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삼현도시정비 김형준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주)삼현도시정비 김형준 대표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이하 정비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문득 지난날을 회상해 봤다. 몸담았던 정비회사를 퇴직하고 홀로 섰던 2012년의 기억은 IMF에 버금가는 최악의 부동산 침체기로 기억된다.

정비사업에 적극적이었던 건설회사나 정비회사들 마저 신규 현장 수주를 중단하고, 관리현장을 어떻게 잘 정리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모습들이었고, 대부분의 조합이나 추진위원회도 건설사들의 대여금 중단 등으로 인한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상주인원 감원 등 자구책을 마련해 근근이 사업을 이어가는 형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모두가 힘들었던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토록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 갔다. 이에 따라 많은 어려움을 겪던 일선의 조합들도 새로운 시공자를 찾았으며, 성공적으로 분양을 하고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모습으로 입주하는 조합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합과 함께 호흡하며 함께 좋은 성과를 이뤄 냈다는 점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자로서 매우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이러한 보람은 정비회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잘 이끌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보람과 사명감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정비사업 환경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비회사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의 시작은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면서 부터다. 법 시행 후 벌써 17년이 지났고, 법 시행 이전에 해오던 소위 ‘컨설팅’ 회사들을 정비회사의 전신으로 본다면 벌써 2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2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우리 정비회사들은 다른 업계의 회사들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의 안타까운 마음은 여기에 있다.

물론 기업의 흥망성쇠는 해당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자와 구성원들의 노력여하로 결정되는 것이기에 어느 누구도 탓할 수는 없겠지만, 정비사업에서 차지하는 정비회사의 비중과 정비회사의 역량이 해당 조합의 사업진행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정비회사들의 안정적인 운영과 성장은 정비사업 전반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정비회사들은 ①사업지연에 따른 회사 고정비용 상승 ②과당경쟁에 따른 용역단가 하락 ③경력직원 타업계(신탁사, 시공사 등)로의 이직에 따른 인력확보의 어려움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용역단가가 낮아지니 회사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회사의 수익성이 나빠지니 우수한 인력 충원 및 유지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결국 사업시행자가 원하는 ‘질 좋은 용역서비스’를 제공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먼저 정비사업에도 참여하는 주변 업계의 사례를 살펴보면, 감정평가법인은 감정평가요율, 법무사 사무소는 법무사보수표, 감리자 등은 기술자 노임단가표 등 공인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용역비를 산정한다. 기간으로 용역을 제공하는 감리자의 경우 사업지연에 따른 용역기간 증가 시 증가된 기간만큼의 용역비용을 별도로 정산 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용역금액을 정하고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용역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 대부분의 협력사들 또한 조합이 필요한 시기에 용역을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관리현장의 숫자에 비례해 반드시 상주인원을 두지 않아도 되므로 고정비용에 대한 부담이 최소한 정비회사 보다는 덜할 것이다.

제도적으로 큰 개선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본연의 업무(정비사업전문관리 용역) 수행만으로도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마련됐으면 하는 것이다. 감정평가용역의 감정평가요율, 법무사 사무소의 법무사보수표, 감리회사의 기술자 노임단가처럼 정비회사의 용역단가도 표준용역단가에 대한 기준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에 관한 등록기준, 역할과 책임, 벌칙 사항 등을 법률로서 정해 관리한다는 것만 봐도 정비회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비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면 이들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돼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정비사업이 투명하고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정책들을 고민하고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많은 지원정책들 중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졌으면 한다.

정비회사에 우수한 인력들이 넘쳐나고 현장에 양질의 서비스가 보다 더 많이 제공된다면 정비사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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