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 / (주)오엔랜드이십일 대표이사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
(주)오엔랜드이십일 대표이사

현 정부는 출범 이후 하루가 멀다고 할 정도로 수많은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현 정부가 출범했을 때 침체일로에 있던 정비사업이 다소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도 했었습니다. 현 정부는 참여정부를 계승했기에, 참여정부 시절의 참담한 부동산정책 실패를 경험했었던 만큼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부동산정책을 펼칠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무려 24번이나 쏟아낸 부동산대책은 ‘대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참담한 실패만 거듭했습니다. 아니, 집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오히려 집값은 상승했고, 그 어느 정부 때보다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꾀한다며 내놓은 ‘임대차3법’ 등의 전․월세 대책은 전세품귀에 따른 가격 급상승만 불러왔고, 정부의 ‘의지’를 믿고 박수치며 기다리던 국민들은 한없이 치솟는 집값과 전세난에 허탈과 분노를 느껴야 했습니다. 청와대의 절대적 지지 속에 부동산대책을 쏟아냈던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단 하나의 정책성공도 거두지 못한 채 ‘퇴진’해야 했고, 그 바통을 도시계획 및 부동산정책 ‘전문가’인 변창흠 장관이 이어받았습니다.

그런데, 역시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고 있습니다. 단지 장관 임명 이전에 했던 ‘막말’ 때문만은 아닙니다. ‘막말’ 파동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는데, 이것이 곧 지금까지의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여서입니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높아지면서 전임 장관을 퇴진시켰다는 것은 곧 정부도 지금까지의 부동산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입니다. 그런 의미라면 정책변화의 움직임이 있어야 하고, 그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청문절차를 통해 검증받은 후 합의에 의해 장관으로 임명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창흠 장관이 세종대 교수 시절 “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거주기간을 3+3, 즉 최소 6년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나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좌우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오랜 인연,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잘했고, 중상(中上)이상은 된다” 등 예전의 발언들 역시 우려의 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사실상 취임 첫 행보나 마찬가지였던 지난 1월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이 참여한 영상회의에서 언급한 부분도 우려를 사기에 충분합니다.

이날 회의에서 변창흠 장관은 임대주택 위주에서 벗어나 “신규주택을 공급할 때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서울 도심에 주택공급을 신속히 확대하기 위해 민관협력을 통한 패스트트랙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며 “정부는 공급대책 수립과 법령 등 제도개선을, 지자체는 인허가 등 절차 지원을, LH 등 공공기관은 부동산 개발과 컨설팅, 부지 확보를 각각 맡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공공이 주택공급을 주도하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그런데,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데 공공주도만으로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까요?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현장들은 중첩된 규제로 인해 조합원 분담금이 대폭 상승한 것은 물론 아예 사업추진 동력을 상실한 곳들도 상당수입니다. 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니 주택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지요. 게다가 재건축은 어찌어찌 사업을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막대한 초과이익환수조치를 감당해야만 합니다. 이러니 조합과 정비회사들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공공은 어떨까요? 지난해 가을 더불어민주당의 모 의원은 기획재정부 종합감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도시·택지·산업단지·혁신도시 등 다수의 개발사업에 시행자로 참여하며 매년 2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사업시행 지역 내 개발이익의 재투자에 공감하더라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실제 재투자에는 미온적“이라며 “해당지역 재투자를 명시해 개발이익 환원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시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강제수용권과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 등 3대 특권을 남용해 신도시 택지판매 등으로 1조원에 가까운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경실련은 지난해 12월 14일 ‘SH공사 위례 개발이익 추정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SH공사가 위례신도시 택지판매와 아파트분양으로 9600억원의 이익을 챙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는데, 위례신도시 사업은 LH가 75%, SH가 25% 지분을 갖고 있는 사업입니다.

경실련에 따르면, SH가 현재까지 매각한 위례신도시 토지는 6만2000평인데, 해당 부지를 택지조성원가인 1130만원보다 평당 940만원 비싼 가격인 평균 2070만원에 판매해 1조2900억 원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경실련은 “매각토지 전체로는 5860억원의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되고, 아파트용지와 일반상업용지 등의 현재 시세는 판매가의 2~3배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면서 “SH가 세대당 2억2000만원씩 부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주민들은 정비사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투기꾼’ 취급을 받으며 온갖 규제를 감내해야만 하는데, 공공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특권’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젠 아예 민간 재건축․재개발은 하지 말고 공공주도로 사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새는 좌우의 두 날개가 있기에 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부동산대책들이 실패한 것은 한쪽 날개로만 날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공공이 마땅히 해야 하고, 또 잘할 수 있는 것들은 공공이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민간영역의 사업은 민간에 맡겨야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정부와 변창흠 장관에게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정비사업에 드리워진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십시오. 정비사업이 활성화돼야만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고, 그래야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정책기조를 강행하는 한 부동산정책은 또 한 번 참담한 실패를 거둘 수밖에 없고,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됩니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팍팍한 살림살이에 주거불안까지 가중시키는 부동산정책이 2021년에는 획기적으로 변화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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