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원회 선정 협력업체 조합 승계 여부 유권해석 논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한 협력업체의 조합 승계 여부를 두고 정비회사와 설계사를 다른 잣대로 판단한 유권해석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서울시에 회신한 정비회사 및 설계자의 조합 승계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이번 회신을 통해 국토교통부는 먼저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 제6조에 따르면, ‘이 운영규정이 정하는 추진위원회 업무범위를 초과하는 업무나 계약, 용역업체의 선정 등은 조합에 승계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는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별표 제5조 제3항에 따르면, ‘추진위원회는 주민총회에서 법 제29조에 따른 방법으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해 제1항 제2호를 제외한 제1항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동 업무범위를 초과해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조합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된 정비회사의 경우 조합에 승계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설계사와 관련해서는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 설계자의 경우 그 업무범위를 동 운영규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설계 업무의 특성상 정비사업 전반에 걸쳐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 설계자의 업무범위를 추진위원회 단계로 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권해석 내용에 따르면, 똑같이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한 협력사임에도 불구하고 승계 여부가 엇갈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국토교통부의 관원 회신이 나오자 서울시의 각 구청에서도 이에 따라 업무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A구청은 관할 내의 한 추진위원회에 보낸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질의회신) 안내 및 관련규정 준수 철저요청’이라는 제하의 공문을 통해 위와 같은 유권해석 내용을 발췌해 밝히고 “각 추진위원회에서는 위 유권해석 내용 및 법제처 법령해석을 참고해 추진위원회의 업무추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은 “업무의 연속성을 따지면 설계사보다 정비회사가 훨씬 더 크다. 추진위원회 단계의 설계란 ‘개략적인 설계개요’에 불과하고, 본 설계는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나 이루어진다. 반면 정비회사는 정비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한다”면서 “국토부의 이번 조치는 추진위 때 선정해서 조합인가 이후에도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해온 정비회사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조합 임원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승민 회장은 또 “정비사업이 원활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의 지원을 늘려야 하는데 정책은 규제를 강화하고 책임은 민간에 떠넘기는 것으로만 흐르고 있다. 실제 정비사업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만 남발하지 말고 이제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현 김래현 파트너변호사도 “국토부에서는 연속성 등을 고려해 ‘설계자의 업무는 추진위에서 행한 설계업무가 조합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으나 업무의 연속성 등을 고려한다면 정비회사의 업무 역시 추진위 단계를 거쳐서 조합설립인가는 물론,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 철거, 착공, 입주, 이전고시까지 업무의 연속성이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국토부 해석은 추진위 단계 주민총회와 조합설립인가 후 조합원 총회는 그 구성원과 정족수가 명확히 다르다는 점 등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설계자만을 명확한 법령 상 근거 없이 정비회사와 달리 취급함으로써 그 논리적 근거마저 부실하게 됐다고 판단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사실 유권해석 자체가 법적인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한 정비회사의 조합 승계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관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중인 상황인 만큼 아직까지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법률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유권해석 및 이에 따른 서울시의 업무처리는 현장에 상당한 미칠 수밖에 없다.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나온 이중적 잣대의 유권해석으로 정비사업 현장은 또 한 번 깊은 시름에 빠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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