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 즐비한 서울서 만나기 힘든 오아시스 같은 존재

화려함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 중에서도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종로구에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동네가 있다. 지하철 혜화역과 동대문역 사이, 낙산공원 밑에 위치한 ‘이화마을’이 그 주인공이다. 이화마을이 평범하지 않다고 이야기 한 이유는 서울에 위치한 몇 안 되는 벽화마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마을’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을 보니, 이름부터 이미 평범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사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평범한 산동네였던 이화마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06년 ‘Art in City 2006’이라는 큰 이름 아래 ‘공공미술추진위원회’에서 소외된 지역의 시각적 환경을 개선하고자 ‘낙산프로젝트’를 주관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70여명의 작가가 참가해 동네 곳곳에 그림을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했다. 가파른 계단에는 꽃 그림이 피었고, 낙산공원 산책로에는 멋진 조각들이 늘어섰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단순히 지역의 시각적 환경 개선만 한 게 아니라 동네 역사와 주민의 기억을 수집하고 정리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이화마을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산책하기 좋은 골목으로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탈바꿈됐으며, 예능이나 드라마 등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여러 번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이화마을을 걷다 보면 골목 여기저기서 다양한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산동네의 가파른 언덕 탓에 거닐다 보면 다리가 아프고, 다소 힘들기도 하지만 마을의 풍경과 예술을 한 데 담은 그림들에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이화마을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다양한 그림들이 즐비한 관광명소이지만, 주민들에게는 생활의 터전이다. 우리는 그들의 생활 겉면을 엿보는 방문객일 뿐이다. 마을을 찾는 우리가 관광안내문 위에 쓰여 있는 바와 같이 ‘소음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오죽했으면 이화마을의 명물로 꼽혔던 날개벽화가 주민들의 민원으로 마을 골목길에서 사라지고, 마을 외곽으로 옮겨졌겠는가.

 

이화마을은 하루가 다르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고층아파트들이 즐비한 서울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이다. 단지 옛 모습을 갖추고 있어서 정겨운 것이 아니다. 때로는 질식할 것 같은 위압감으로, 때로는 바람과 땅을 잃어버린 삭막함으로 다가오는 ‘아파트공화국’ 속에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정취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도시의 바람직한 재생은 단지 부수고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이화마을이 잘 보여준다. 도시가 잃어버린 꿈, 도시인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이웃들이 존재하는 곳이 이화마을이다. 연인이나 가족과 사진 몇 컷의 추억을 남기고자 이화마을을 ‘관광’하기보다는 느리지만 가치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삶을 만나려는 마음을 가질 때, 이화마을은 어느새 우리의 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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