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이라는 공급대책, 민간 배제하고 ‘공공’에만 방점

재산권 침해 등 위헌 논란 … 계획대로 참여 있을지도 미지수

 

역시나 ‘공공’이었다. 발표를 수차례 다시 봐도 공공과 관련된 내용뿐이다. 정부가 여러 차례 공언했던 ‘특단의 공급대책’에 대한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그런 부동산의 공급을 특별하게 늘림으로써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서 “기대가 된다. 그 발표를 함께 기다려 주길 바란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됐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부는 지난 2월 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지자체․공기업이 주도해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 등 전국에 83만호의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이례적 초저금리 지속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산업․주거․생활 트렌드 변화와 가구 분화 등으로 도심 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세가 더해지면서 도시민들의 전반적인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그간 도심 내 주택 공급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집값 상승기대가 지속되고 도심 내 주택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내 집 마련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주택시장 조기 안정과 트렌드 변화에 따른 도시기능 재편을 위해서는 도시 공간구조 변화와 연계한 도심 내 공급확대 방안 시급한 상황이지만, 현재의 개발수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공이 주도하면 충분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주택 공급을 기다려온 3040세대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충분한 내 집 마련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이번 대책에 따른 총 물량 중 70~80% 이상은 분양주택으로 공급하는 한편, 서울‧수도권 등 주요 도심에는 시세대비 저렴한 공공분양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 할 것”이라며 “공급 여력을 대폭 확충하는 만큼 공공임대주택도 현재보다 확대하고, 일부는 공공자가주택으로 공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공공자가주택과 관련해 공급모델 및 물량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모델이 확정 되는대로 구체적인 공급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활성화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 기존 민간사업으로는 개발이 어려워 저이용․노후화되고 있는 지역에 새로운 개발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그것이다.

공공이 지구지정을 통해 부지를 확보하고, 주택과 함께 도시기능 재구조화를 위한 거점조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사업으로, 공공주도로 시행하되 공공-민간 공동시행․협업방식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유도하고, 규제완화 등 적합한 사업구조 마련을 지원하는 한편, 도시재편․주택공급이라는 공익성을 감안해 공공주택특별법으로 추진된다.

구체적으로는 ▲토지주‧민간기업‧지자체 등이 저개발 된 도심 우수입지를 발굴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주택 및 거점 복합 조성을 제안하면 ▲국토부‧지자체 검토를 거쳐 해당 지역에 개발 사업이 신속히 추진(예정지구 지정)되며 ▲예정 지구 지정 1년 이내 토지주 등 2/3이 동의하면 사업이 확정되고 ▲공기업의 부지확보 및 지자체의 신속 인허가(통합심의) 등을 거쳐 착공하는 공공주도 패스트트랙(Fast-Track)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사업성 제고를 위해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제한 등의 인센티브가 부여되며, 정부가 토지소유자에게 기존 자체 사업 추진방식 대비 높은 수익률 및 아파트‧상가 우선공급을 보장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보장 추가수익 외 개발 이익의 경우 비용부담 능력 없는 실거주자 거주수단 마련, 세입자‧영세상인 이주‧생계지원, 지역사회 생활 SOC 확충 등 도시환경 개선 등 공익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향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들은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주거지 등 입지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규제혁신 및 개발 콘셉트를 적용해 특화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역세권(5000㎡ 이상)은 용적률 상향(최대 700%), 상업시설 비율 완화, 지하철 연결통로 설치 등 교통편의 극대화 등을 통해 ‘주거상업고밀지구’로 복합 고밀개발(주거+업무+상업)하고 ▲제조․유통 위주로 저밀 개발돼 있는 준공업지역(5000㎡이상)은 스타트업 육성 공간과 R&D센터, 청년기숙사 및 주거단지 등이 복합된 ‘주거산업융합지구’로, ▲낙후된 저층 주거지(1만㎡ 이상)는 채광‧높이 기준 등 건축‧도시규제를 완화하고, 생활SOC 복합 등을 통해 우수 정주환경‧육아시설 등을 갖춘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조성하겠다”면서 “이에 더해 역세권, 준공업지역 중 소규모 입지(5000㎡ 미만)에 대해서는 기존 소규모 정비사업을 개선한 ‘소규모 재개발사업’을 신설해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고,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겠다. 지자체가 구역을 지정하면 토지주가 정비사업을 시행(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 방식)하고, 사업활성화를 위해 정비구역 경계 설정제한 및 부지확보 요건 완화, 도시‧건축 규제완화, 세제혜택 등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입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개정을 통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도 도입된다.

주민이 희망하는 경우 재개발․재건축사업을 LH․SH 등 공기업이 직접 시행하고, 공기업 주도로 사업․분양계획을 수립, 신속히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

정부에 따르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조합원 과반수(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로 신청, 1년내 토지등소유자 2/3 동의 필요) 요청으로 시작되고, 조합총회 및 관리처분인가 절차 생략, 통합심의 등이 적용돼 기존 13년 이상의 사업 기간이 5년 이내로 대폭 단축 된다.

