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김미현 변호사

법무법인 현의 ⌜정비사업 법률산책⌟ ▮

 

법무법인(유한) 현 김미현 변호사

∥ 문제제기

A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작년도 예산을 의결하고 집행했으나 당해 연도의 예산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로 조합의 내부 사정상 부득이 조합 총회를 수개월 내에 개최하지 못할 것이 예상돼 작년 예산에 준해 당해 연도의 비용을 집행하고자 한다. A조합이 작년 예산을 근거로 용역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에 해당할 수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최근의 판례의 경향을 살펴보고 방안을 연구해 보자.

 

∥ 관련 규정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 제1항은 정비사업비의 세부 항목별 사용계획이 포함된 예산안 및 예산의 사용내역,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정한다. 같은 법 제137조 제6호는 제45조에 따른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임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서울시 예산회계규정 제6조 제1항은 조합의 회계연도는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정하고, 제15조 제2항은 회계연도 예산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일로부터 3월 이내에 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하되, 부득이하게 회계연도 개시일로부터 3월 이내에 총회를 개최할 수 없을 경우에는, 제19조에 따라 전년도 동기간 예산에 준해 1년에 한정해 사전에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준예산 적용기간을 초과해 예산을 집행하는 경우 사무실 운영비용 등 불가피한 경비와 예산 편성을 위한 총회비용의 집행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판례의 경향

가.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4도 8096 판결

대법원은, 조합이 2008년도 총회에서 예산을 수립한 이후로 예산을 수립하지 아니한 채 운영하다가 2011년 3월 경 이사회에서 2008년도 정비사업비 지출 예정액 변경 의결을 근거로 6개 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례에서, 2008년도 의결 내용은 당초 정비사업비의 지출 예정액을 변경하는 내용에 불과하므로, 이후 조합 총회에서 용역계약의 사후 추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나. 서울서부지방법원 2017. 6. 15. 선고 2017노15 판결

원심은, 조합이 2010년 12월에 개최된 총회에서 2011년도 예산안을 의결하지 아니해 2011년도 예산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1년 3월에 개최 예정인 정기총회를 진행하기 위해 OS 용역계약 및 경호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례에서, 준예산 제도가 적용되거나 2010년도의 예비비를 2011년도 예비비로 전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2011년도 예산 확정을 위해서는 총회 개최가 필요하고 그 총회 개최를 위해 필요한 용역계약을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체결했다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해당하더라도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원심을 깨고 무죄 판단했다.

 

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18. 6. 1. 선고 2017노1598 판결

조합의 2014년도 2억5000만원 사업비 예산과 30억원의 예비비가 책정된 경우, 2015년도 예산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준예산으로 4억5000만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체결해 유죄 인정된 사례다. 예비비란 1회계연도의 범위에서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초과지출에 충당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예비비를 다음 회계연도의 예비비로 전용할 수 없다고 했다. 조합측은 서울시 예산회계규정이 유추 적용 내지 준용된다고 주장했으나, 서울시 예산회계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부득이한 사유로 당해 연도의 예산이 성립되지 않은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준예산 집행을 위해 대의원회 의결을 거치지 아니했으므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라. 의정부지방법원 2018. 7. 3. 선고 2017노3086 판결

조합이 2015년 11월 정기총회에서 예산을 수립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예산을 수립하지 않은 채로 2014년도 예산을 준예산으로 해 2015년 후반에 이르러 용역계약 및 금전소비계약을 체결하고 각 계약 체결을 위해 총회 소집이 사전에 불가능한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유죄로 판단했다. 2014년도 예산 의결 당시 용역계약에 따른 지출에 대한 의결을 얻은 적이 있으나 2015년도에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예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다만 양형에서 참작되기는 했다.

 

마.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8. 8. 30. 선고 2018고정420 판결

조합이 2014년도 예산을 의결했으나, 이후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을 받아 2015, 2016년도 정기총회를 개최하지 못해 예산을 의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2017년도 총회 개최를 위해 총회업무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는데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다. 이 판결은 조합의 상근 임직원이 소수에 불과해 조합 총회 개최 등을 위해 외부 용역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예산 편성을 위한 총회를 개최함에 있어 필요한 용역계약에 사전 결의를 요구한다면 결국 총회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부천시에는 서울시와 같은 예산회계규정이 없으나 예산편성을 위한 총회 비용의 집행의 경우 서울시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총회 사후 의결을 조건으로 준예산의 형태로 집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바. 부산지방법원 2019. 5. 9. 선고 2018노4440 판결

조합이 2017년도 예산을 의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2017년 4월 1일부터 동년 11월 2일까지 정비사업비를 준예산의 형태로 집해한 후 총회 의결을 거친 사례에서, 총회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사전 의결을 의미하고, 해당 조합은 2017년 1월과 6월에 임시총회를 2회 개최하고서도 정비사업비 사용을 의결하지 아니했기 때문에 총회를 개최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 결론

서울시 예산회계규정은 부득이하게 예산을 수립할 총회를 개최할 수 없는 경우에 전년도 예산을 1년에 한해 적용하고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집행하는 경우에 준예산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고시 이전의 판례는 준예산 활용 여부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서울시 관할 조합은 예산회계규정을 수립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 사례가 발견되지는 않는다.

서울이 아닌 지역의 경우에는 서울시 고시의 적용을 받지 않아 별도로 조합 내부 규정에 준예산 제도를 명시해 두는 경우는 적은 것 같다. 그렇다고 서울이 아닌 지역에는 준예산 제도를 쓸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예산회계규정 고시 전 사례에서도 부득이한 경우 준예산의 형태로 집행할 수 있되 대의원회 의결을 거쳤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들이 있는 것을 보면 준예산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 또한 서울 외 지역의 경우에도 예산 문제에 있어서 서울시의 경우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적어도 서울시 예산회계규정이 정하는 정도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준예산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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