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개입 본격화 신호탄" 시각 팽배 ... 기존사업장 역차별, 형평성 논란도 대두

정부가 지난 5월6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에 대해 “이전까지 쏟아냈던 대책들에 비하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뿐만 아니라 형평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방안”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방안의 주요 골자는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7만 가구의 주택부지를 추가 확보하고 2023년 이후 수도권에 연평균 25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을 가능케 하겠다는 것이다. 또, 조합 갈등과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간 정체 중인 재개발 사업에 공공이 참여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여러 세부 대책 가운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번 방안은 수요 억제를 통한 집값 안정으로만 치달으면서 집값을 잡기는커녕 풍선효과만 낳았던 기존 ‘대책’에서 벗어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점에서 현실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휴부지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서울의 유일한 주택공급 수단인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방안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급 확대에 따른 실제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실효성이 없다”거나 “형평성을 현저히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사항들을 짚어보자.

 

∥공공이 참여하면 신속한 사업추진 가능?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LH와 SH가 단독 또는 공동시행자로 재개발 및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신속하고 투명한 사업추진이 가능해지고, 원주민(세입자 포함)의 재정착 지원과 저렴한 분양주택, 공적 임대주택 등 공공성이 높은 주택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도시․건축규제 완화, 기부채납 완화, 신속한 인허가 등을 지원하는 ‘특례지구’를 신설, 10년 이상 걸리던 사업기간을 절반 이하인 5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정부는 기존 정비사업은 ‘조합설립(12개월)→사업인가(41개월)→관리처분(37개월)→착공(30개월)’이 걸렸지만, 공공재개발은 ‘조합설립(12개월)→사업인가(18개월)→관리처분(12개월)→착공(18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사업기간 단축이 정비사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정부의 ‘계획’대로 기존의 사업기간보다 절반 이하로 단축할 수 있다면 조합원 분담금 최소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존 ‘대책’들이 계획대로 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이번 방안의 ‘계획’들 역시 ‘계획’에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정부는 “신속한 인․허가 및 공공의 사업관리를 통해 구역지정부터 착공까지의 소요기간을 10년 이상에서 5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막상 ‘신속한 인․허가’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기존 정비사업이 10년 이상 소요된 데에는 행정관청의 인․허가가 신속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정비사업 현장에서 가장 큰 불만사항 중 하나가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무원의 ‘갑질’ 등 행정관청과의 의견충돌”이다. 접수시킨 서류가 사소한 오탈자 하나로 반려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당연히 인․허가 과정에서 허송세월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공이 참여해야만 신속한 인․허가가 가능하다는 것은 공공재개발을 선택하지 않은 더 많은 사업장에 역차별을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존 정비사업장의 인․허가도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재개발 장기정체 원인은 조합 내․외부 갈등 때문?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주거여건이 열악해 신속한 정비가 필요한 일부 재개발이 사업성 부족 등으로 오랫동안 조합설립도 못하고 정체 중인데, 서울 재개발구역 중 102곳이 구역지정 이후 10년간 조합설립에 실패”했다면서 “조합설립에 성공하더라도 조합내 갈등, 복잡한 절차로 착공까지 평균 10년 이상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힌다.

이번 방안 중 가장 현실을 반영한 ‘분석’이다. 정비사업계에서는 “빠른 정비사업이 바른 정비사업”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사업기간 단축’은 정비사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어느 현장이든 ‘빠른’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10년 이상이 걸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조합 내․외부 갈등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분쟁 없는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다고 할 정도로 모든 현장이 크고 작은 분쟁으로 인해 사업이 정체되거나 아예 무산되곤 한다.

정비사업장의 수만큼이나 분쟁 발생의 원인도 제각각이다. 정부는 비리와 분쟁의 원인으로 조합임원들의 부정과 비리, 시공사 등 협력업체 선정과정에서의 부정과 비리만을 분쟁의 원인으로 꼽고 싶겠지만, 현실은 이보다는 조합원들의 정비사업에 대한 몰이해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일부 ‘비대위’들의 조합 발목잡기, 세입자들의 집단행동 등이 분쟁의 주를 이룬다.

여기에 더 큰 요소 하나가 더해지니, 바로 정부의 규제로 인한 사업성 하락에 따른 분담금 상승이다.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에 소요되는 개략적인 분담금 내역’이 필요하다. 장밋빛 전망으로 토지등소유자를 호도하는 곳이 없지는 않지만,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현재에는 비교적 객관적인 분담금이 제시되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예상’했던 분담금이 정부의 규제책이 나올 때마다 큰 폭으로 뛰게 되니 정비사업의 추진 여부를 두고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시정비협회와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주거환경연합 등 관련 단체들은 분쟁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정부나 행정관청의 정책적 지원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이라도 민관 합동으로 협의회 등을 구성, 분쟁발생을 최소화하는 한편 발생한 분쟁은 신속하게 중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재개발해야만 사업성 부족 해결해준다고?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용도지역 상향 또는 용적률 완화, 기부채납 비율 완화, 통합심의위원회 운영, 분양가 상한제 적용 예외” 등 개별 사업지의 특성에 맞게 적정한 수준으로 규제완화 및 기부채납 비율을 적용하겠다 면서 이를 위해 “도시․건축규제 완화, 기부채납 완화, 신속한 인허가 등을 지원하는 특례지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그동안 정비사업 현장에서 제도개선을 요구하면서 끊임없이 주장했던 것들이다. 그리고 이런 요구에 대해 정부와 행정관청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규제만 늘려왔던 게 엄연한 사실이다.

