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김진성 편집국장

▲ 옛날 옛적 아주 먼 옛날, 신은 동물들에게 1월 1일 아침에 자신의 집으로 온 순서대로 12마리의 동물을 뽑아 상을 주겠노라고 말했다.

이에 달리기 경주에 자신이 없었던 소는 자신의 느린 발걸음을 감안, 전날 밤에 미리 길을 떠났다. 그런데 이때 소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으니, 바로 눈치 빠른 쥐가 소 위로 잽싸게 올라탔던 것이다.

그리하여 소가 신의 집에 도착한 순간, 쥐가 소 앞으로 뛰어내려 1등이 됐고, 우직한 소가 2등, 천리를 쉬지 않고 달렸던 호랑이가 3등, 달리기는 빨랐지만 도중에 낮잠을 자는 바람에 늦은 토끼가 4등, 그 뒤를 이어 용, 뱀,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의 차례로 도착했다고 한다.

이야기는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누구나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12간지에 얽힌 이야기다.

 

▲ 2019년이 가고 2020년, 경자년(更子年) 새해가 밝았다. 경자년은 하늘의 기운을 의미하는 10가지 천간(天干) 중 7번째 천간 ‘경(庚)’과 땅의 기운을 의미하는 12가지 지지(地支) 중 첫 번째 지지 ‘자(子)’가 만나 이뤄진 해다.

천간의 10가지는 각각의 색이 있는데 ‘경’은 백색을 의미하고, 12가지의 지지는 각각의 동물을 나타내고 있는데 ‘자’는 쥐를 의미한다. 그래서 경자년은 ‘흰 쥐의 해’로 불린다.

 

▲ 같은 맥락에서 ‘황금돼지의 해’였던 2019년 기해년은 부동산 시장에 참 가혹했던 한 해였다. 지난 2017년 6.19 대책을 시작으로 같은 해 8.2 대책, 10.24대책, 2018년 9.13 대책 등으로 이어진 고강도 부동산 규제 기조가 지난해에도 계속 됐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대책 속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임대주택 의무비율 확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 정비사업을 옥죄는 정책들도 포함돼 정비사업 시장 역시 한파가 계속됐었다.

 

▲ 이렇듯 각종 부동산 정책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옭아매기 위한 족쇄가 포함되는 이유는 ‘정비사업은 적폐’라는 인식에서 기인하고 있는듯 하다. 부동산 관련 정책 발표시 언제나 문제로 지적되는 높은 ‘강남 집값’의 주범으로 재건축사업이 지목된 데다가 간간히 정비사업과 관련된 각종 비리 등에 대한 소식도 전해지고 있으니 타깃이 되는 것을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정비사업의 어두운 측면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노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비사업의 긍정적인 측면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규제 정책만 계속해서 나올 뿐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토지등소유자들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탓이다.

 

▲ 안타깝게도 경자년을 맞이한 올해도 사정을 별로 다를 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7일 발표한 올해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하며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힌 바 있고, 1월 14일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며 이러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 역시 1월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부동산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투기수요 근절, 맞춤형 대책, 실수요자 보호라는 3대 원칙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사실, 언뜻 생각나는 쥐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병을 옮기고, 곡식을 축내며 책이나 가구 등 세간을 갉아먹는 등 사람들에게 입힌 피해가 큰 탓이리라. 특히,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페스트균이 옮겨져 발생하는 흑사병은 인류에게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인지 쥐는 간신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옛날이야기에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요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쥐의 영민함 등을 보여주는 이야기들도 많다. 삼국사기에는 “치악현에서 쥐 8000마리가 평양 방향으로 이동했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서 쥐를 불길한 현상을 암시하는 동물로 묘사하는 기록이 있고, 삼국유사에도 비처왕(소지왕)을 돕는 쥐의 모습이 나온다.

또한 쥐는 임신기간이 20여일 정도로 짧은데다가 1년에 6~7번 출산하고, 한번에 5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아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기도 하며, 그 부지런함과 준비성으로 인해 “쥐띠는 굶어죽지는 않는다”라는 말도 전해진다. 게다가 신약개발에 필수 과정 중 하나가 바로 쥐 실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쥐는 스스로를 희생해 우리의 삶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경자년(更子年)’이 의미하는 ‘흰 쥐’는 다른 쥐보다 지혜롭고, 생존 적응력이 뛰어나 쥐들의 우두머리로 꼽힌다고 한다. 흰 쥐가 갖고 있는 지혜가 올 한해 정비사업 각 구역 곳곳에 전해져 조금 더 풍요로운 한 해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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