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김미현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현 김미현 변호사

◇ 사실관계

A조합은 사업시행계획상 부대복리시설, 즉 상가를 신축하지 아니하기도 했다. 이 경우 기존 상가 소유 조합원들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줄 수 있는데, A조합은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주기 위한 최소분양단위 규모 추산액 비율을 총회에서 결정하고자 했다.

A조합의 정관은 총회에서 최소분양단위규모 추산액에 곱할 비율을 정하지 아니하는 경우 ‘1’이 되도록 정하고 있었다. 최소분양단위규모 추산액 비율이 1이 되는 경우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상가조합원은 22명, 분양받지 못하는 상가 조합원은 50명이었다.

그러나 최소분양단위규모 추산액 비율이 총회에서 0.2로 정해지는 경우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상가 조합원은 65명, 분양받지 못하는 상가 조합원은 7명이었기 때문에 분양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또한 추산액 비율을 0.2로 하는 경우에는 추정 사업비가 추산액 비율 1로 하는 경우보다 줄어들 예정이었다.

A조합의 총회에서 상가조합원의 분양권 지급 비율을 1호 안건으로 하고, 최소분양단위규모 추산액 비율 0.2로 할 것인지 투표했으나 조합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이에 A 조합은 최소분양단위 규모 추산액 비율 1을 기준으로 상가 조합원에게 분양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하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관할청의 인가를 받았다.

위와 같은 관리처분계획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받지 못하게 된 상가조합원들이 관리처분계획 취소소송을 제기해 1심 법원은 일부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하는 판결을 했으나, 상가 조합원들은 불복하고 항소했다. 지난 칼럼에서 1심 법원의 판단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했으므로 항소심의 판단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관련 규정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02. 0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 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20조는 조합원의 자격에 관한 정관 변경시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0조 제3항).

 

◇ 1심 판결의 요약(서울행정법원 2018. 12. 14. 선고 2018구합67473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에서 최소분양단위 추산액 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가 조합원들은 현금청산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어서 해당 안건의 가결 여부는 ‘조합원의 자격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는 있으나 조합원의 상실이 예상되는 조합원들에게 조합원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는 경우 조합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도시정비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과반수 동의만으로 족하다고 봤다. 따라서 최소분양단위 규모 추산액 비율 0.2를 기준으로 하는 안건은 가결이 된 것이므로 위 비율 1을 기준으로 하는 안을 적용한 관리처분계획 중 최소분양단위 규모를 정한 부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 항소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19. 10. 2. 선고 2019누32285 판결)

항소심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A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나 그 이유를 달리하면서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 전체를 취소했다. 항소심은 1호 안건이 가결이 됐는지 여부에 관해, 1심이 1호 안건이 과반수 찬성만으로 결의가 됐다고 본 것과는 정반대로 1호 안건은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부결됐다고 판단했다.

재건축조합에서 조합원의 자격에 관한 사항은 재건축조합의 본질에 직결되는 것으로서, 이것의 변경은 재건축 결의 당시의 법적·사실적 상태 뿐 아니라, 재건축사업의 범위, 사업비의 규모 등의 변경을 의미하므로, 조합 정관에 조합원의 자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변경에 엄격한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고 하고, 당초 조합 정관에서는 추산액 비율을 1로 정하고 있었으므로 1에서 변동이 될 것인지 그 비율이 얼마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려웠으므로, 1호 안건 표결을 통해 조합원의 자격, 구성, 그 인원수 등 조합의 본질적 사항에 변경이 있게 되고, 특히 조합원 부담금도 덩달아 증가하므로 나머지 다른 조합원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조합원의 2/3이상의 동의를 갖추어야 할 것이므로, 부결됐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A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관리처분계획 총회에서의 결의 과정에서 하자가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합이 총회 소집을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소집 통지시 밝힌 회의의 목적 사항, 각 의안과 각 의안의 심의·표결 방식과 순서를 변경할 수 없고, 의사 진행 도중 수정 동의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의에서 제안 설명한 의안과 각 의안의 심의·표결 방식대로 의사 진행이 이뤄져야 한다. A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1호 안건의 심의·표결을 우선 마친 다음, 그 안건의 표결 결과를 전제로 나머지 안건의 심의·표결을 진행한다는 취지로 총회 소집을 통지했다. 1호 안건은 조합원 자격 득실에 관한 사항이고 다른 조합원들에게 중대한 이해 관계가 변경되는 사안이므로 1호 안건의 조합원 의사의 확정 여부는 나머지 안건의 심의·표결에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A조합 조합장은 총회 당시 1호 안건이 가결됐다고 선포하고 이후 안건을 심의·표결해 결과 발표를 했다가, 최종 집계 후 1호 안건과 관련해 가결 선포를 정정하고 부결했다고 재차 발표를 했다.

항소심은 이와 같은 개표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했다고 봤다. 즉, A조합은 1호 안건 가결을 전제로 3호 안건을 가결한 것인데 1호 안건은 이미 가결 선포 됐으므로 1호 안건에 대한 표결 절차는 실질적으로 종료돼 그대로 확정된 것이고, 이로써 추산액 비율을 0.2로 하는 것을 전제로 3호 안건이 가결이 됐다는 것이다. 이후 의장이 1호 안건이 부결됐다고 정정 선언을 하고, 당시 이의하는 조합원이 총회 현장에 없었다는 사유만으로는 1호 안건 가결을 전제로 형성된 나머지 안건에 대한 총의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또한, 취소의 범위에 대해서도 추산액 비율 부분만이 아니라 3호 안건의 심의·표결은 추산액 비율 부분 외에 토지의 이용 및 건축시설 계획, 분양주택의 조합원에 대한 평형 배정기준 등에 대해서도 의사결정을 한 것이므로 관리처분계획 전부를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 결론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재건축조합 총회에서 요구되는 정족수 및 결의 절차에 대해 엄격한 판단은 한 것으로 보인다. 1심 법원의 경우 조합원 자격이 상실될 가능성 있는 상가 조합원의 보호를 위해 과반수의 찬성만으로 족하다고 판단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조합원 자격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는 상가 조합원 외의 다른 조합원들이 재건축 결의 당시 조합원의 수, 자격, 구성, 부담금 등의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 입게 될 경제적 손해 여부를 고려해 조합원 자격 득실 변경에 관해 엄격하게 2/3이상의 찬성을 요한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처분계획 전체를 취소하게 된 것은 조합 총회에서 소집 통지 내용 및 결의 과정에서도 엄격한 절차에 의해야 하고, 다수결에 의한 단체의 총의는 절차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므로, 1호 안건이 가결됐음을 전제로 3호 안건이 심의·표결하고도 1호 안건 부결 결과를 전제로 한 관리처분계획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다수결의 원칙과 절차를 되짚어 총회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의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의의가 있고, 소집 통지된 것과 달리 의안을 수정하고 심의·표결을 진행하는 경우에 특히 주의할 부분이라 하겠다. 다만, 조합원 자격에 관한 사항으로서 2/3 이상의 특별 정족수를 요구하는 것은, 조합원 자격 박탈 등 불이익한 상황에서 조합원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도시정비법의 규정의 취지에 반한다고 보인다. 또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 있는 조합원 외의 다른 조합원들은 부담금이 다소 늘어날 뿐 조합원 자격이 상실되는 것도 아니고 당초 조합 정관에서는 ‘총회에서 정하는 비율(정하지 아니한 경우 1로 한다)’이라고 규정하고 있었던 바, 총회의 일반 정족수로도 충분하다고도 볼 여지도 있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결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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