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늘 / 자유기고가

 

평상시 듣거나 말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다가도 막상 글로 쓸 때는 헷갈리는 단어들이 있다. ‘가늠’과 ‘가름’, ‘갈음’ 역시 소리 나는 것이 비슷하다보니 종종 틀리는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먼저 ‘가늠’이란 ‘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려 봄. 또는 헤아려 보는 목표나 기준’이나 ‘사물을 어림잡아 헤아림’을 뜻하며, 동사형은 ‘가늠하다’이다. ‘가늠하다’의 유의어는 ‘겨냥하다, 겨누다, 헤아리다’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거나 ‘그 사람의 속마음을 가늠할 수 없다’, ‘한 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목표물을 가늠해 보았다’ 등에 쓰인다.

‘가름’이란 ‘쪼개거나 나누어 따로따로 되게 하는 일’ 또는 ‘승부나 등수 따위를 정하는 일’을 뜻하며, 동사형은 ‘가름하다’이다. 가름하다는 흔히 ‘이번 경기는 선수들의 투지가 승패를 가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처럼 운동경기의 결과를 놓고 많이 사용된다.

‘가늠’과 ‘가름’을 비교적 잘 구분하는 사람도 ‘갈음’에 와서는 종종 실수를 하곤 한다. ‘갈음’은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함’을 뜻하며, 동사형은 ‘갈음하다’이다. ‘갈음’은 ‘이미 있는 사물을 다른 것으로 바꾸다’는 의미인 ‘갈다’에서 명사형 어미 ‘-ㅁ’이 붙은 것이다.

‘갈음하다’는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것으로 치사를 갈음합니다’처럼 인사말 따위에서 흔하게 사용되는데, 막상 인사말을 적어놓은 글을 보면 ‘갈음하다’가 아니라 ‘가름하다’로 잘못 적혀있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말이나 글은 일단 내가 제대로 알고 써야 하지만, 설령 내가 바로 알고 제대로 써도 다른 사람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쓰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비록 ‘갈음하다’가 순 우리말이기는 하지만, ‘대신한다’는 말로 바꿔 쓰는 것이 어떨까 싶다. 더구나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인사말을 잔뜩 늘어놓고는 ‘간단하게나마 이것으로 인사말을 갈음할까 한다’라고 상투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이것으로 인사말을 마칩니다’고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헷갈리는 사람을 위해 다시 한 번 요약해보자.

짐작하거나 목표, 기준에 맞는지 안 맞는지 ‘헤아림’의 의미가 있을 때는 ‘가늠’을, 따로 나누거나 상황을 구별하고 분별하는 것처럼 ‘기준에 의한 나눔’의 의미가 있을 때는 ‘가름’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하는 것처럼 ‘교체’의 의미가 있을 때는 ‘갈음’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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