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적 규제 아닌, 시장 기능 반영한 최소한의 컨트롤이 필요한 때”

“부동산 및 건설산업은 비단 건설사 및 발주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산업유형,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얽혀있는, 우리나라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시장기능의 상실로 부동산 및 건설시장이 무너진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정부나 지자체를 포함한 그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습니다. 그저 시장이 다시 기능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고 또, 그 때까지 입게 될 피해는 고스란히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어떠한 문제가 눈에 띈다고 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출적인 규제책을 내기 보다는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근 건설‧부동산 정책에 대한 사단법인 주거환경연합 변우택 이사장의 지적이다.

주거환경연합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립 인가한 정비사업 분야 최초의 사단법인으로, 지난 20여년간 도시‧주거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분석을 토대로 부정비리‧부실공사 척결을 위한 시민운동, 추진위원회‧조합의 투명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활동, 민원상담 및 분쟁조정활동, 법률‧제도개선 운동 등 정비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실천운동을 전개해 온 단체다.

지난해 2월부터 주거환경연합을 이끌고 있는 변우택 이사장은 20여년의 긴 시간에 걸친 재건축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지난해 입주를 마쳐 조합해산절차에 돌입한 고덕주공2단지의 조합장이자 원예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조경전문가다. 또한 도시계획학 석사학위와 재난관리를 전공으로 정책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석학이기도 하다.

특히, 이와 같은 그의 다양한 이력은 정비사업 시장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고덕그라시움으로 거듭난 고덕주공2단지가 수(水)공간과 다양한 콘셉트의 정원이 어우러진 빼어난 조경을 바탕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그에게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주거환경연합 최초의 조합장 출신 이사장으로서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현장에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관련 법‧제도 개선 운동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연합 변우택 이사장을 만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의견 등을 들어봤다.

 

◇ 고덕그라시움이 지난해 입주를 마무리 하고 재건축사업 막바지에 도달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너무 어려운 길을 걸어온 것 같다. 그저 열심히만 하면 모든 것이 잘 될 줄 알았는데, 사업 진행 과정에서 직면한 수많은 규제들과 일부 조합원들의 이기심 등으로 인해 지난 20년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제 성공적으로 사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달리진 주거환경에 재건축사업 진행에 반대했던 조합원들도 “고생했다”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정비사업 현장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 단지의 경우 사실상 사업을 끝마쳤지만, 한창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현장의 경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착공 이후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들의 노동력 저하 등으로 인한 부실공사 등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한동안 총회를 개최하지 못했던 것 자체가 큰 타격이 됐다. 일례로 우리 단지의 경우 이전고시를 앞둔 상황에서 총회를 개최하지 못하면 60억원~8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관에서는 “재산상 손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직접참석 비율의 예외 규정을 마련해 달라”는 조합원들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은 채 그저 “총회연기”만을 강조했을 뿐이다. 결국 우리단지는 야외에서 총회를 강행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코로나19와 같은 특별한 재난상황이 도래할 경우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방향의 특별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법․제도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최근 나온 6.17대책 등 그동안 나온 대부분의 정책이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문제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바탕으로 한 분양가 억제 등 다양한 규제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을 보면 이러한 조치들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커녕 다수의 피해를 양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을 터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일정 부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는 일면 이해가 가지만, 반시장적 정책으로는 ‘풍선효과’, ‘로또분양’ 등 규제 이후 2차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시장을 쫒아가며 발표하는 돌출적 규제들이 또 다른 새로운 규제를 낳는 것을 보면 그저 안타깝고, 시장의 기능이 무너질까 걱정되는 마음뿐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굳이 지금 집을 사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집을 살 수 있으니 필요할 때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도록 확실한 주택 공급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비사업 등 주택 관련 규제를 최대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불법이나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의 기능을 반영한 규제책을 펼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잡아준다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정책은 국민들이 편안한 정책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한다.

 

◇ 조합장 및 조합임원,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조합 집행부들에게는 “명확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많이 보고, 많이 공부하는 것이 사업성공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나 또한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수없이 많은 단지들을 방문해 새로운 시스템 등 우리 단지 재건축사업에 적용‧참고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끊임없이 찾아다녔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중요한데, 조합원들과 신뢰를 쌓는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에게는 “집행부를 믿고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과거, 혹은 일부 정비사업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을 생각해 무조건 불신을 보이기보다는 조합 집행부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고 사업성공을 위해 힘쓰도록 하는 것이 조합원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 또, 사업지연은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내부적인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 주거환경연합의 앞으로의 계획은.

모든 추진위‧조합이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라는 것은 두말한 나위 없는 사실인 만큼 무엇보다 법‧제도 개선 운동에 초점을 맞춰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각 정비사업 현장마다 사업진행 단계가 다르고, 이에 따라 당면한 문제도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사업단계별 분과위원회를 조직해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 변우택 이사장은?

-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조합 조합장

- (사)한국통일문인협회 이사장

- 강동문인협회 및 백두산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 대한민국평화통일촉진 문화인선언대회 공동총재

- 저서 시집 ‘독도사랑 30년’, 에세이 ‘살면서 느끼면서’, 시조집 ‘님의 불구가 나의 노래가 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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