특히, 정부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모든 사업부지를 공기업이 소유하고 공급하는 공공분양 방식을 적용하는 한편 1단계 종상향 또는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상향,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 미적용,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 등을 통해 사업성을 대폭 개선할 예정이며, 특별건축구역 의제 등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도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조합원에게는 기존 정비계획 대비 추가수익 보장, 장래 부담 아파트 값을 현물선납(양도세 비과세) 후 정산방식 등 분담금 증가 리스크 제거(공기업이 부담) 등의 혜택이 부여되고, 기존 정비사업장도 희망시 공공 직접시행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기존 선정업체 승계 및 매몰비용 보전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기존 정비사업장이 공공 직접시행으로 변경할 경우 조합은 시공브랜드 선정 외 기능을 공기업에 양도(주민대표회의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도시재생 사업방식 개선 등

도시재생사업의 노후 주거지 개선 기능도 대폭 보완된다. 공공이 쇠퇴지역에 지구단위 주택정비를 추진하는 ‘주거재생혁신지구’를 신설, 도시재생 지구 내 신규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제한적 수용방식(주민 2/3 동의) 적용, 입지규제최소구역 의제 및 기반시설․생활SOC 설치 국비지원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정비사업·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을 연계하는 ‘주거재생 특화형 뉴딜사업’도 신설될 예정으로, 정부는 재정 지원을 강화해 연간 120곳 이내의 사업지를 선정해 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전국 15~20곳에 약 26만호 내외의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할 예정인데 ▲수도권역은 서울 인근 또는 서울 접근성 양호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권역은 광역시를 중심으로 공급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또한 도심 내 단기간에 입주 가능한 물량을 최대한 확충하기 위한 방안으로 준주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공사비 기금지원 및 세제혜택 강화, 매입리츠 신설 및 매입자금 지원강화 등을 추진해 공실 호텔‧오피스를 청년주택(기숙사 등)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매입약정 방식을 통한 양질의 다세대‧오피스텔 공급 확충을 위해 HUG 보증 신설(사업비의 최대 80%까지) 및 시중은행 저리 대출유도 등도 추진한다.

 

◇ 대책발표일 이후 지분확보시 우선공급권 미적용

한편, 정부는 이번 방안과 관련한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대책으로 “우선공급권은 1세대 1주택 공급을 원칙으로 하고, 대책발표일 이후 사업구역 내에서 기존 부동산을 신규로 매입하는 사람에게는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대책발표 이후 지분 변동, 다세대 신축 등을 통해 추가 지분 확보 시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고, 1채 건축물‧1개 필지를 다수가 공유하더라도 우선공급권은 1개만 허용할 계획이다.

우선공급권은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전매제한이 설정되며, 우선공급 대상자는 우선공급계약일로부터 5년내 투기과열지구 우선공급 및 정비사업 조합원 분양이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사업예정 지역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실거주‧실경영 목적이 아닌 부동산 매입을 제한하고, 사업예정구역 및 인근지역의 이상거래 등 투기수요에 대한 실거래 기획 조사 및 현장점검 등을 강화할 예정이며, 특히 최근 거래가격 또는 거래량이 예전보다 10~20% 상승할 경우 대상지역에서 제외하고, 공공재개발 등 기 발표 정책 참여 희망 지역도 가격상승 관찰시 사업선정에서 제외한다.

※ 정부가 계획한 공급부지 확보 물량 추계치(단위 : 만 호)


◇ 시장 반응은?

정부는 이번 방안과 관련해 “종전의 공공주도 사업과 달리 이번 대책에는 다양한 민간참여 방안이 준비되고 있다. 민간기업이 단순한 설계․시공에 참여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및 소규모정비사업 등 일부사업에서는 민간기업이 직접 지분참여 또는 사업비 부담 등을 통해 공동 시행하는 방식도 추진한다. 특히, 새로 도입되는 역세권 및 준공업지역에 대한 소규모 재개발, 신축․구축 혼합지역의 정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은 민간의 단독사업을 원칙으로 시행되는 만큼 앞으로 활발한 민간의 참여가 기대되는 분야”라면서 “이번에 제시된 개발 모델은 ▲기존에 토지주들이 스스로 사업을 추진할 때 예상되는 수익률보다 10%~30%p(예시)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토지주에게 도시‧건축규제 대폭 완화, 재건축 2년 의무거주 면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 현물납입시 양도세 비과세 등의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한편 ▲신속한 인․허가와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사업속도와 사업성을 배가해 평균 13년 이상 소요되는 기존 정비사업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통해 5년 이내로 단축되고 ▲기존 자산의 소유권을 공기업에게 넘기고 우선공급권을 부여 받은 후 모든 사업 리스크를 공기업이 부담하는 현물선납 방식을 도입하는 등 현재 조합원 및 토지주에게 기존 사업보다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서는 방안 발표 직후부터 마찰음과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투기 우려 방지책으로 제시된 ‘대책 발표일 이후 추가 지분 확보 시 우선공급권 미부여’에 대한 부분은 재산권 침해 및 소급적용 논란으로 이어졌다. 공급방안에서 언급된 사업들이 어디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게 나온 것도 아니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관련한 도시 및 주거환정비법 개정이 이뤄진 것도 아닌데 대책 발표일을 현금청산 기준일로 삼는 것은 공공의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는 하지만,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진행할 경우 조합원들의 자율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점, 이면에 존재하는 막대한 공공대행 수수료에 대한 부담 등도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량이 현실화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의문이다.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에 정부가 예상한 것만큼 많은 참여가 뒤따를 수 있을 것인지 아직 모를 일이다.

특히, 무엇보다 문제로 지적 되는 것은 바로 ‘역차별’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공급방안은 ‘공공’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같은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공공이 하면 다양한 인센티브와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고, 민간이 진행하면 아무런 혜택이 없는 점은 쉽사리 납득할 수 없거니와 아예 정비사업은 공공에 맡기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이제 정비사업은 노후․불량주거지역을 개선해 국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사업이 아니라 국민의 재산으로 ‘공공’이 사업을 하고 이득을 챙기는 사업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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