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현 김은미 변호사

법무법인 현 김은미 변호사

∥ 매도청구 소송의 매매대금에서 공제되는 항목

재건축조합의 매도청구 소송은 통상 원고의 소 제기 후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되면 원고인 조합이 법원에 감정을 신청하고 감정인이 법원에 감정서를 제출하면 감정가에 따라 청구취지를 변경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감정평가액 자체가 피고 소유 부동산의 매매대금으로 책정되는데, 이 때 피고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경우, 가압류집행이 된 경우,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는 근저당채무액, 가압류청구금액, 임대차보증금액 등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해 청구취지 변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판례는 다음과 같이 이유를 설시하고 있다.

“매도청구권의 행사로 인한 부동산매매에서 매수인의 시가 상당의 대금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 및 인도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고, 부동산매매계약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은 그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있어 완전한 소유권이전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으면 그 근저당권의 말소등기가 될 때까지 그 등기상의 담보한도금액에 상당한 대금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1029). 또한,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집행이 돼 있는 경우 신의칙 등에 의해 대금지급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고(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6다84874판결 등 참조),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에 관해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어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고 이로써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도 승계하게 되는 경우 그 임대차보증금 상당액에 대해서도 매매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므로, 도시정비법에 의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법원은 해당 부동산의 시가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의 지급과 상환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 및 부동산의 인도를 명해야 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40991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중 근저당권의 경우 원고인 조합이 등기부에 표시된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기준으로 공제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변경을 하면, 소유자인 피고는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실제채무액이 채권최고액에 미달함을 증명한 뒤 실제 채무액 만 공제돼야 한다는 항변을 하게 된다.

과거에는 이와 같은 피고의 항변이 대체로 받아들여졌으나 최근에는 피고의 실채무액 증명에도 불구하고 채권최고액 전부를 공제하는 하급심 판결이 다수 내려지고 있는 추세다.

 

∥ 두 가지 판례의 입장

실제 채무액만을 공제하는 판결의 이유는 “원고는 피고의 매매대금에서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공제돼야 한다고 주장하나, 근저당권의 실제 피담보채무액이 밝혀진 경우 매수인은 채권최고액이 아닌 실제 피담보채무액을 한도로 대금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 뿐이므로, 위 인정범위를 초과하는 원고의 공제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라고 설시하고 있고, 채권최고액 전부를 공제하는 판결의 이유는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은 그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로 인해 완전한 소유권이전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으면 그 근저당권이 말소될 때까지 그 등기상의 담보한도금액에 상당한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데, 피고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경우 피담보채무가 계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고, 위 피고들의 근저당권 피담보채무가 확정됐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현금청산금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의 지급과 상환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 및 부동산의 인도를 명함이 타당하다”고 설시하고 있다.

 

∥ 결어

재미있는 것은 두 판례 모두 민법 제536조 제1항의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근거로 판시를 하고 있으면서도 원고인 조합이 항변권을 근거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매매대금의 한계가 어디인지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만이 달라짐으로써 결론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기초해 조합의 매매대금 지급 거절권을 인정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판례는 매도청구 소송 자체를 형성권적 매매계약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조합과 현금청산대상자의 관계도 일반 매매계약의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와 동일하게 취급한다.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아무런 제한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소유권이전등기 전에 스스로 권리제한등기를 모두 말소해야 한다. 그런데 매도청구소송의 피고는 대부분 원고인 조합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유동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인해 매도청구소송에서 그와 같은 매도인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 채무액과 채권최고액의 차이가 크다면 소송 진행 중에 소유자가 근저당권자와 협의해 실체 채무액을 기준으로 채권최고액을 하향 조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방식의 협조 또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항소, 상고심을 거치는 경우가 많으며 소송이 진행되는 긴 시간 동안 근저당이 확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근저당 피담보채무액이 증감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인데, 사실심 종결 시의 실제 채무액을 공제하는 내용으로 판결이 확정되면 이후 실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할 때가지 채무가 증가하는 경우 조합의 위험은 담보할 수단이 없게 된다.

한편,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공제하는 내용으로 판결을 받을 경우에는 추후 실제로 조합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는 단계에 이르면 실제 채무액을 확인해 채권최고액과 차액이 있으면 소유자와의 관계에서 정산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사업 후반기인 그 시점에서 조합의 자력이 부족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현금청산대상자가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보면 피고의 실제 채무액의 증명과 무관하게 채권최고액 전부를 매매대금에서 공제하는 최근 하급심 판례의 추세는 지극히 타당하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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