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해제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치마련돼야

정비사업 일몰제 적용 유예기간이 한달여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일몰제 적용대상 추진위원회들이 정비구역 해제를 피하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그런데, 이와 함께 최근 자주 들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이미 구역이 직권해제 됐던 정비사업장들이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실, 정비사업을 추진하다가 구역이 해제된 사업장들을 살펴보면, 구역해제를 아쉬워하는 주민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비사업 진행이 여의치 않고, 분담금도 걱정돼 정비구역 해제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는데, 막상 정비사업이 중단되고 나니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 탓이다. 난개발이나 집값하락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관련법 등은 구역해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일부 구역들의 경우 많은 주민들이 정비사업 진행에 뜻을 모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역해제를 위한 동의서 징구와 관련한 분쟁이 일어나 사업 정체로 이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설사 분쟁이 마무리 되어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업은 일정기간 정체됐었고, 결국 사업정체로 인한 피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만큼 문제가 크다.

물론, 주민들 대다수가 정비사업 진행을 반대할 경우 정비사업을 재검토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구역해제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히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도시정비협회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구역해제와 관련한 법조항부터 손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도시정비협회가 TF팀 회의 등을 통해 마련한 구역해제 관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살펴보자.

 

∥ 모든 사업방식 직권해제 동의, 법정동의서로 규정해야

도시정비법은 제21조(정비구역 등의 직권해제) 제1항을 통해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토지등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제1호) ▲정비구역 등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제2호) ▲토지등소유자의 100분의 30 이상이 정비구역 등(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아니한 구역으로 한정한다)의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제3호) ▲제23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방법으로 시행 중인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정비구역이 지정ㆍ고시된 날부터 10년 이상 경과하고,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가 정비구역의 해제에 동의하는 경우(제4호) ▲추진위원회 구성 또는 조합 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2분의 1 이상 3분의 2 이하의 범위에서 시ㆍ도 조례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동의로 정비구역의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아니한 경우로 한정한다) (제5호)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거나 조합이 설립된 정비구역에서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로 정비구역의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아니한 경우로 한정한다) (제6호)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 등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은 시ㆍ도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을 통해 “제1항에 따른 정비구역 등의 해제의 절차는 도시정비법 제20조 제3항부터 제5항까지 및 제7항을 준용(도시정비법 제21조 제2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36조(토지등소유자의 동의방법 등)에서는 “제21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정비구역의 해제에 동의하는 경우 서면동의서에 토지등소유자가 성명을 적고 지장(指章)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하며, 주민등록증, 여권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의 사본을 첨부해야 한다(제1항 제2호)”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위 도시정비법 제21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직권해제 사유 중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구역해제만 법정 동의서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정비사업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은 제외시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역해제로 갈등이 빚어지는 현장의 대부분에서 ‘구역해제 동의서’의 유․무효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도시정비협회는 “도시정비법 제36조 제1항 제2호를 ‘제21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에 따라 정비구역의 해제에 동의하는 경우’로 개정한다면 정비구역 해제 동의의 동의자 수 산정방식은 물론, 동의철회 시기 또한 도시정비법 제36조 제4항에 따라 동법 시행령 제33조의 적용을 받게 돼 명확해진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도시정비법 제36조 제4항은 “제1항, 제2항 및 제12조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자 수 산정 방법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동법 시행령 제33조(토지등소유자의 동의자 수 산정 방법 등) 제2항 제1호는 “동의의 철회 또는 반대의사의 표시는 해당 동의에 따른 인ㆍ허가 등을 신청하기 전까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구역해제에도 검인제도 도입 필요

한편, 도시정비법이 제36조 제3항을 통해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서면동의서를 작성하는 경우 제31조 제1항 및 제35조 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때에는 시장ㆍ군수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검인(檢印)한 서면동의서를 사용해야 하며, 검인을 받지 아니한 서면동의서는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도시정비협회는 “검인제도는 추진위원회 설립과 조합설립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등소유자 동의서의 진정성을 확보하고자 도입된 것이다. 정비구역 해제 또한 정비사업의 가장 중요하고 기초되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와 관련되는 것인 만큼 그 중요성이 추진위원회 설립 및 조합 설립의 중요성 보다 결코 적지 않다”며 “특히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사례를 살펴보면, 정비구역 해제 동의서를 징구하는 대표자가 명확하지 않아 정비구역 해제 동의서를 OS 등에게 제출한 후 이를 철회하고자 하는 토지등소유자가 누구에게 철회서를 제출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고,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에 철회서를 제출할 경우 동의의 상대방이 아니라는 점에서 철회의 법적 효력에 관한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검인제도를 도입해 구청이 정비구역 해제를 신청하고자 하는 검인신청자의 인적 정보를 확인하고, 동의서를 철회하고자 하는 토지등소유자의 철회권 행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난개발이나 슬럼화 등 구역해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일몰제 도입 초기부터 우려됐던 매몰비용 문제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이는 비단 구역해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토지등소유자뿐만 아니라 정비사업 현장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드는 법‧정책 및 제도수립권자 또한 명심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토지등소유자들이 정비구역 해제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물론, 많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법개정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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