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1만7천호 공급예정 … 과제는?

새로운 유형의 주택 공급방식으로 제시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는 지난 8월 4일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4대책)’에서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지자체 여건에 따라 ‘초기에는 일정지분만 매입하고 나머지는 임대료를 지불하다가 점차 지분을 늘려나가 최종적으로 100% 매입하도록 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서울시 역시 같은날 서울시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방안 브리핑에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구체적인 모습을 공개했다.

 

∥ 초기집값 20~40%로 내 집 마련

(서울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 공공분양모델

서울시가 공개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분양가의 20~40%로 우선 주택의 소유 지분을 취득하고, 나머지 지분은 20년 혹은 30년에 걸쳐 저축하듯이 나눠 주택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입주 전에 분양대금을 완납해야하는 기존 공공분양 방식에 비해 초기 자금 부담이 적은 만큼 자산축적 기회가 적은 3040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득기준의 경우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방안을 고려해 소폭 완화한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로 완화하되, 자산은 부동산(토지+건물) 합산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2764만원 이하를 적용할 계획이며, 일부 무주택자를 위해 순위별 추점을 적용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밝힌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는 ▲처음부터 지분분양으로 공급하되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공공분양모델’과 ▲민간사업에도 적용이 가능한 8년 ‘임대 후 분양모델’이 있으며, 운영기간은 분양가 기준으로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인 경우 30년형을 기본으로 하고, 9억원 이하의 경우 수분양자가 20년 또는 30년형을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운영기간 동안 취득하지 못한 공공지분에 대해서는 행복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 하며, 지분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초기에 납입했던 보증금을 돌려받아 지분 취득에 보탤 수 있고, 임대료도 점점 낮아지게 된다.

(서울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 임대 후 분양모델

한편, 지분적립형 주택 역시 전매제한이 종료되면 주택처분이 가능한데, 이 경우 제3자에게 주택 전체를 시가로 매각해 처분시점의 지분 비율로 공공과 나눠가지게 된다.

이때 공공은 정상가격 여부만을 판정한 후 매각동의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개인 지분이 낮은 경우 처분수익 자체가 낮기 때문에 단기 투기수요의 유입을 차단하고 자연스럽게 수분양자의 장기 거주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거주기간이 장기화되면 주택거래 빈도가 감소해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 영국‧미국서 운영중 … 국내서도 과거 비슷한 제도 시행

정부와 서울시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주택시장 과열에 따른 고강도 대책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심리에 ‘불안’이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통용되고 ‘패닉바잉’이라는 말이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심리의 불안은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인데,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주거적정성 문제를 해소하고, 주거선택권의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혼합점유형태 즉, 지분공유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저가 자가 소유 촉진제도(Low Cost Home Ownership, LCHO)의 일환으로 주택소유권 분할을 인정하고 있다. LCHO 정책은 기본적으로 중‧저소득층의 주택구입을 촉진하는 동시에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에게 민간시장의 주택구입을 지원함으로써 공공주택으로부터 전출, 공공주택에 다른 입주자를 수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불러오고 있다.

또한 미국은 대규모 공공보조금을 투입해 가구의 주택구입 자금 부담을 경감하는 대신, 전매제한을 통해 투기를 근절하고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또한 공유하는 방식의 지분공유주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분공유주택소유’와 ‘지분공유금융’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는데, 먼저 지분공유주택소유는 정부 등 보조금 공급자가 해당 주택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며 매각의 경우 일정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또, 지분공유금융은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재무적 투자자가 지분공유에 참여할 수 있어 공급의 확장성이 높고, 매도 가격의 측면 등에서 지분공유주택소유에 비해 거주자 소유에 대한 권리 행사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한편, 지분공유주택은 우리나라에서 역시 지난 2008년과 2011년 각각 ‘분납 임대주택’ 및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된 바 있다.

분납 임대주택은 공공건설임대주택 입주자가 집값의 일부를 초기 분납금으로 납부하고 입주 이후 단계적으로 잔여 분납금을 납부, 임대의무기간 종료 후 소유권 취득하는 구조이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경우 토지소유권은 임대주택공급 시행사에 귀속되고 주택 및 공공복리시설 등에 대한 구분 소유권을 분양하는 구조다.

이와 관련해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방송희 연구위원은 “분납입대주택의 경우 10년 동안 임대료 상승에 대한 걱정 없이 거주가 가능하고, 장기에 거쳐 주택자금을 분납하는 효과가 있어 자산 취약계층의 주거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거주기간 동안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편익은 공급자가 독점하는 만큼 본질적으로 미국 및 영국의 지분공유주택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며 “또, 토지임대주택은 토지의 임대료로 대체하기 때문에 주택건설비용이 크게 감소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공급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공적보증 금융상품 개발 나서야

서울시와 SH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브랜드명을 ‘연리지홈’으로 정하고 “저이용 유휴부지 및 공공시설 복합화사업 등 신규사업 대상지에 2028년까지 약 1만7000호의 ‘연리지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급시기가 한참 남은 만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현재의 패닝바잉 흐름을 잡진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주택 소유방식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이라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희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지분공유주택은 이용가구로 하여금 전통적인 주택소유의 편익을 대부분 향유하면서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위험을 공급자와 공유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주택소유보다 더 큰 안정성과 지속성을 제공한다”면서도 “다만, 지분 취득에 따른 소유권 귀속 문제, 정책대상과 정책목표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 가구는 소득의 증가에 따라 소비 또한 증가하기 때문에 분납금 상환기간이 다소 길더라도 금융 이용이 필수적인 반면, 주택의 소유구조가 생소해 기존의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만큼 새로운 시각의 공적보증을 통한 금융상품 개발 방안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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