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바꿔야 한다"

■ 구릉지 정비사업 층수 완화

용적률 법적상한선까지 허용, 현금청산 시기 조정 등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정비사업계가 다소 활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층수 완화와 시공자 선정시기 조정, 조합원 정보공개 내용 제한 등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전국재개발․재건축연합회(회장=오병천)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진일보한 대책 및 법률의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번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정비(기본)계획 수립․변경 시 조례상 용적률에도 불구하고 국토계획법 및 관계 법률에 따른 법적상한까지 용적률을 정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일반분양 주택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사업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주택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지역 중 상당수가 서울 강북권에 밀집되어 있고, 이들 지역의 대부분이 어느 정도 경사가 있는 구릉지(자연경관지구 포함)여서 사실상 법률 개정에 따른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기조가 도시미관과 경관을 중시하는 추세이다 보니 구릉지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 역시 저층으로만 개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용적률 완화의 효과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되기 위해서는 슬럼화 된 구릉지의 재개발사업에 대해 층수완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재련의 주장이다.

오병천 회장은 “지난 2008년 정부가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제한을 18층까지 완화하는 것으로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으나, 서울시에서는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도시계획조례 및 지침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층수 제한으로 인해 기부채납을 통한 계획용적률은 고사하고 기본계획에 제시되어 있는 기준용적률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도시미관과 경관을 살리기 위해서는 용적률은 제한하되 층수제한을 완화하여 통경축과 공개공지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또, 이번 법률 개정으로 용적률이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현실에 근거하고 있다. 각종 심의와 기부채납 등을 거치다보면 법적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적용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사업장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건축심의와 도시계획심의 등 불필요한 심의를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비계획을 통해 정비사업의 그림이 모두 그려진 상태인데 또 다시 비슷한 심의를 이중삼중으로 받느라 시간을 지체할 뿐만 아니라 심의과정에 조합과 조합원들의 기대와 사업장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사업성 저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들 중에는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가장 흔하게 하는 변명이 심의에서 결정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심의를 담당하는 심의위원을 누가 뽑는가? 결국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함에도 필요할 때마다 심의 핑계를 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오병천 회장은 “심각한 침체 상태에 빠져있는 부동산시장과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여전히 차가운 것은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추가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 조합인가 후에는 시공자 선정 가능해져야

시공자 선정시기 문제는 이번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전재련뿐만 아니라 한국도시정비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줄기차게 지적해왔던 부분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상 시공자 선정시기는 ‘조합설립인가 후’이다. 도시정비법 제11조(시공자의 선정 등) 제1항에서 “조합은 제16조에 따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조합총회에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선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시공자 선정시기는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할 수밖에 없다.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48조(시공자등의 선정기준) 제2항에서 “조합은 제1항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할 때에는 법 제28조에 따라 인가된 사업시행계획서를 반영한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입찰에 부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위규정이 상위법을 태연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일선 정비사업 현장에서 시공자 선정시기를 놓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공자의 ‘역할’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 등 정책당국은 시공자를 ‘단순 도급자’로 간주하고 있다. 물론 도시정비법 제정 이전에 추진위 단계에서부터 시공자를 선정하던 당시 발생했던 각종 문제를 방지한다는 차원이기는 하지만, 시공자를 단순 도급자로 보는 것은 정비사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과한 반응임에 틀림이 없다.

정비사업에 있어 시공자의 위치는 공사 담당자일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공급처이고, 정비사업 전체 진행과정의 ‘key’를 쥐고 있는 조타수 역할까지 담당하는 게 보통이다. 또, 보유하고 있는 인력의 질이나 노하우도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시공자를 사업의 본격 시작단계인 조합설립인가 후에는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정비사업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사업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한 데에는 “인가된 도면과 물량내역을 토대로 시공사를 선정하여야 정확하고 적정한 공사비를 제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전제되어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 일선 현장에서는 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할 경우 시공자별로 특화된 아이템과 디자인이 있어 재차 설계변경을 위한 변경인가를 진행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으며, 이는 결국 사업지연과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따라서 도시정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그대로 조합설립 이후 시공자를 선정하고, 시공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사업시행인가를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게 일선 정비사업 현장의 의견이다.

가장 급한 문제는 ‘자금’이다.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에 있어서 원활한 자금조달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요소이다. 정비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의 사실상 유일한 공급처는 시공자인데, 이 시공자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나 선정이 가능하니 그때까지 추진할 수 있는 자금을 조합이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관련 법에서는 금융기관의 융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부터의 차입, 토지등소유자의 자체조달 등의 방법을 명시하고 있으나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의 경비조달은 아예 실현불가능하다. 또, 공공이나 금융기관의 융자방안도 추진위원회나 조합의 부담으로 실행사례가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정비업체로부터 자금을 차입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비업체의 규모나 자본금이 영세하여 사업비지원이 원활하지 않을뿐더러 비용조달이 어렵다보니 각종 이권에 개입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병천 회장은 “신축 1,000세대를 기준으로 할 때, 사업시행인가 시점까지 최소 30억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데, 이 비용을 조합이 스스로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노릇”이라고 지적하면서 “시공자 선정시기를 법에 맞게 해주는 것을 왜 서울시가 거부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 조합원 정보공개 내용 제한

현행 도시정비법 제81조(관련자료의 공개와 보존 등) 제6항에서는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를 조합원, 토지등소유자가 열람·복사 요청을 한 경우 추진위원회 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는 15일 이내에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이 경우 복사에 필요한 비용은 실비의 범위에서 청구인이 부담한다”면서 공개대상에 ‘토지등소유자 명부’와 ‘조합원 명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해 서울시는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주체와 구성원 간 갈등 해소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 정비사업을 보다 합리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며, 「조합원 명부 공개 업무처리기준」지침을 마련, 2013년 9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후 금년 1월3일 제1회 조례․규칙심의회를 개최, ‘토지등소유자 명부 및 조합원 명부 등 서식을 정비’한 조례 공포안 및 규칙안을 심의․의결했다.

비록 정비사업이 조합 집행부 일방에 치우쳐 진행될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비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는 인정되지만, 별도의 서식이 없던 추진위원회 보유 토지등소유자 명부까지 전화번호 기재란이 포함된 서식을 강제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오병천 회장은 “도시정비법 규정에 따라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토지등소유자에게 토지등소유자명부 또는 조합원명부를 공개토록 하고 있는데, 사업시행자가 명부 이외의 전화번호까지 공개해야 할 법령상 의무는 없다”면서 “특히, 전화번호는 지극히 민감한 사생활에 관련된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또 토지등소유자가 조합이나 추진위원회에 전화번호 공개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 명부의 열람·등사를 허용할 경우 이는 자칫 개인정보유출과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이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한다.

오병천 회장은 “서울시의 「조합원 명부 등 공개 업무처리기준」은 도시정비법 상 공개 대상 정보를 서울시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작성한 것으로 법규성이 없는 내부 지침에 불과한 만큼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며 “조례도 모자라 지침으로까지 상위법을 유명무실화하는 행정청의 그릇된 관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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