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전국의 정비사업조합에서 총회에 제출한 조합원들의 서면결의서가 유효하냐, 유효하지 않느냐에 관한 문제는 항상 불거져온 부분이고, 또 각 정비사업조합의 문의가 매우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서면결의서가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조합 총회의 의사표시가 ‘서면결의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 극소수의 조합에서 서면결의 제도를 악용해 조합원들이 조합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막고, 결의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서면결의서의 작성·제출을 유도하거나 강권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백, 수천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정하는 총회에서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조합원들이 총회에 참석하지 않고도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서면결의제도의 순기능은 분명하다.

조합 총회에 제출되는 서면결의서의 유효요건을 가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과연 서면결의서가 조합원들의 진의(眞意)를 반영했느냐”는 것이다.

서면결의서에 관련해 서면결의서에 인감도장을 날인했는지 여부, 결의사항에 찬부를 기재했는지, 홍보요원(OS 요원)를 통해 제출한 것이 유효한 것인지 여부 등이 치열하게 다퉈지고 있고, 이와 관련해 하급심 판례는 각 개별적 상황에 따라 서면결의서의 유·무효를 달리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개별적 판단의 기저에는 항상 해당 서면결의서가 ‘조합원들의 진의가 반영된 의결권 행사인지’여부의 판단이 존재한다.

서면결의서제도의 취지 및 그 행사 등에 관한 총론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잘 정리된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

 

(전략)

“서면결의제도 자체가 나름 효용이 있고 또한 현대 사회에 있어서 그 존재가치가 있어 제도의 존속 자체는 불가피한 면이 있으나, 적어도 이러한 서면결의에 의한 결의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러한 서면결의제도가 가지고 있는 폐해와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해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총회에 직접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가 부당하게 이용돼 설령 그 서면결의서 작성이 조합원 자신이 직접 서명·날인한 경우일지라도 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돼 반영됐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서면결의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서면결의서를 제출받는 과정에서도 총회에 직접 참석해 의결한 것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의 절차적 적법성이 보장돼야 하고, 만일 서면결의서의 작성·제출이 부당한 방법으로 유도되거나 강요되는 등 서면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한 조합원들의 의결권이 박탈됐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조합원들의 총회 결의에 관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가 침해된 것으로 보아 서면결의서의 효력을 부인함이 상당하다.”

 

즉,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서면결의제도 나름의 효용을 인정하면서, 다만 ‘서면결의서는 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돼 반영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기준으로 삼아 구체적인 사항의 위법 여부를 판단했다.

서면결의서와 관련한 논의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구체적·개별적으로 다퉈지는 쟁점이 많지만, 필체가 위조됐다고 의심되거나, 홍보요원 등을 통해 조합원을 상대로 ‘찬성’ 결의에 도장을 찍도록 권하는 방법으로 징구 받은 서면결의서가 구체적 상황에 의해 유효가 되기도 하고, 무효가 되기도 한다.

결국 서면결의서의 유효 여부는 서면결의서의 작성, 제출 과정이 과연 조합원들의 진정한 의결권 행사를 보장했느냐 여부로 귀결된다는 점을 각 정비사업조합에서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아직 대법원에서는 서면결의서의 유효요건을 각 사안별로 명확하게 정리한 바 없다. 개별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서면결의서의 효력에 관한 기준을 대법원이 일괄적으로 정비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조합원의 진의를 왜곡하는 서면결의서의 작성, 제출 또는 징구과정이 발각된다면, 정비사업조합이 수개월간을 준비한 총회 결의가 무효가 될 우려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 최근 부산고등법원에서는 “조합의 선거관리규정 상 ‘직접방문제출’로서만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다면, 홍보요원을 통해 전달·접수된 서면결의서는 전부 위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해 무효”라는 취지의 판시를 했다.

서면결의제도의 취지와 위와 같은 하급심 판례의 추세 등으로 미뤄봤을 때, 각 정비사업조합에서는 조합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법부가 요청하고 있는 서면결의서의 최소한의 유효 요건은 적어도 선거관리규정과 조합 정관에서 정하는 서면결의서의 작성, 제출 절차는 지키도록 요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조합에서는 서면결의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정관과 선거관리규정을 정비하는 등 노력을 통해 중요한 총회결의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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