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김은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현 김은미 변호사

∥ 총회 안건의 대의원회 사전 심의의 딜레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대의원회의 의결사항과 관련해 제46조 제4항에서 총회 의결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외의 것, 제5항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정관으로 정한 것이라고만 규정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주택재개발 및 주택재건축 표준정관 제25조 제1항 제3호는 ‘총회 부의안건의 사전심의’를 대의원회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정비사업조합이 표준정관을 토대로 정관을 작성하는 실무 상 결국 총회 안건은 대의원회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총회 개최 전에는 대의원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비사업 실무자들의 관념으로 자리 잡혀 있다.

그런데 ①장기간 총회를 개최하지 못하는 동안 다수의 대의원인 조합원이 소유 부동산을 양도하고 구역 밖으로 이주한 경우 ②해임 총회를 통해 집행부 전원이 해임되자 기존 집행부를 지지하던 대의원이 일시에 사임하는 경우 등으로 인해 도시정비법 제46조 제2항 및 정관이 정하는 대의원 정수가 부족해 대의원회의를 개최할 수 없게 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위와 같은 경우에 ①의 사례에서는 임기 만료된 임원을 선출하기 위해 ②의 사례에서는 공백이 발생한 집행부를 새로 구성하기 위해 각각 임원 선출 총회를 조속히 개최해야 하지만 대의원회의 사전 안건 심의라는 절차를 거칠 방법이 없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우선 대의원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궐위된 대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총회를 개최, 대의원을 먼저 선출한 다음, 대의원회의가 구성되면 임원 선임 안건을 대의원회에서 결의해 총회를 2번 개최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은 총회 개최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총회를 소집하고자 하는 조합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선택지이며, 이 경우에도 첫 번째 총회 시에 대의원 선출 안건에 대한 대의원회 사전 심의는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논리적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 정수 미달 상태에서 개최된 대의원회의 효력에 관한 판례 등의 입장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지 않은 조합에서 정수 미달인 상태로 대의원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고려하게 된다.

대의원회 결의는 대부분 표준정관 제26조 제1항에 따라 총회 권한을 대신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적 과반수 출석, 출석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의하게 된다. 그러므로 법정 재적 과반수 정도의 찬성을 얻게 되면 결론적으로 대의원회가 적법하게 개최됐을 어떤 경우의 가결 정족수라도 충족하게 되므로 대의원 정수가 약간 미달되더라도 무방하지 않은가 라는 논지가 이 방안을 시도하는 측의 주된 논리이고 실무 상 빈번하게 받게 되는 자문 사안 중의 하나다.

이 사안에 대해 법제처는 “법정대의원 수에 미달한 대의원회는 도시정비법령에서 정하는 대의원회로서의 권한이 없고, 그렇다면 해당 대의원회가 행한 의결 역시 도시정비법에 따른 대의원회의 의결로서의 효력을 갖지 못하므로, 법정 의결정족수가 충족됐다고 하더라도 의결은 무효라”고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대구고등법원 판례 또한 “법정 대의원 최소 인원에 관한 도시정비법 규정은 강행규정이라 할 것이어서 법정 대의원 수에 미달하는 대의원회에서 이루어진 결의는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반대로 일부 가처분 사건 재판부에서는 “대의원 정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의원회에서 대의원 보궐선임을 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제기된 대의원회 효력정지가처분에서 보궐선임 또는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행위가 중대‧명백해 무효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이와 같은 가처분 사례들은 업무공백 상태의 신속한 해소 등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서 대의원회의 결의의 효력이 결과적으로 무효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대의원 정수 미달에 대한 위법성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대의원 정수가 미달한 상태에서 대의원회를 강행하는 방안은 지극히 신중해야 하며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 마치며

다음으로 자주 고려되는 방안은 민법 제691조를 적용해 사임하거나 해임된 대의원이라 할지라도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후임 대의원 선임 시까지 대의원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하여 기존 구성원으로 대의원회를 개최하는 방안, 대의원회 개최가 불가능함을 인정하고 대의원회의 결의 없이 총회를 방안 등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리한 시도들이 이뤄지는 때는 조합 구성원 사이에 이해의 충돌이 첨예한 시기이고, 결국 대의원회나 총회를 개최하는 측에서는 개최금지 또는 결의효력정지가처분이나 무효확인 소송이 제기될 위험을 감수하고 진행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렇듯 끝없는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 또한 쉽지는 않을지라도, 평소에 법령과 정관에서 정하는 대의원 정수에 넉넉히 여유가 있도록 보궐선임 또는 선임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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