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 손실보상금 지급은 건물 명도소송 이전 선이행 또는 동시이행 돼야 하는가?

다수의 재개발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가 되기 직전 또는 동시에 곧바로 건물 명도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구역 내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이전비 등 손실보상을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조합이 많다는 점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에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에도 불구하고 종전 토지 또는 건축물의 사용 및 수익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재개발조합의 명도소송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주거소유자 및 세입자 등은 주거이전비 등 토지보상법이 정한 손실보상에 대해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하면 될 뿐, 이를 민사재판에서 항변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대법원도 “적법하게 시행된 공익사업으로 인해 이주하게 된 주거용 건축물 소유자 등의 주거이전비 보상청구권은 공법상의 권리이고, 따라서 그 보상을 둘러싼 쟁송은 민사소송이 아니라 공법상의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소송에 의해야 하며, 이를 민사소송에서의 항변사유로 주장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3.5.23.선고 2013다11119 판결 참조)”는 점을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하급심 판결에서는, 재개발조합이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에 의해 건물명도를 받기 위해서는 주거이전비, 이사비 보상금 등을 손실보상금 지급이 ‘선이행’ 돼야 한다고 판시했고, 특히 이것을 ‘민사재판’에서도 항변사유로 주장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위 1심판결은 조합 측에서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사실 위 판결은 논리적으로 다툴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위 판시 내용은 최근 각 지역 하급심 재판부의 판시 경향이기도 하다.

따라서 재개발조합은 건물 명도소송을 진행할 때, 관리처분계획의 인가시점 이외에도 주거자들에게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을 전부 지급할 수 있는 시점 또는 공탁이 가능한 시점이 언제인지를 반드시 고려해 소장을 접수해야 신속한 사업 진행을 도모할 수 있다. 의외로 이 점을 간과하는 조합이 많다.

다만, 이는 수용재결신청 이후 수용재결이 전부 완료된 상태에서의 건물 명도소송 진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우리 대법원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행자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에서 정한 손실보상금을 공탁한 경우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에서 말하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을 완료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40097 판결 등 참조).

결론적으로 위 문제는 근본적으로 도시정비법과 토지보상법의 체계적 부정합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애초 토지보상법의 이주대책 관련 규정은 도시정비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규정이라고 볼 수 없고, 도시정비법에서는 단지 손실보상과 관련해 토지보상법의 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자금이 필요한 조합사업에서, 건물명도 대상자에게 지급해야 할 손실보상금은 보통 몇십억원 단위의 자금이 소요되는데, 무조건적으로 이를 ‘선이행’해야지만 건물명도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거주민들의 신속한 이주를 도모하는 도시정비법 상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효과와는 다소 배치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 또는 관련 법령의 신속한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 영업손실보상금의 지급과 관련한 제 문제

영업손실보상금과 관련한 문제는 필자가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다수 자문하면서 문제가 많다고 느낀 점 중 하나다. 특히 상가 조합원의 경우, 실무상 영업손실보상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이 통례이나, 사실 상가 조합원이 영업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 내지 대법원 판결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에서는 주거이전비와 관련해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정비사업에 동의해 분양신청을 함으로써 정비사업에 참여한 ‘토지등소유자’는 자신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정비사업에 제공하는 대신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완공되는 건축물을 분양받고, 종전에 소유하고 있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과 분양받은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경우 이를 청산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서 사업시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토지등소유자에게는 공익사업법에 규정된 주거이전비 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다28394 판결 등 참조).

정리하자면 조합원은 사업시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자산을 정비사업에 투자해 신축될 건물을 분양받게 되는 것인 만큼, 생활상 손실 보전을 위해 인정되는 주거이전비 등 지급 청구권을 별도로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일반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무이자 이주비용 지원 등으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나, 상가 조합원들의 경우 영업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가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다.

또 다른 문제지만, 상가 세입자의 경우에도 권리금이 별도로 인정되지 않아 수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있으며, 필자가 자문하고 있는 재개발조합의 경우 영업특성상(치과 의사) 다른 업종보다 영업지를 이전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니 영업 손실보상을 추가로 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상가 소유주 내지 상가 세입자의 경우에는 ‘일터 또는 생계수단의 박탈’이라는 측면에서 수용 재결 과정에서 더욱 배려돼야 하는 것이 옳다. 다만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이를 보상하지 않는다며 이를 무턱대고 조합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부당하다.

상가소유자 및 세입자에 대한 보상정책은 여전히 해결돼야 할 부분이 많지만, 조합원에게도 영업보상금을 지급할 것인지, 권리금 문제는 토지보상법상 규정이 없으므로 다른 방향에서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인지, 영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정된 휴업 보상 등으로만 일괄해 보상금을 책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관해는 입법적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 명확한 손실보상금 지급 기준의 필요성

재개발조합(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등) 등 토지 등의 부동산을 ‘수용’방식으로 취득해 사업을 진행하는 정비사업조합의 경우 단지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의 절차 진행만으로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기대할 수 없다. ‘수용’이라는 자산취득 방식의 특성상 반드시 ‘손실보상’이라는 절차가 뒤따르기 때문에, 손실보상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않은 채 신속한 사업진행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재개발조합사업 등은 재건축조합사업에 비해 낙후된 지역에서 실시되는 사업인 만큼, 거주민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데, 그에 비해 도시정비법 및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손실보상금과 관련한 기준은 너무나도 불명확하다.

정확한 보상기준도 마련하지 않으면서 조합이 오로지 사업비를 아끼기 위해 손실보상금 등을 지급하지 않는 것처럼 매도할 것이 아니다. 정비사업 시행으로 인해 주거지, 영업지에서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입장과 사업비를 되도록 적게 지출해 조합원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사업시행을 해야 하는 조합의 입장을 고려해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불명확한 기준 때문에 억울하게 손실보상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어야 할 것이고, 모럴해저드(Moral Hazard)에 빠진 일부 현금청산자 및 세입자들이 허술한 규정을 이용해 손실보상금을 부당하게 지급받아 조합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사업비를 지출하게 되는 경우도 없어야 할 것이다. 입법부 또는 사법부가 향후 손실보상금에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하루라도 빨리 정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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