참여해 주주가 된 사람들이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이뤄가는 일련의 방식은 더할 나위 없이 닮아 있다.

그러나, 정비사업은 주주들의 상당수가 동일한 공간에서 짧게는 수년간, 길게는 수십년간 알고지낸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주식회사와 극단적으로 다르다.

상당수의 토지등소유자들은 지역주민들로서 이웃들의 상황과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서로의 신용도, 신뢰도 등을 바탕으로 친하거나 적대적인 관계가 장시간동안 누적돼 자기들끼리의 ‘그룹’이 형성돼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각 그룹별 집단적 의사결정이 산발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즉, 소위 말하는 세력화가 이뤄져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비사업과 같이 복잡 난해하고 서로의 손익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논제가 던져지면 이 ‘세력화된 그룹’은 더욱더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정비사업이라는 사업이 개시된 구역은 정치판이 돼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토지등소유자 혹은 조합원들의 대표격인 ‘추진위원회’나 ‘조합’은 모든 세력들을 아우르려 하지만, 대부분 구역 내 세력 중 일부는 추진위원회 등에 적대적인 성향을 띄게 된다.

한편, ‘정치판’이라는 전제 하에서 언론이라는 것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합리적이고 정당한 목표를 제시해 다수의 의사를 효율적으로 통합해 줄 수 있는 반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도 하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치명적인 수단이다.

정비사업을 ‘정치판’으로 비유하면 각 재건축‧재개발 구역의 소식 등을 전달하는 ‘소식지’나 ‘단체 문자 메시지’는 ‘언론’으로 비유될 수 있다.

각 그룹별로 세력화돼어 있는 토지등소유자들을 통합하기 위해 지자체의 승인을 받은 공신력 있는 단체인 ‘추진위원회’나 ‘조합’에서 ‘소식지’나 ‘단체 문자 메시지’ 등의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비사업에 대해 홍보, 전파하고 의견을 피력하게 된다.

여기에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토지등소유자들은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추진위원회 등에서는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나 변호사 등을 통해 검토된 내용들만 전파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경우는 극히 적다.

문제는, 추진위원회 등에 적대적인 일부 세력에서 자신들의 추측과 추정만을 가지고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소위 ‘찌라시’라는 익명의 지면을 통해 무단살포 전단지의 형태로 이러한 정보를 유통했었지만, 인터넷 정보통신의 발달로 현재는 ‘밴드’나 ‘카카오톡’ 등의 SNS가 ‘찌라시’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서 정비사업 구역 내 혼란은 더 이상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일상생활이나 일반 사회에서 SNS의 폐해는 이미 널리 입증된 바 있고, 정비사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SNS는 그 사용이 매우 간편하면서도 의사전달을 하는데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에 지면을 통한 전단보다 훨씬 빠르게 침투한다.

추진위‧조합 혹은 사업진행에 적대적인 세력들은 이러한 SNS수단을 통해 자신들의 추측과 추정을 ‘카더라 통신’의 형태로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고, 이들의 반복적인 세뇌에 설마 설마 하던 소유자들도 혼란에 빠지게 된다.

특히, SNS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익명성을 비익명성으로 가장하는데 있다.

일례로, 대화명 또는 닉네임을 ‘홍길동’이라고 적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그 사람이 홍길동인줄로 알게 된다.

여기에 소위 ‘업자’라고 하는 자들이 등장하게 되면 상황은 더욱 더 참담하게 돌아간다.

이 ‘업자’들은 일부소유자를 포섭해 해당 소유자의 이름으로 SNS 활동을 펼치고, 전문적인 이야기들로 소유자들을 현혹해 세력을 불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진위원회 등의 집행부나 중립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는 소유자들이 참여해 사실을 밝히려고 시도하면 대화방 내에서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되고, 추진위원회 등이 밝히려고 했던 사실 등은 수백마디의 딴지와 욕설로 도배돼 1분도 안 되는 사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돼 버린다.

추진위원회나 조합은 ‘공인’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폭력사건 등이 벌어지지 않는 한 경찰 등에서는 이들의 허위사실이나 욕설 등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들의 허위사실이나 욕설 등을 고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추진위원회 등에서 이들을 허위사실로 고소한 경우 ‘혐의 없음’이나 ‘증거불충분’의 결론이 나오게 되면, 이들은 역으로 “자신들이 주장한 것이 사실임을 경찰 등에서 입증해 줬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세를 불리는데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SNS를 통해 어느 정도 세력을 갖추게 되면 집회, 시위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하고, 곧 이어 ‘추진위원장, 조합장 해임총회’를 개최하게 된다.

운 좋게, 추진위원회 등이 가까스로 해임총회를 막아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저런 근거 없는 소문들이 누적되고 ‘추진위원장’, ‘조합장’에 대한 불신은 고착화된다. 반복적인 ‘추진위원장, 조합장 해임총회’, ‘추진위원회, 대의원회 정식회의 난입 및 고성’, ‘동의서 징구 방해’, ‘집단적 철회서 제출’ 등으로 계속적으로 정비사업의 진행의 발목을 잡게 된다.

건축사업에서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은 진리처럼 통용된다.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하는 정비사업에서 의사결정 주체인 토지등소유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면 사업진행은 둔화되고 심한 경우 수년 내지 십수년간 제자리에서 표류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렇게 사업진행이 지연된 구역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재비 물가 상승이나 인건비 상승으로 폭등한 사업비 때문에 분담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것은 이미 무수히 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더 이상 소유자들이 ‘SNS’ 등에서 떠도는 거짓정보에 휘둘려 정비사업을 지연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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