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고원 김수환 파트너변호사 /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 경기권 일부 지자체가 조례로 정한 정비구역해제 기준

법무법인 고원 김수환 파트너변호사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2012. 2. 1. 정비구역의 직권 및 필요적 해제 규정을 둔 이래로, 현재까지 여러 정비구역에서 구역이 토지등소유자들의 요청 또는 지자체의 재량으로 해제되고 있다. 그러나 정비구역의 지정권자이자 정비계획의 입안권자인 지자체들은 자신들이 지정한 정비구역 내 정비사업에 대한 지원은커녕 구역해제를 독려하면서 기존 토지등소유자들의 혼란을 사고 있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기존 지정했던 정비구역을 직권으로 해제했으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그 처분이 속속들이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수원시, 안양시, 부천시 등 경기권 일부 지자체들은 도시정비법이 ‘정비구역 등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제21조 제1항 제2호)’에 정비구역을 직권해제 할 수 있도록 규정했음을 근거로, 위 사유를 구체화한 규정으로 ‘토지면적(국·공유지 제외)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를 정비구역의 직권해제 사유로 조례로써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토지면적만을 기준으로 한 조례상 구역해제 규정은 애초에 도시정비법이 구역해제 규정을 두면서 조례로써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법령의 범위 내에서 조례 제정권을 인정한 헌법(제117조 제1항) 및 지방자치법(제22조 본문)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봐야 한다(이른바 ‘법률유보의 원칙’).

그런데 하급심 법원들은 위 토지면적만을 기준으로 한 직권해제 규정의 위법성에 대해, 조례 제정에 폭넓은 재량권이 부여된다는 이유로 해당 조례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해당 조례 규정의 법률유보 원칙 위반 사유를 고찰해 대법원의 현실적인 판단을 기대해 보기로 한다.

 

∥ 법률유보의 원칙 위반

첫째로는 구역해제 동의자들의 대표성 흠결의 문제다. 해당 조례의 모법인 도시정비법은 ‘정비구역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구체화 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나, ‘면적 기준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는 정비구역의 지정목적 달성 즉 정비사업의 시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동의자들이다.

도시정비법이 면적을 기준으로 한 ‘토지소유자’의 동의 요건을 둔 것은 주요한 내용 중 조합의 설립인가 시 필요한 토지등소유자 동의 요건이 유일하다. 그것도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요건(토지등소유자 숫자)과 함께 필요로 하는 것으로 토지면적만을 기준으로 그 대표성을 따지지 않는다(심지어 재건축의 경우에는 4분의 3 이상 면적 동의 필요).

그럼에도 해당 조례는 단순히 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로 정비구역의 존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다수면적 소유자들에게 애초에 도시정비법이 예정하지 않은 막강한 처분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는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의 구역의 처분 방법에 관한 도시정비법의 통일적 해석을 저해한다.

같은 이유에서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만으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사업시행계획(토지등소유자 과반수 결의), 관리처분계획(조합원 과반수 결의) 등 조합의 중요한 처분 방법에 관한 결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면적 요건만으로는 모법이 위임한 ‘정비구역의 지정 목적 달성 가부’를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부수적으로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재개발의 경우), 토지의 공유자에 관해 해당 조례는 아무런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로지 토지소유자 그것도 다수면적 소유자에게만 처분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둘째로, 해당 조례는 ‘정비구역의 추진상황’에 관한 위임 한계를 초과했다. 해당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들은 위 조례의 적용 범위에 관해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았다. 지자체들은 해당 조례의 적용대상을 ‘관리처분인가신청 전까지의 조합’으로 두고 있거나 이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데, 이 역시 도시정비법의 제반 규정과 상충되고, 이는 애초에 도시정비법이 조례로 위임한 사항을 벗어난다.

사업시행인가 후 분양신청절차를 마친 조합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또는 기존 조합원)를 현금청산대상자로 분류하고 조합원에서 제외하게 되는데(확립된 대법원 판례), 해당 조례는 위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이미 조합에 탈퇴한 현금청산자들의 조합원 지위 여부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구역해제를 요청할 수 있는 토지소유자에 포함시켜 버렸다. 즉 다수의 면적 토지소유자들 일부에게 조합원 지위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구역의 존폐를 정할 수 있는 지위를 인정해 버린 것이다.

이처럼 해당 조례는 도시정비법의 구조적, 통일적 해석을 하지 않고 제정된 것으로 애초에 도시정비법이 구역해제 규정을 둔 취지와 도시정비법의 전체적 해석에 부합하지 않는다. 모법인 ‘정비구역 등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위임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이에 관한 법원의 도시정비법 체계와 실정에 맞는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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