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손해액에 대한 증명 없어도 손해배상청구 배척하면 안된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6일 설계도면의 하자로 인해 피해를 입은 A씨가 B건축사사무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2018다301336)에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지만 손해액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해 구체적인 손해액에 대해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병원을 운영하다가 서울 강남구 소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로 이전하기로 하고, 2015년 9월 9일 B사무소와 이 사건 건물의 리노베이션과 증축에 관한 설계 및 감리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A씨와 B사무소는 이 사건 건물의 외장을 변경하고 지상 4층에서 지상 5층으로 증축하는 등의 내용으로 2015년 12월 31일 건축허가(대수선)를 받았다.

하지만, A씨와 B사무소 2016년 1월 20일 계약해지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합의서에는 ‘이 사건 계약에 관해 B사무소사가 설계까지 마치는 것으로 하고, 이후 감리업무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A씨는 “설계도면의 하자가 중대해 B사무소가 사실상 설계도면을 작성하지 않은 것과 같으므로 지급한 설계대금 만큼의 손해를 입었다”며 위 소를 제기했다.

그리고, 해당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설계도면의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하자 보수를 위한 비용 또는 손해액에 대해 A씨의 구체적인 주장과 증명이 없고,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는 달랐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제3부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이 미흡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해 증명을 촉구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 손해액을 심리‧판단해야 하는 점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산적 손해의 발생사실이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밝혀진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제반 정황 등의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의 액수로 정할 수 있는 점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는 종래의 판례를 반영해 ‘손해배상 액수의 산정’이라는 제목으로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해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특별법에 따른 손해배상에도 적용되는 일반적 성격의 규정인 점 등을 지적하고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은 손해배상청구를 쉽사리 배척해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해 증명을 촉구하는 등으로 구체적인 손해액에 대해 심리해야 한다”며 “그 후에도 구체적인 손해액을 알 수 없다면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을 종합해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도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