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입법촉구 … 국회도 공청회 열어

‘LH 사태’ 등으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하 이해충돌발지법)’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됐다면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부동산 거래와 같은 행위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사회 각층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청렴사회민관협의회는 지난 3월 11일 국회의 이해충돌방지법 처리 의지를 적극 환영하면서 조속한 입법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청렴사회민관협의회는 시민사회‧경제계‧직능‧언론‧학계 등 사회 각 분야 대표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주요 반부패 과제를 선정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민‧관 협의기구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투명성기구 등 9개 시민사회단체 ▲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경제단체 ▲ 한국감사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5개 직능단체 ▲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협회와 한국행정연구원 등 7개 언론‧학술단체를 포함해 총 32개 기관‧단체의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협의회 참석자들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된 LH 직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공직자가 직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 등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봤다. 이에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의 조속한 제정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국민권익위에도 적극적인 입법 활동과 함께 법 시행에 대비한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국민권익위 전현희 위원장은 “이번 LH 사태를 통해 공직을 이용한 사익 추구를 효과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는 시대적 과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국민권익위는 조속한 입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사)한국투명성기구는 지난 3월 16일 국회 정문 앞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LH 직원들의 투기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공직사회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뒤로 밀어놓았던 이해충돌방지법을 꺼내 들더니 3월 임시국회에서의 처리를 약속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국회에 주문했다. 일파만파가 아닐 수 없다”면서 “그러나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공수표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공직자가 업무수행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재산을 증식하는 행위를 차단하고 자신의 업무와 관련 있는 사적이해관계를 신고‧공개하도록 해 외부의 감시가 가능하도록 했다면, LH가 이렇게까지 곪아터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시민사회에서 2000년대 초부터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종합적인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제도의 도입을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좌절돼 왔다. 이해충돌방지법이란 이름으로는 2013년 이래 발의와 폐기가 반복되고 있다. 손혜원 전 의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수주 의혹이 제기됐을 때, 시기 시기마다 이해충돌을 규제하는 관련 법을 경쟁적으로 발의했지만 그뿐이었다. 국회는 정작 법 제정을 위한 심사와 논의를 회피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누구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진심으로 앞장서지 않았다. 오늘의 LH 사태의 책임에서 절반은 국회의 몫”이라면서 “21대 국회에도 6개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 제출됐지만 여론에 밀려 이제 겨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청회와 법안심사 일정이 잡혔을 뿐이다. 더 이상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미루지 말라”고 강조했다.

위와 같이 시민사회단체의 이해충돌방지법 입법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3월 17일 현재 계류중인 이해충돌방지법과 관련한 관계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윤태범 교수는 “이미 지난 6년 동안 이해충돌 방지의 제도화와 관련한 많은 논의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국회에서는 논란이 대폭 축소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의 정부안은 적용대상을 공직자로 명확하게 한정하고, 직무관련성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한편, 이해충돌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들도 다양화하는 등 이전 법안과 비교해 상당히 많이 보완됐다”면서 “때문에 이번에는 5년 전과 같은 원론적이고 개념적인 논쟁보다는 구체적인 조항들을 중심으로 보다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새로운 법률인 만큼 국회에서 세심하게 논의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또 보완해야겠지만, 6년 전과 같은 상황으로 회귀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참여연대 이재근 권력감시국장은 “이제라도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국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미 ‘공무원행동강령’이 개정돼 이해충돌방지법(안)의 주요 내용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역시 제정 당시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 등이 있었지만, 큰 무리 없이 시행되고 있다”면서 “큰 틀에서 국민권익위에서 제안한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중심으로 법을 제정하되 정보공개의 확대, 미공개정보 이용 처벌, 제3자와 부당이득의 대한 환수를 위한 징벌적 벌금 부과 등의 부분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법 제정의 결론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법무법인 율정 임영호 변호사는 “공직자 등이 공정하지 않은 업무처리를 하는 경우 국민들은 분노하고 허탈해하며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게 된다. 현 정부하에서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LH 임직원들의 투기 사건 이전에도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킨 몇 가지의 사건들이 있었고, 여기에 더해 이번 투기 사건은 이해충돌방지법안 제정 필요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면서도 “가급적 명확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법규정을 정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법에서 우리 사회 공직자들의 청렴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와 요구를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공직자 등도 국민인 이상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법이 해석‧운영되거나 개인들의 자유나 건전한 사회활동을 함부로 제약하는 방식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해충돌방지법은 애초의 입법 의도와 달리 공직사회 내부에서의 경쟁자 공격하기, 혹은 미운 자 찍어내기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이번엔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어떤 모습으로 결론을 맺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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