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법령의 개정은 항상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적용범위, 시점, 위법여부 등에 대해 수많은 다툼이 일어나게 된다. 최근 불거진 2018년 2월 9일 부터 시행된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상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시점 및 효력범위와 관련한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문제는 법제처의 2019년 9월 6일자 법령해석례에서 시작됐다. 법제처에서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조합의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추진위원회에서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과 조합에서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은 개정된 도시정비법 제29조에 따라 별개로서 이뤄져야 하는 바, 기존에 추진위원회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를 초과하는 조합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했다(법령해석례 19-0206, 회신 2019. 9. 6.).

위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정비사업현장 곳곳에서 다툼이 발생하게 됐다. 일부 관청에서 위 법제처의 해석을 바탕으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라 하더라도 조합에서 별도 입찰, 선정되지 않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조합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행정조치를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조합을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사태 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 법제처 해석은 개정 도시정비법을 기계적으로 해석한 것일 뿐 체계적, 합리적 해석에 반한다 할 것이다.

먼저, 도시정비법 제34조 제3항에 따라 추진위원회의 업무는 전부 조합으로 포괄승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도시정비법에서 포괄승계에 특별한 제한사항을 추가하지 않은 이상 추진위원회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당연히 조합의 업무도 수행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도시정비법에서는 추진위원회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및 설계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정해놓았는데, 유독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계약만 조합에 승계될 수 없다고 본 것은 도시정비법 제34조 제3항을 부당하게 축소해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또한 관련 민원 질의회신(2019. 11. 5.시행 주택정비과-4470호)에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 설계자의 경우 그 업무범위를 동 운영규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설계업무의 특성상 정비사업 전반에 걸쳐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 설계자의 업무범위를 추진위원회 단계로 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할 것으로 판단됩니다”라고 해석했는데, 결국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계약 등 관련 업무 또한 도시정비법 제34조 제3항에 따라 당연히 신청인 조합에 포괄승계되는 것이며, 이와 달리 보는 것은 다른 용역업체(설계자 등)와 부당한 차별을 두는 것이 된다.

나아가 국토교통부 고시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6조(승계 제한)가 “이 운영규정이 정하는 추진위원회 업무범위를 ‘초과’하는 업무나 계약, 용역업체의 선정 등은 조합에 승계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도시정비법 제32조 제1항 제1호 및 위 고시 운영규정 별표 제5조 제1항 제2호는 ‘법 제102조에 따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을 추진위원회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운영규정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또는 도시정비법에서 따로 정하고 있지 않은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경우에 한해’ 해당 용역업체 선정 등 행위가 조합에 승계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말해 추진위원회에서의 유효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은 당연히 추진위원회의 업무에 포함된다는 것이며, 이는 조합에서 승계가 제한되는 범위의 용역업체 선정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을 위한 사전 절차이고 조합과 분리해 독립된 의미를 갖는 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률상 추진위원회와 조합이 구분돼 있다거나 각 의결의 대표성 등을 이유로 기계적으로 정비회사의 업무를 추진위원회의 업무와 조합의 업무로 구분하는 것은 지나치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조합 각종 행정업무를 보조하고 있는 만큼 정비사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비회사 업무기간의 연속성 역시 보장하는 것이 입법의도에 합치하며, 실무적으로도 위와 같이 보는 것이 타당하다.

참고로 개정 도시정비법 부칙규정에서는, 법 제29조에 대해 “이 법 시행 이후 최초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법률 제14857호, 2017. 8. 9.), 개정 도시정비법 시행 시점 이전에 이미 추진위원회에서 유효하게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라면 굳이 조합에서 또 다시 입찰 등 절차를 거쳐 재선정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다.

결국, 명확한 법률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법제처 등의 해석만으로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회사의 업무범위’를 제한하는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의 정비사업전문관리 용역계약은 모두 무효로 돼 각종 법적 분쟁이 유발될 뿐만 아니라, 조합장은 조합총회결의 없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한 것이 돼 도시정비법 제137조 제6호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등 법적 안정성이 저해되고, 정비사업에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부디 차회 개정 시에는 도시정비법의 체계와 추진위원회와 조합 간의 연속적 관계 등을 고려한 세심한 입법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도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