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 찾으며 호적하게 걷기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화려한 네온사인.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고층건물이 들어서며 발전하고 있는 도시. 그리고, 그 안에서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바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곳. 도시경쟁력 세계 6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현재다.

특히 서울은, 그 매력이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모습에만 국한 돼 있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높은 빌딩이나 초고층 아파트 등으로 대변되는 서울의 화려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색을 발하며 서울의 매력을 배가 시키는 명소가 많다.

‘여기가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골목길을 품고 있는 종로구 부암동(付岩洞)은 서울의 화려함 속에 숨겨진 대표 명소 중 한 곳이다.

 

∥애틋한 사랑에서 시작된 이름, 부암동

몽골의 침략으로 나라가 어수선 했던 고려 후기. 혼례를 치른 다음날 원나라로 끌려간 젊은이가 있었다. 혼례 하루 만에 새신랑과 생이별을 하게 된 새색시는 매일 소복으로 갈아입고 뒷산에 올라 소원을 들어준다는 바위에 돌을 붙이며 기도를 드렸다. 매일 같이 정성으로 기도를 올리는 새색시의 이야기는 왕의 귀까지 흘러들어갔고, 여인의 사정을 들은 왕은 몽골에 수소문해 그의 남편을 찾아오게 해 부부가 상봉하게 됐다고 한다.

여인이 소복을 입고 빌 때에는 바위에 돌을 붙여도 곧 떨어졌으나, 여인이 남편과 상봉한 날에는 돌이 붙어있었다고 전해지면서, 이후 아들을 원하는 여인이나 할머니들이 소원을 빌면서 바위에 돌을 붙여봤다고 한다. 창의문(자하문)에서 부암동으로 가는 길목, 부암동 134번지 길가에 있었던 ‘부침바위’에 얽힌 이야기다.

부침바위는 많은 사람들이 위 바위에 작은 돌을 붙이려 애쓰게 되면서 표면에 오목한 자국이 많아져 붙여진 이름으로, 안타깝게도 도로 확장으로 인해 현재는 찾아볼 수 없게 됐지만, 부암동이라는 동명의 유래가 돼 그 이름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부암동은 조선 초 한성부 북부 의통방(義通坊) 지역이었고 1914년 고양군 은평면 부암리에 속했다가 1936년 경성부 부암정(付岩町)으로 바뀌었으며, 1943년 서대문구에 편입됐다. 이후 지난 1946년 부암동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1975년 종로구에 편입됐다. 인왕산 동쪽 기슭에 위치해 있으며 동쪽의 삼청동, 서쪽의 홍제동ㆍ홍은동, 남쪽의 청운동ㆍ옥인동, 북쪽의 신영동ㆍ평창동과 접해 있다.

한편, 부암동은 본래 무계동(武溪洞), 백석동(白石洞), 부암동(付岩洞), 삼계동(三溪洞) 등의 자연부락으로 이뤄져 있었다.

특히, 무계동은 자하문 밖 서쪽 골짜기에 있었던 마을로 수석(水石)이 맑고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곳으로, 무릉도원(武陵桃源)에 있는 계곡처럼 생겼다 해서 무계동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으며 현재까지도 안평대군이 쓴 「武溪洞」의 각자(刻字)가 남아 있다. 안평대군은 무계동에서 산정(山亭)을 세워 무계정사(武溪精舍)라 이름을 붙이고, 글을 읊고 활을 쏘는 등 심신을 단련했다고 전해진다.

백석동은 부암동 115 및 115-1번지에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기 때문에 붙여졌으며, 백석실(白石室)이라고도 하는데 흰 돌이 많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삼계동은 무계동 아래 부암동 318번지 일대를 말하며, 석파정(石坡亭)의 암벽에 「三溪洞」이라는 3글자가 새겨져 있다. 삼계동에는 조선말 이문대신(里門大臣)으로 알려진 김홍근(金興根)의 별장인 삼계동정자가 있었는데, 후에 흥선대원군이 석파정(石坡亭)으로 고쳐 불렀으며 그 후 세습돼 이희, 이준, 이우의 별장으로 사용되다 한국전쟁 후 천주교 주관의 콜롬비아 고아원에서 사용했었으나 현재는 개인 소유다.

이와 같이 부암동에 속해있었던 부락의 이름만을 봐도 부암동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부암관광문화명소 안내지도

∥여유로움을 품은 동네, 부암동

부암동을 찾아가보려 마음먹었다면 자가용 보다는 대중교통을 추천하고 싶다.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음은 차치하더라도, 부암동을 찾는 이유가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호젓하게 걸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혹은 5호선 광화문역 교보문고 앞에서 버스를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 또는 자하문고개ㆍ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 내리면 부암동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부암동을 만나보자.

버스를 타고 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서 내렸다면 바로 부암동 여행 코스를 안내하는 안내문을 만날 수 있지만, 해당 코스를 따라 걸어보는 것은 물론 발길이 이끄는 데로 걸어보는 것도 좋은 일. 당신이 만약 북악스카이웨이로 산책하는 길을 택했다면, 길의 초입부터 예쁜 벽화와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 등을 만날 수 있다.

카페와 식당이 모여 있는 길 초입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보이는 부암동의 명물 동양방아간. 현대의 서울에서 ‘방앗간’이라는 이름을 붙인 가게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재밌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북악스카이웨이로의 부암동 산책은 사실상 이 동양방아간에서부터 시작된다.

부암동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암동이 관광지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살아 있는’ 동네라는 점에 있다. 더욱이 부암동은 청와대와 가까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개발이 제한돼 더디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덕분(?)에 옛 골목과 성곽길, 녹지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주택들이 그림처럼 남아있다. 다소 불편한 교통에도 불구하고 부암동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뜨는’ 동네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이유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오르기 힘에 부친다면 골목에 있는 정자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산책로 여기저기 보이는 독특한 홍보문구와 카페, 미술관 등도 사람들을 부암동으로 이끄는 또 다른 매력이다. 각종 드라마 촬영지나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를 찾는 것도 부암동을 찾는 재미 중 하나.

 

 

 Tip!!

 

1. 대중교통으로 부암동 가기

3호선 경복궁역 : 3번 출구로 나와 7022, 1020, 7212번버스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 또는 자하문 고개, 윤동주문학관 하차

5호선 광화문역 : 교보빌딩 앞에서 1020, 7212번 버스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 또는 자하문 고개, 윤동주문학관 하차

 

2. 부암동 생태 문화 탐방코스

도롱뇽, 맹꽁이 등 도심속 생태탐방 ‘백사실계곡’

문학기행 ‘별장’, 부암동에서 찾다 : 안평대군, 대원군, 윤웅렬, 이광수 별장

‘찬란한 유산’, ‘커피프린스 1호점’ 등 드라마 촬영지 여행

 

3. 도보코스(사진 - 부암동 코스. jpg)

세검정길(상명대) → ① 이광수 별장 터 → ② 홍지문 및 탕춘대성 → ③ 석파정 별당 → ④ 석파정 → ⑤ 안평대군 이용 집터 및 현진건 집터 → ⑥ 반계 윤웅렬 별장 → ⑦ ‘찬란한 유산’ 촬영지 → ⑧ 윤동주 시인의 언덕(청운공원) → ⑨ 최규식 경무관 동상 및 창의문 → ⑩ 환기미술관 → ⑪ ‘커피프린스 1호점’ 촬영지 → ⑫ 백사실 계곡 → ⑬ 세검정 터 → 세검정길

 

키워드

#N
저작권자 © 도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