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에는 언뜻 보면 사찰처럼 보이기도 하는 다소 특이(?)한 성당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성당,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사적 424호)이다.

강화성당은 대한성공회 초대 주교인 고요한(Corfe,C.J.)에 의해 1900년 11월 15일 건립된 동서길이 10칸, 남북길이 4칸인 한식 중층건물로 특히, 서유럽의 바실리카(Basilica) 양식과 동양의 불교사찰양식을 과감하게 조합시켜 건립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성당의 내부공간은 바실리카양식을 따랐고, 외관 및 외부공간은 한식 목구조와 기와지붕으로 돼있는 불교사찰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당의 전체적인 건물 배치는 서쪽에 출입문을 둬 서구 형태를 취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배(船)모양을 본 떠 뱃머리인 서쪽에는 외삼문 및 내삼문과 성당종을 배치하고, 중앙에는 성당을 뒀다. 후미에는 사제관을 배치한 것도 다소 특이한 양식이다.

목재는 압록강에서 운반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복궁 공사에 참여했던 대궐 목수가 건축을 맡았다. 입구 계단, 외삼문·내삼문·성당·사제관을 동남향 종축으로 배치한 외부공간의 구성이 불교사찰의 구릉지가람(丘陵地伽藍)과 비슷하며, 성당 앞마당에는 큰 보리수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이외에도 성당 내외부는 서양식 장식이 거의 없는 순수한 한식목조건축이면서도 성당기능에 충실한 내부공간을 연출했는데, 구조와 외관을 한국전통 건축양식에 적응시킴으로서 외래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했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한편, 강화성당에서는 등록문화재 제705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제대 및 세례대’도 만나볼 수 있다. 강화성당 안에 있는 핵심적인 의례물로, 1900년 건축 당시 강화도 지역 화강암을 재료로 제작됐으며, 세례대에는 ‘修己洗心去惡作善(수기세심거악작선)’, ‘重生之泉(중생지천)’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어 개신교의 한국 토착화 사례를 보여준다.

또한 한국의 성공회 교단에서 최초로 제작된 역사적 가치와 함께 내부 구조물과 조화를 이루는 단순하고 소박한 형상은 경건한 종교적 분위기를 띠고 있다. 유물의 위치와 모습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고 현재까지도 의례물로서 원래의 기능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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