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새결 김용목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주)새결 김용목 대표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정비사업이 막 시작되던 시기에는 정비사업에 대한 정보가 매우 귀했다. 행정, 절차, 양식, 체계, 구조에 이르기까지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극소수에게 편중됐고,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들에게까지 정비사업진행에 대한 정보가 전파되지 못했다.

때문에 당시는 정비사업 진행에 관한 정보를 쥔 사람이 정비사업을 움직이는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구역의 지주세력이나 아파트 동대표 회장 등 이미 구역 내에 자신만의 세력을 튼튼하게 확보한 리더들이 정비사업 진행에 관한 정보를 쥔 업체들을 선정해 정비사업을 진행했었고, 이 시절 정비사업구역의 리더인 조합장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빠른 사업추진뿐이었다. 그리고, 최고의 덕목은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었다.

더욱이 당시의 부동산 시장은 계속해서 청신호를 보내고 있었으며, 자본이 집중됨에 따라 자연스레 각종 사건사고는 줄을 이었지만 재건축을 했다하면 조합원 누구나 큰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소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은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경제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했고, 대한민국 또한 경제위기와 부동산가격 폭락으로 ‘제2의 IMF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부동산폭락으로 미분양사태가 줄을 잇자, 정비사업 구조상 사업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사업자금을 대여하고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받아야만 하는 시공자는 막대한 손실을 봤고, 이는 시공자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구역들 중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가 됐고, 이미 시공자가 선정된 구역도 사업비 대여 중단 등으로 본격적인 개발 표류국면으로 진입하게 됐으며, 소위 ‘암흑기’를 맞이하게 된다.

또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비사업 초창기 줄을 이었던 사건 사고들이 파헤쳐져 매스미디어에 보도됐고, 스마트폰의 보급 등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확산과 더불어 정비사업 진행 등에 대한 정보 또한 이전보다 개방돼 각 정비사업 구역에서 소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활동이 가속화 됐다.

지금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비대위가 전파하는 정보는 확증편향된 편파적이고 주관적인 정보들이 다수였으며, 이로 인해 조합원들은 이전보다 더 심각하게 현혹되고 점차 선동돼 가기 시작했다.

당시의 리더들은 이와 같은 비대위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폐쇄적,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했으며, 그 당시 그들에게 요구됐던 덕목은 강인함과 완고함, 그리고 폐쇄적인 태도였다.

이 이시까지의 다수의 정비사업구역 리더들은 사업성을 제고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종의 ‘마키아벨리즘’ 그 언저리쯤이었다.

2008년, 2009년부터 이어졌던 부동산의 몰락은 2014년 7월 17일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 정책인 일명 초이노믹스(CHOI NOMICS)의 출범과 함께 막을 내리게 된다.

이 2014년 말부터 근래까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큰 흔들림 없이 꾸준히 성장했다. 가계부채 폭증과 부동산 버블로 인한 경제위기를 우려한 문재인 정부대에 이르러 각종 부동산 규제와 대출 규제 등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암흑기’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자본은 다시 부동산으로 집중되고 있고, 재건축재개발 구역들도 어느 정도 활발하게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정보통신기술 등으로 무장한 현대의 비대위는 SNS매체를 악용한 악성 비주류 언론을 무방비 상태의 조합원들에게 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정비사업 리더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과 자세는 무엇일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것이 정비사업에 장애가 되고, 어떻게 해야 그 장애를 극복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봐야 한다.

정체돼 있는 정비사업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자명하게도, 가장 큰 걸림돌은 사업성이다. 그러나, 지출은 고정돼 있는 것과 다름없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대부분 사업성의 문제는 신축아파트의 분양성에서 비롯되며 지역적, 정책적, 시기적 사양들이 결부돼 있는 분양성은 조합원들이나 리더인 조합장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업성에 문제가 없는 정비사업 현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현시점에서 정체된 정비사업 현장들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리더와 조합원간의 신뢰문제일 것이다.

앞서 열거했듯, 현 시점에서 리더와 조합원간 신뢰문제는, 정치화된 정비사업 구역에 SNS 등 각종 정보통신기술로 무장한 비대위의 활약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고, 해결하기 어려워 졌다.

현 시대의 리더들은 이전까지의 리더들과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처럼 정비사업 정보가 도처에 널려있고, 왜곡된 정보를 유통·유포하는 비주류 세력들이 왕성한 시기에는 불도저 같은 추진력, 강인함, 완고함, 폐쇄적 태도가 오히려 더 큰 오해와 불신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또한 현 시대의 리더들은 조합원들을 적극적으로 계몽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조합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파하고, 교육하고, 소통했을 때 조합원들이 스스로 비주류 언론의 왜곡된 정보를 차단하고 참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궁극적으로 리더와 조합원간 신뢰가 공고해질 수 있다.

브나로드, ‘민중 속으로’라는 의미의 계몽운동이다. 정비사업구역의 리더들은 이제 올바른 정보를 전파하고, 교육하고, 소통하면서 조합원들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정비사업 구역의 리더들에게 대표적인 계몽군주인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의 말을 올리고 싶다.

‘짐은 국가의 노복(奴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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