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있다면 건축신고 수리 거부할 수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566㎡ 규모 토지는 당초 한명이 소유했던 토지였다. 하지만, 지난 1975년 3월 ①132㎡ ②136㎡ ③126㎡ ④172㎡로 각각 분할됐고 ①, ②, ④토지는 양도돼 양수인이 각각 건축허가를 받아 단독주택을 건축했다. 또한 ③토지는 ‘사실상 도로’로서 인근 주민들의 통행로로 이용돼 왔다.

그렇다면 이후 ③토지(이하 이사건 토지)를 매수한 사람은 해당 토지에 건물을 신축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토지가 비록 1975년 이전부터 인근 주민들의 통행로로 이용돼왔던 ‘사실상 도로’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1975년 12월 31일 개정된 건축법의 시행일인 1976년 2월 1일 이전에 폭 4m 이상인 도로였다거나 시장‧군수가 그 위치를 지정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토지가 ‘건축법상 도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건물을 신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는 달랐다.

대법원 제2부는 지난 10월 31일 “개정 법률이 전부 개정인 경우에는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원칙적으로 종전 법률의 본문 규정은 물론 부칙 규정도 모두 효력이 소멸되는 것으로 봐야 하므로 종전 법률 부칙의 경과규정도 실효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은 전부 개정된 법률에서 종전 법률 부칙의 경과규정에 대해 계속 적용한다는 별도의 규정을 둔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종전의 경과규정이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고 봐야 할 만한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 이 경우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종전 경과규정의 입법경위‧취지‧전부 개정된 법령의 입법 취지 및 전반적 체계, 종전 경과규정이 실효된다고 볼 경우 법률상 공백상태가 발생하는지 여부, 기타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위 법리를 토대로 건축법의 도로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건축법이 1991년 5월 31일 전부 개정되면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당시 대부분의 도로가 시장‧군수 등의 도로 지정을 받게 됨으로써 경과규정을 존치시킬 필요성이 줄어든 상황을 반영한 것일 뿐, 이미 건축법상의 도로가 된 사실상의 도로를 다시 건축법상의 도로가 아닌 것으로 변경하려고 한 취지는 아니라고 보이는 점 ▲종전 경과규정이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면 같은 규정에 의해 이미 확정적으로 건축법상의 도로가 된 사실상의 도로들에 대해 법률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되고 그 도로의 이해관계인들, 특히 그 도로를 통행로로 이용하는 인근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의 신뢰보호 및 법적 안정성 측면에도 문제가 생기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종전 경과규정은 1991년 5월 31일 전부 개정된 건축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효되지 않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종전 경과규정은 1975년 12월 31일 개정된 건축법이 제2조 제15호를 통해 “도로라 함은 보행 및 자동차통행이 가능한 폭 4m 이상의 도로로서 도시계획법‧도로법‧사도법‧기타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해 신설 또는 변경에 관한 고시가 된 것 또는 건축허가 시 시장‧군수가 그 위치를 지정한 도로 중 하나에 해당하는 도로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부칙 제2항을 통해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의한 도로로서 제2조 제15호의 규정에 적합하지 아니한 것은 동 규정에 불구하고 이를 도로로 본다”라고 명시하고 있는 부분을 말한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가 ‘사실상 도로’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건축법상 도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은 건축법상의 도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면서도 ▲건축허가권자는 건축신고가 건축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관계법령에서 정하는 명시적인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 경우에도 건축을 허용하지 않아야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건축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 있는 점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이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가 아닌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함은 허용되지 않지만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는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해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동대문구청이 항소심에서 추가한 “이 사건 토지에 원고의 건축계획대로 주택을 건축하는 경우 ②토지는 공로로 출입할 수 있는 통행로가 사라져 맹지가 되고 ①토지는 맹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상주차장으로 자동차가 출입할 수 없게 되며 ④토지는 맹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지상 건물의 보조출입문을 출입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사회공동체와 인근 주민들의 이익에 반하므로 원고의 주택 건축은 허용돼서는 안된다. 또 이 사건 처분은 공익에 부합하는 적법한 처분이라고 봐야하고, 원고의 건축신고나 이 사건 행정소송 제기는 권리남용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 사건 처분의 당초 처분사유와 피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추가로 주장한 처분사유는 이 사건 토지상의 사실상 도로의 법적 성질에 관한 평가를 다소 달리하는 것일 뿐 모두 이 사건 토지의 이용현황이 ‘도로’인 만큼 거기에 주택을 신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므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점 ▲이 사건 토지에 건물이 신축됨으로써 인근 주민들의 통행을 막지 않도록 해야 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고, 이러한 공익적 요청이 원고의 재산권 행사보다 훨씬 중요하므로, 피고가 원심에서 추가한 처분사유는 정당해 결과적으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가 추가한 주장을 단순히 소권남용을 주장하는 본안전항변이라고 단정해 이유 없다고 배척했고, 본안에서 추가된 처분사유의 당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기준 및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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