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고원 김수환 파트너 변호사 /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법무법인 고원 김수환 파트너 변호사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조합장 등 임원의 해임 시, 최근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해임 결의 외 직무정지 결의까지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해임 결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후임 임원의 선임 전까지는 여전히 직무수행권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표준정관은 ‘사임하거나 해임되는 임원이 새로운 임원이 선임, 취임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될 경우 이사회 또는 대의원회 의결에 따라 그 직무수행을 정지하고 임원의 직무를 수행할 자를 임시로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재개발표준정관의 경우 제18조 제4항 본문), 민법 제691조가 수임인(조합임원)의 위임종료 시 긴급 사무수행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 판례 역시 해임총회에서 해임결의와 별도로 직무집행정지에 관한 의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주류적인 것으로 보인다. 즉, 해임결의와 더불어 직무정지의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본다면, 결국 직무집행정지 의결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후임 조합장의 선출 시까지 해임된 조합장은 여전히 직무수행권을 가지고 있다고 봄이 논리상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해임 결의만 되고 직무정지 의결은 되지 않은 조합임원의 직무수행권’에 대해 최근 판례의 경향은 “해임 결의만 있다면 별도의 직무정지 의결이 없더라도 해임된 임원의 직무수행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바, 이는 재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즉, 표준정관(및 대부분의 조합 정관)이 ‘사임’과 ‘해임’을 동일시하고 있는 점, 위 정관 규정이 사임하거나 해임된 임원이 직무수행권을 가진다는 점 등을 전제로 이사회 및 대의원회에서의 직무정지의결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법원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는 점, 민법 제691조가 수임인의 긴급사무처리권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본다면, 해임 의결된 조합장 등 임원은 여전히 직무수행권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함이 상당하다.

더하여, 임원의 해임 후 소집되는 총회는 결국 ‘임원 선임 결의’가 주된 안건일 텐데, 이는 위 수임인의 긴급사무처리권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또한 임원 선임 총회의 경우 ‘소집권자’는 ‘해임된 조합장’이지만, 그 의사진행은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 및 선거관리위원장이 주재한다는 점, 2015년 서울특별시 표준선거관리규정 도입 이후 대부분의 조합에서 선거관리규정을 둬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춰본다면, 직무정지의결은 되지 않은 해임된 조합장이 임원선임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에 관해 여러 법원의 가처분 결정, 판결이 엇갈리고 있지만, 최근 법원의 결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법원은 조합 정관이 “‘사임하거나 또는 해임되는 임원이 새로운 임원이 선임, 취임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사회 또는 대의원회 의결에 따라 그의 직무수행을 정지하고 조합장이 임원의 직무를 수행할 자를 임시로 선임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는 바, 이는 임원이 해임되더라도 이사회나 대의원회에서 직무정지를 결의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임원이 선출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 할 것이어서 직무정지가 의결되지 않은 조합장 직무대행자가 이 사건 총회 소집의 후속 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7. 3.자 2020카합50439 결정).

물론, 위 결정은 조합장 직무대행자가 총회를 소집한 이후 해임 의결된 경우로 일반적인 사안과는 다소 구별되지만, 총회의 소집절차가 ‘소집 통지’ 이후 ‘결의의 완성’ 전까지 연속되는 후속절차까지 포함한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위 정관 규정의 해석 및 민법 규정의 해석에 유의미한 사례가 아닐까한다.

참고로 ‘사임’한 임원의 직무수행권에 대해 대법원은 “민법상 법인과 그 기관인 이사와의 관계는 위임자와 수임자의 법률관계와 같은 것으로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면 일단 그 위임관계는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나, 그 후임 이사 선임시까지 이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관에 의해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법인으로서는 당장 정상적인 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처하게 되고, 이는 민법 제691조에 규정된 급박한 사정이 있는 때와 같이 볼 수 있으므로 임기 만료되거나 사임한 이사라고 할지라도 그 임무를 수행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임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이사의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 할 것(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0915 판결)”이라며, 사임한 재건축조합장이 정관 규정에 따라 행한 총회소집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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