정부의 방안처럼 규제가 완화된다면 사업성 부족을 어느 정도 만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공공재개발을 해야만 이렇게 해준다는 것은 ‘형평성’에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공재개발이 아니더라도 모든 정비사업에 가혹할 정도로 가해지고 있는 규제는 합리적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다가,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대형 사업장이나 입지 여건이 좋은 곳은 수익성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임대아파트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공재개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최근 추세가 ‘아파트 고급화 전략’이라는 점에서 ‘질’보다 ‘양’을 우선시 하는 공공에 사업을 맡기는 현장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대량 공급’이 가능한 현장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공급효과가 미미한 소규모 정비사업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여 실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현 가능성 낮은 ‘조합원 분담금 확정’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LH나 SH가 관리처분시 산정된 분담금을 끝까지 보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예시로 든 것이 “조합원 희망수익이 비례율 115%(분담금 0.7억원 수준)인데 비해 현재 사업여건 상 예상수익은 비례율 95%(분담금 1.3억원 수준)이고, LH와 SH가 참여하면 두 조건의 중간 수준인 비례율 105%(분담금 1억원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통상 정비사업의 분담금은 관리처분에서 ‘확정’된다. 하지만, 이후 법률 및 제도 개정이나 규제 강화, 부동산시장 변화에 따른 일반분양 수입 하락 등의 요건으로 인해 관리처분 ‘변경’ 요인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분담금이 늘어나는 상황이 초래된다. 조합 역량 외에 불시에 발생하는 이런 불확실한 요소들이 최소화되면 기존 정비사업장들도 분담금을 ‘확정’할 수 있다.

그런데, LH나 SH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이런 외부적 요인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기에 분담금을 확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확정지분제’에 대한 환상이 폭넓게 퍼진 적이 있다. 하지만 무늬만 확정지분제였지 실제로 확정지분제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실질적으로는 외부적 요인에 반응하는 ‘변동지분제’였고, 결국 비례율 하락에 따른 분쟁만 발생해 오히려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곤 했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도입할 때 주장했던 것 중의 하나가 “사업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조합원 분담금을 1억원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방안에서도 ‘사업기간 단축과 분담금 1억원 수준’이라며 ‘1억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공공관리제를 도입해서 사업기간이 단축된 곳도, 분담금이 낮아진 곳도 본 적이 없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공공관리제를 강행했던 서울시가 ‘치적’을 대거 홍보했을 터인데, 지금까지 사업기간 단축과 분담금 절감이라는 ‘성과’를 내놓지 않고 못하고 있음을 상기하자.

 

∥기존보다 진일보했지만, 효과 거두려면 기존 사업장도 적용해야

이번 방안은 정부가 그동안 쏟아냈던 ‘대책’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공급’에 시선을 돌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공급대책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장기간 정체에 빠진 사업장이나 소규모 정비사업에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설령 이들 현장들이 사업을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현상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기에 이번 방안에 대해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 활성화보다는 정비사업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민간영역에 대한 공공의 과도한 개입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높다. 일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정과 함께 공기업인 한국감정원과 LH(당시 주택공사)가 투명하고 효과적인 정비사업을 도모하겠다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전문인력을 충원하며 나름 준비를 갖췄던 한국감정원만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을 뿐 LH는 전혀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나마 한국감정원 역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에서 발을 빼고 ‘지원기구’로 방향을 전환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공의 ‘개입’이 아니라 ‘지원’이다.

이처럼 시장 본연의 기능을 무시하고, 각 지역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정부의 일방적 주도에 의해 시장을 규제하는 데는 그 효력에 한계가 있으며, 주택가격의 상승을 단지 ‘가진 자’들의 부를 불리는 행위라고 전제하고 접근한다면 정부의 수요규제에 의해 피해를 입는 것은 규제를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 부자들보다 오히려 서민들이다.

국민소득이 향상되면서 더 넓고 좋은 주거환경에 대한 수요자들의 욕구가 커졌다. 이런 점을 이해해야 하며, 수요가 많은 대상에 대하여 규제를 하기보다는 그러한 질적 제고를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더 많이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방안이 전체 정비사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정책당국이 깨달았으면 한다.

_ 한국도시정비협회 하재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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