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내년 5월까지 ‘단원 풍속도첩’ 전시

김홍도 작(作) 씨름.

조선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익살과 해학, 풍자를 섞어 담아낸 단원(壇園) 김홍도의 주요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5월 6일 재개관을 기념해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을 전시한다. 김홍도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단원풍속도첩은 그동안 국내외 주요전시에 출품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데다가 작품의 보존 문제 등으로 한 번에 여러 점을 감상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씨름’, ‘무동’, ‘논갈이’, ‘활쏘기’, ‘노상 풍경’, ‘베짜기’, ‘그림 감상’ 등 7점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김홍도는 도화서 화원으로 활약하며 산수화, 화조화, 도석인물화 등 다양한 화목(畫目)의 그림을 제작했다. 특히, 김홍도는 대부분의 장르에서 뛰어난 그림 실력을 보였는데, 그 중 서민의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풍속화로 널리 알려졌다.

김홍도의 스승인 강세황은 “김홍도는 사람들이 날마다 하는 수천 가지의 일을 옮겨 그리길 잘했으니, 한번 붓을 대면 사람들이 다들 손뼉을 치면서 신기하다고 외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강세황의 말처럼 김홍도의 그림은 현장의 핵심을 꿰뚫었고, 인물들의 희노애락을 재미있게 표현해 당대에도 인기가 대단했다. 김홍도는 서민의 생업 현장이나 놀이, 휴식, 길거리의 모습 등 평범한 일상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배경을 생략하고 주제에 집중한 구도를 사용했으며, 간결하고 힘있는 필선과 맑은 담채로 풍속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김홍도 작(作) 무동.

그 중에서도 서민들의 놀이문화를 그린 ‘씨름’과 ‘무동’은 명작으로 꼽힌다. ‘씨름’은 원형구도를 사용해 중앙에 씨름꾼을 그리고, 주변에 구경꾼을 그려 넣었다. 바닥에 편안하게 앉아 관전하는 인물들의 배치와 저마다의 생생한 표정이 일품이다. ‘무동’에서는 악사들의 연주에 맞춰 춤을 주는 어린 아이의 춤사위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김홍도 작(作) 논갈이.

조선 사람들은 놀 때뿐만 아니라 고된 일을 할 때에도 활기가 넘쳤던 것 같다. ‘논갈이’를 보면 두 명의 농부가 밝은 표정으로 겨우내 언 논바닥을 갈아엎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힘든 농사일이지만 쟁기를 끄는 소들의 활기찬 움직임이나 웃옷을 벗고 땀흘리는 일꾼의 모습은 노동 현장의 건강한 활력을 잘 전달한다.

김홍도 작(作) 노중풍경.

김홍도는 현장의 순간을 포착하면서 인물간의 심리도 놓치지 않았다. ‘노중풍경’은 길거리에서 부딪친 일행을 묘사한 그림으로, 말을 탄 젊은 선비는 맞은편의 앳된 아낙을 부채 너머로 은근슬쩍 훔쳐보고 있고,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아낙은 부끄러운 듯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이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와는 관계없이, 중년의 가장은 아이와 닭이 든 짐을 메고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김홍도 작(作) 활쏘기.

‘활쏘기’에서도 인물간의 흥미로운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침착한 표정의 교관은 활쏘는 인물의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고, 활시위를 당기는 이는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들의 훈련과는 관계없이 오른편의 인물들은 화살과 활시위를 각각 점검하며 자신의 일에 몰두해있다.

조선의 삶을 그린 김홍도의 풍속화는 내년 5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2층 서화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일 년간 두 차례의 교체전시를 통해 총 19점의 그림을 볼 수 있으며, 단원풍속도첩의 매력을 정리한 영상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다시 문을 연 박물관에서 평범한 삶에 대한 김홍도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껴보고, 그 소소한 행복을 함께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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