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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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실보상금 지급 시 실무상 처리 기준 미비

주택재개발사업은 주택재건축사업과 달리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시행하는 사업으로, 도시기능을 회복하고 공공복리의 증진을 목적으로 다소 강제적인 방법으로 시행하는 공공사업(헌재 1997. 4. 24. 96헌가3 결정)이고, 본질상 도시의 건전한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이라는 공공성이 크게 강조되는 사업(헌재 1996. 3. 28. 95헌바47 결정)이다.

이에 따라 주택재개발사업은 정비구역 안에서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주택 및 부대ㆍ복리시설을 건설해 공급하거나 환지로 공급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전원은 강제로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63조에서는 재개발사업의 공익사업적 성격을 고려해 재개발사업시행자(조합)의 토지, 물건 등의 수용권한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손실보상(주거이전비, 이주정착금, 이사비, 영업보상, 이하 편의상 ‘손실보상금’이라고만 지칭한다)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다(도시정비법 제65조).

문제는 재개발조합의 성격이 순수 공익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도로, 항만, 신도시 개발 등 각종 개발사업과는 달리 재개발사업은 지역 내 거주민들의 생활·환경적 이익이 강조되는 사업일 뿐만 아니라, 재개발조합 또는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 실현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사업은 조합원들의 자산이 투자되는 사업이고, 최대한 사업비의 지출을 줄여야만 향후 투자자들(조합원들)의 수익 실현이 가능한 사업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정비사업구역 내 현금청산자 또는 세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손실보상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사업비의 증액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재개발조합의 손실보상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사업시행자인 조합(조합원)과 지급대상자들 간 이해상충의 관계가 있다.

반면, 일반 국가가 시행하는 각종 공공사업의 경우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주거지를 이전해야 하거나 영업권을 박탈당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체로 ‘사업의 공익 목적’이라는 정당화 기제 아래 쉽게 무마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책사업과 관련해 진행되는 보상절차에 대해 항의하는 자가 예상보다 많고 하더라도, 국가 입장에서는 단지 관련 예산을 늘려 손실보상금을 증액시키면 그만일 뿐이다.

이와 같이 일반 공익사업과 재개발사업은 성격상 명백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정비법은 손실보상과 관련해 단지 토지보상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이고, 관련한 구체적 규정은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54조 뿐이며, 그나마도 구체적인 손실보상금 지급 기준은 정리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재개발조합 사업시행 성공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건물명도소송에 있어 조합의 손실보상금 지급이 ‘건물명도 전 선이행 내지는 동시이행 돼야 하는지’ 여부도 견해 대립이 있고, 각 손실보상금의 지급 요건, 지급 시기, 청구 대상 등은 개념상으로만 정립돼있을 뿐, 실질적으로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자율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준이 없다.

즉, 재개발조합의 손실보상규정의 입법 미비 또는 기준 미정립 등으로 실무상 혼선이 초래되고 있고, 결국 현금청산자, 세입자들의 민원, 소송 등이 남발돼 조합은 유·무형의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아래에서는 관련해 실무상 많은 문제가 되는 쟁점들을 몇 가지 살펴본다.

 

◇ 주거이전비의 실거주자 판단 기준 미비

대법원은 “(정비사업 시행을 위한)공람공고일부터 해당 건축물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진 때 또는 협의매수 계약 체결일까지 계속해 거주한 건축물 소유자에 해당하지 않는 자는 도시정비법 및 공익사업법상 이주정착금과 주거이전비의 지급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대법원 2015.8.27.선고 2015두41050 판결 등 다수)하고 있다.

실무상 주거이전비, 이주정착금(이사비는 논외) 등의 지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급 요건은, 과연 지급 대상자가 ‘공람공고일부터 해당 건축물에 대한 보상 시점(수용재결일)’까지 실제 계속 거주했는지 여부다.

실제 다툼이 자주 일어나는 부분도 민원인이 정비사업구역 내에서 ‘실제 거주 했는지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경우다.

필자가 진행한 소송도 마찬가지지만,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 청구 소송에서는 주로 ‘거주자가 정비사업구역내에서 실거주했는지 여부’가 치열하게 다투어지며, 원고 측에서는 실거주를 입증하기 위해 전기, 수도, 가스요금 납부 내역이나 인근 마트에서의 생필품 구매내역, 교통카드 사용내역 등을 입증자료로 제출한다.

그러나 전기, 수도, 가스요금 등은 실제 정비사업구역 내에서 거주하지 않고 있더라도 수용재결일까지 명의만 유지해 형식적으로 납부하는 경우가 많고, 정비사업구역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이주한 경우에는 생필품 구매내역과 교통카드 사용내역 등만으로 실거주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일선 조합에서는 건물명도 소송 전 이주 관련 용역업체 등을 고용해 정비구역 내 거주자들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주거이전비 지급을 위한 각종 서류(주민등록등본, 전기세 고지서 등)를 제출받아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자인지 여부를 확인한 뒤, 토지보상법 등 관련 규정에서 정해진 대로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건물명도 소송 대상자 확정을 위한 현황 파악은 건물명도 소송이 건물의 현실점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이라는 점에서 필수적이지만,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 기준 파악을 위한 실거주 여부 파악은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조합에서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계속 거주 여부는 ‘주민등록등초본’을 기준으로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극히 예외적으로만 실제 거주 여부를 달리 볼 수 있도록 법률 또는 조례에 명백히 규정해 불필요한 다툼의 소지를 억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민등록등초본은 거주자가 위장전입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가장 객관적으로 실거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다. 만약 주민등록등초본상의 거주지와 실거주지를 달리 보려면, 조합이든 거주자이든 매우 명확한 근거자료를 준비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과 관련해 주민등록등초본을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결정하는 것은, 조합 입장에서 보나 거주자의 입장에서 보나 비용과 시간을 가장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예외적 인정 기준에 대해서도 조례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법 내지 조합 정관 내지 총회 결의를 통해 정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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