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공약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취임 후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했던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꺾고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이 됐다.

대한민국 제1의 도시이자 대선으로 향하는 관문 격이라는 정치적인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특히 서울시장은 여타 지방자치단체체장과 비교해 그 위상이 높다. 1,000만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거주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실상 모든 분야의 중심지인 우리나라 최고도시의 행정을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의결권은 없지만 전국 지자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배석하는 점도 눈에 띈다. 서울시장을 ‘소통령(小統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서울시장의 정책방향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바가 크다. 대부분의 주택정책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비사업 관련 정책만 따로 놓고 살펴봐도 서울의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 ‘주택공급 활성화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공약 1순위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거운동 당시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을 바탕으로 한 ‘주택공급 활성화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공약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웠다.

▲서울시 용적률 규제(주거지역 용적률 및 2종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완화 ▲한강변아파트 35층 이하 규제 등 서울시 내부에만 존재하는 방침 성격 규제 폐지 ▲주택공급확대를 위한 서울시 위원회 및 조직개편 ▲비강남권의 상업지역 확대, 준공업지역 축소 및 규제완화 등 1년 내 서울시 내 도시계획규제를 혁파하고, ‘도심형타운하우스 모아주택’ 도입으로 3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것. 모아주택은 소규모 필지 소유자가 의견을 모아 공동개발 할 수 있도록 일정 규모(500㎡~3000㎡) 이상이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소형재건축사업을 말한다.

특히, 오세훈 시장은 정비사업과 관련해서는 “재개발‧재건축사업 정상화로 18만5000호의 추진동력을 확보하겠다”면서 ▲구역지정 기준완화를 통해 재지정 촉진 ▲정비지수제 폐지를 통해 노후주거지의 신규구역지정 활성화 ▲용적률 및 층수규제 완화 등을 통해 일반분양물량을 확보해 사업성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선거운동기간 중 장위11구역을 방문해 해제지역의 고충과 현안문제를 듣고 “해제구역에 대한 환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검토 등을 공약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박형준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대통령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입법 독주를 해왔던 거대 여당의 행보도 조심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 관계자들이 규제 위주의 주택정책이 완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 ‘공공주도’ 주택공급 서울서 힘 잃나?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됨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주도 주택공급도 추진동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의 큰 축을 공공 재개발‧재건축 및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으로 충당하려던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 하지만 국내 제1과 제2의 도시인 서울과 부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됐고, 당장 이 두 지역에서부터 각종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주민들이 ‘공공’에 의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게 자명하다.

‘공공주도 3080+’을 통해 전국 도심에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계획 중 서울은 32만 가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인데, 이것이 쉽지 않을 터다. 여기에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치가 한층 높아진 정비사업 추진 지역 주민들이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공공을 선택할 가능성은 한층 낮아지게 됐다.

이 때문인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4월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주택 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지정, 심의·인허가 등 일련의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상호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4월 8일 당선 확정 즉시 임기가 시작됐으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내년 6월 30일까지 약 1년 3개월간 시정을 이끈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서울시 정비사업 나아가 전국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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