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총회서 정한 한도 넘지 않는 계약, 사전결의 거친 유효한 계약”

재개발 조합총회에서 이사회 및 대의원회 심의를 거쳐 지급하기로 의결된 용역비 증액의 건이 이후 대의원회에서 부결됐다고 하더라도, 총회 결의에 따라 맺은 용역비 증액 변경계약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는 최근 A감리회사가 서울 성동구 소재 B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청구 소송(2018다299211)에서 위와 같은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의 개요

B조합은 지난 2013년 9월 A사와 계약기간을 2016년 9월 9일까지로 하는 재개발사업 공사 감리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A사는 2016년 2월 경 B조합에게 ▲입찰공고된 공사비에 매입부가세가 누락됐고 ▲ 설계변경에 따라 공사비가 증액됐으며 ▲기반시설 공사비 및 지하철환기구 이설공사비가 추가로 발생했다는 이유로 총 11억8433만원의 감리비 증액을 요청했다.

이에 B조합은 2016년 11월 12일 조합원 정기총회를 개최해 “감리단인 A사가 추가 감리비 증액을 요청하는바 ‘실제 정산시에는 이사회 및 대의원회에서 각 항목별로 정밀 심의를 거쳐 꼭 지급해야만 하는 금액만 지급할 예정이니’ 준공을 위해 조합원의 승인의결을 받고자 한다. A사 요청 감리비 증액 내역은 총 11억8433만원”이라는 제안사유를 달아 A사의 감리비 증액 요청에 대한 결의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 조합원들에게 의결 받았다.

이후 B조합은 2016년 11월 16일 A사와 감리 용역대금을 11억8433만원 증액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이하 이 사건 변경계약)을 체결했고, 동년 11월 24일 시공사업단에게 “이 사건 변경계약에 따른 용역비 증액분을 A사에게 지급할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B조합은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 직후 이사회를 개최해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 안건을 대의원회에 상정하는 의결을 했고, 2016년 11월 25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시공사업단에게 요청한 용역비 증액분 지급을 철회했으며, 동년 11월 29일 개최된 대의원회에 이 사건 변경계약 추인 안건이 상정됐으나 부결됐다.

한편, A사와 B조합은 이 사건 변경계약에서 ‘증액분의 기성대가 지급은 사용검사필증 또는 임시사용승인필증 교부일에 100% 지급한다’고 정했는데, B조합은 2016년 11월 29일 준공인가를 받았다.

 

∥ 서울고등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변경계약에 따라 증액된 감리 용역대금 11억8433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A사의 청구와 관련해 ▲이 사건 변경계약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년 2월 8일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서 규정하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서 그 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총회의 의결이 필요하고, 구 도시정비법 제25조 제2항,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에 의하면 그 결의를 대의원회가 대행할 수 없는 점 ▲B조합 총회의 이 사건 의결은 감리 용역대금을 11억8433만원 증액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을 승인하는 의결이라 할 수 없고, 이 사건 의결은 단지 이 사건 변경계약의 체결 여부 및 내용을 이사회나 대의원회에 위임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에 불과한 점 등을 지적하고 “총회의 승인 의결 사항을 이사회나 대의원회에 위임하는 내용의 이 사건 의결은 무효이고, 그와 같은 위임 의결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결국 대의원회에서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에 관한 안건이 부결됐으므로 이 사건 변경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이 사건 의결을 ‘감리 용역대금을 11억8433만원만큼 증액하는 것을 승인하되, 그 범위 내에서 실제로 지급할 감리 용역대금 액수의 심의 권한만을 대의원회에 위임하는 내용’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예산 범위 내 감리 용역대금의 지급은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4호에서 정한 ‘정비사업비의 사용’에 해당해 이를 승인하는 총회의 결의 또는 대의원회의 승인 결의가 필요한데, 총회의 위임을 받은 대의원회에서 감리 용역대금의 지급을 위한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 안건이 부결됐다”며 “대의원회의 결의 없이 이뤄진 이 사건 변경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는 달랐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대법원 제2부는 먼저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으로 보장하려는 것이다. 정비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에서 사전에 의결하기는 어려우므로, 구 도시정비법 규정 취지에 비춰 사전에 총회에서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해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해 총회의 의결을 거쳤다면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의결을 위한 제안사유에는 이 사건 의결의 목적(감리 용역대금 증액), 내용(항목별 증액사유 및 증액금액)과 함께 A사가 증액을 요청한 감리 용역대금 11억8433만원을 최대한도로 하는 조합원의 부담 정도가 명시돼 있었고, 총회에서 그 내용이 모두 설명되기도 했으므로, 조합원들은 이 사건 의결에 따라 A사 요청 금액인 11억8433만원을 최대한도로 감리 용역대금을 증액하는 내용의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고 이를 승인하는 이 사건 의결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변경계약은, 이 사건 의결에서 정한 한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리 용역대금을 증액하는 내용으로 체결됐으므로, 구 도시정비법상 필요한 사전결의를 거친 유효한 계약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이 사건 의결을 위한 제안사유에는 ‘실제 정산 시에는 이사회 및 대의원회에서 각 항목별로 정밀 심의를 거쳐 꼭 지급해야만 하는 금액만 지급할 예정’이라고 기재돼 있는데, 이는 이 사건 승인 의결을 위한 제안사유의 기재에 불과하고, 그 문언상의 의미 또한 A사 요청금액 한도 내에서 이사회 및 대의원회가 실제 대금 지급 시 정밀한 ‘심의’를 거치겠다는 조합원들에 대한 안내사항으로 보이는 바, 제안사유의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 이 사건 의결을 감리 용역대금 증액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그 대금액을 결정하려면 이사회 및 대의원회의 결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건부 내지 위임 의결로 보기는 어렵다. A사 요청금액을 최대한도로 하는 감리 용역대금 증액 계약 체결을 승인하는 이 사건 의결이 있었던 이상 B조합이 내부적으로 이사회 또는 대의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변경계약을 체결했다고 해 그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또한 A사 요청금액을 최대한도로 감리 용역대금 증액 계약 체결을 승인하는 이 사건 의결에는 이미 그 증액된 예산을 사용해 이 사건 변경계약에 따라 감리 용역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도 포함돼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에 별도의 대의원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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