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상가소유자들에게만 사업시행인가 전 과도한 권리 주는 것”

상가소유자들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반려한 지자체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경기도 안양시 소재 상록지구 재개발사업 사업시행인가신청 반려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다투는 소송(2019구합75304)에서다.

상록지구 재개발조합은 지난 2018년 12월 28일 안양시청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안양시는 이에 대해 “상가와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완통보를 했다.

이후 상록지구 조합측은 14차례에 걸쳐 상가 조합원들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감정평가방법 등에 대한 이견으로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2019년 5월 23일 “상가와의 협의는 건축심의 조건부이기에 협의를 완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더 이상 협의를 진행할 수 없어 종료를 통보하오니, 빠른 시일 내에 사업시행인가를 승인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안양시청에 상가협의 종료를 통보했다.

그러나 안양시청은 이에 대해 “조합에게 상가연합회와 협의해 결과를 제출할 것을 3회에 걸쳐 요청했으나 의견 차이로 협의가 어려워 협의진행을 종료한다는 의견이 회신됐는데, 그동안 진행된 상황의 종합적 검토 및 행정의 신뢰성 일관성 등을 고려해 반려한다”는 내용의 반려처분을 내렸다.

이에 상록지구 조합측은 “반려처분 사유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 정한 협의 및 수용절차를 잠탈하는 것이고, 상가 소유자들에게만 실질적으로 사업시행인가 전 협상권한을 추가로 부여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위 소를 제기했다.

그리고, 법원은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원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먼저 “협의 및 수용절차를 규정한 토지보상법 규정은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와 협상을 통해 소유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 기다릴 수는 없다는 사정을 고려해 협의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강제수용절차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업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따라서 조합은 사업시행계획 인가 이후 상가소유자들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강제수용절차에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사유는 ‘사업시행인가 전에 상가협의회와 협의를 완료할 것’으로서, 상가소유자들과의 협의를 통한 보상절차가 완료될 것을 사업시행계획인가의 조건으로 삼는 것인데, 조합으로서는 일단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도시정비법에 기한 협의취득 및 수용권한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보상협의를 사업시행계획인가의 조건으로 삼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사유는 사실상 조합에게 사업시행계획인가 전 토지보상법에 의한 협의절차를 강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조합과 상가소유자들 간 협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조합이 확보하게 될 토지보상법상 수용재결 신청권한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이는 토지보상법으로 정한 협상절차 이외에 별도의 협상의무를 인가조건으로 부가해 조합이 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권을 확보하는 데 있어 도시정비법과 토지보상법이 예정한 절차를 참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상가소유자들과의 협의가 성립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반려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조합이 상가협의회 측에서 원하는 보상금액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에만 인가처분이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이 경우 협의의 일방 당사자인 조합은 지나치게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로 인해 사업시행계획인가가 무기한 연기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놓이게 되는 점 ▲이 사건 처분사유는 상가소유자들에게만 실질적으로 사업시행인가 전 협상권한을 추가로 부여하는 것으로서 사업구역 내 다른 토지등소유자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 점 ▲상가소유자들과의 보상절차 완료는 상가소유자들의 금전적 이해관계에는 부합할지언정 그 자체가 공익이 될 수는 없고, 오히려 사업시행계획인가 전에 특정한 토지등소유자들과의 협의매수를 완료할 것을 조건으로 인가신청을 반려하는 것은 적정한 수준의 보상을 위한 보상의 방식과 절차, 내용을 규정한 토지보상법령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이는 점 ▲상가소유자들과의 협의 완료가 사업시행인가의 법률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양시청으로서는 조건부 인가 등 반려처분 보다 덜 침익적인 처분을 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사업시행계획 자체의 타당성 여부와 무관한 조건을 결부시켜 반려처분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도 반하는 점 등을 지적하고, ‘반려처분 취소’를 판시했다.

한편, 상록지구 조합을 대리해 소송에 나선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는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상가소유자들이 제기한 민원 발생으로 인해 협의를 강권하면서 별다른 이유없이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하지 않는 관할관청의 잘못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지적하고 있다”면서 “이번 판결은 사업시행계획 또는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인가권을 가진 관할관청이 법에서 규정하는 처리기한을 도과하거나, 법에도 없는 조건을 결부하면서 조합에 무리한 요청을 하는 행태에 대한 반면교사적 판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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