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개인의 사익 등 과도하게 침해하면 공권력행사 제한해야”

지난 2016년 10월 17일 청주시 소재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을 매입한 A씨는 건물 매수 직후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해당 지역 구청에서 “건축법을 위반해 무단으로 지어진 이 사건 건축물을 자진철거하라”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청측은 이후 A씨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건축물은 1962년 이전에 건축된 건물로서, 구 건축법(1962년 1월 20일 제정된 것) 부칙<제984호> 제3항의 경과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건축된 것으로 간주돼야 하는 점 ▲설령 이 사건 건축물이 불법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구청이 시정명령 및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하기 전에 권고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으로 다른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점 ▲이 사건 건축물의 종전 소유자는 2012년경 피고에게 이 사건 건축물의 건축물대장 등재를 위한 방법을 문의했는데, 당시 담당자는 구 건축법 시행 후 신축‧증축‧개축된 부분을 철거하면 건축물 대장등재가 가능하다고 안내했고, 이에 종전소유자는 2011년 6월 1962년 이후 추가로 설치한 부분을 철거했으며, 2012년경 직접 담당공무원으로부터 이 사건 건축물이 불법건축물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은 점 등을 지적하고 “이행강제금 부과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는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소송2017구합2894)을 제기했다.

그리고, 사건을 담당한 청주지방법원 행정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는 먼저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관해 여러 이론적 입장이 있으나, 어떤 입장에 의하더라도 국가의 공법상 행위와 관련해 국민의 신뢰 보호가 중요하다는 것만큼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또한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과 공공복리 등의 가치가 상호 충돌하고 대립하는 경우에는 어느 하나의 가치만을 선택해 나머지 가치를 희생시켜서는 안되고, 충돌하는 가치를 모두 최대한 실현시킬 수 있는 규범 조화적 해결방법을 사용함이 바람직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시정명령 또는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함에 있어서 행정청은 위와 같은 규범 조화적 해결의 원칙을 바탕으로,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및 미관을 향상해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익적 가치와 건축물의 소유자가 가지는 재산권 등의 사적인 가치를 비교‧형량해야 하고, 이를 통해 충돌하는 가치가 비례적으로 가장 잘 조화롭게 실현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결과 행정청이 추구하고자 하는 공익적 가치에 비해 개인의 사익이나 신뢰가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만일 어떤 건물이 불법건축물로서 시정명령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관리를 게을리 해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불법을 적발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상당한 기간 동안 관리를 소홀히 해 불법상태를 방치해 온 국가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공권력 행사 제한의 필요성이 있다”며 “특히 이는 불법건축물이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적발되지 않았다는 자체만으로도, 그 건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나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공리(公利)적 해악이 사실상 없거나 미약하다는 것을 시사(示唆)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더욱 그러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시정명령 등의 권한행사 기간을 ‘상당한 기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미관 향상이라는 공익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상당한 기간’과 관련해, 건축법에는 피고가 시정명령 등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 제한 및 그 기간의 범위를 도출할 수 있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유추가 가능한 민법 제245조 제1항(부동산의 점유취득시효 20년), 민법 제162조(채권의 소멸시효 10년, 재산권의 소멸시효 20년), 국가재정법 제96조(국가채권의 소멸시효 5년), 형사소송법 제249조(공소시효) 등의 관련 규정을 참고해 구체적 사안별로 불법의 정도, 경위 등을 고려해 결정하되, 성격상 가장 유사한 국가채권의 소멸시효 5년을 일반적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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