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이기영 변호사

[지역주택조합 사업 바로 알기]

 

법무법인(유한) 현 이기영 변호사

∥ 서설

지역주택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동·호수를 지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선호하는 동·호수를 미리 선택하게 해줌으로써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으며, 조합 입장에서도 선착순 동·호수 지정의 방식으로 가입을 유도함으로써 조합원을 용이하게 모집할 수 있는 바, 전국 대다수의 지역주택조합들이 위와 같은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만, 주택조합 사업은 특성상 진행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 재정의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변수들에 따라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편으로(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75892 판결 등 참조), 당해 조합이 관할관청으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공동주택의 세대수, 규모 등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미리 선택한 동·호수가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일부 조합원들은 위 사전 동·호수 지정행위에 대해 기망 내지 착오에 따른 가입계약 취소를 주장하는 경우가 상당한 바, 이에 관한 각급 법원의 판결례들을 소개·분석해보고자 한다.

 

∥ 관련 판결례

- 가입계약 취소가 가능하다고 본 사례

가. 주택조합의 공동주택 신축사업은 조합 설립인가 후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만 아파트의 세대수와 규모 등이 정해지므로, 조합가입 당시 정한 동·호수는 단순한 예상에 불과하고 변경될 여지가 상당히 많은데도, 조합이 가입계약 체결 당시 이를 자세히 설명하거나 고지하지 아니함(수원지방법원 2020. 12. 16. 선고 2019가합315 판결).

나. 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하는 아파트 신축사업이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지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알기 어려우므로 조합으로서는 조합가입을 원하는 계약자에게 사업의 진행방식 및 관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이후에야 비로소 아파트의 규모와 세대수가 결정된다는 점을 명확히 설명할 의무가 있음(의정부지방법원 2020. 6. 16. 선고 2018가단1364 판결).

다. 가입계약서 표지에 수기로 특정한 동·호수가 적혀있는 반면, 동·호수 변경 가능성에 기재돼 있는 계약 조항은 작은 글씨로 한 줄 적혀있을 뿐이어서 조합의 주관적 의사와 상관없이 계약 상대방인 원고로서는 가입계약이 특정된 동·호수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임(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7. 21. 선고 2019나529 판결).

 

- 가입계약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본 사례

가. 지역주택조합의 아파트 배분이 나중에 확정되지만 사업추진단계에서도 건축할 수 있는 세대수, 건축계획 등이 대략적으로 정해지므로 조합원들 간에 동·호수를 배분하기 위해 조합원 가입 시 동·호수를 지정할 필요성도 있고, 이는 조합원 분담금액과도 연계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변경가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조합원들(또는 가입희망자)이 동·호수를 정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것이 그 자체로 기망이라고 할 수 없음(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11. 26. 선고 2018가단1299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5. 27. 선고 2019가단2262 판결).

나. 원고 스스로도 계약 체결 당시 계약 목적물을 이미 건설 완료된 아파트나 주택법상 사업계획의 승인이 완료된 아파트로 정하지 않았고 이러한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이며, 조합이 사업계획승인일 이전에 동·호수를 지정해 조합원을 모집하는 행위 자체가 당시 시행되던 주택법 관련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자료도 없음(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3. 11. 선고 2019가단2661 판결).

다. 조합규약, 가입계약서, 위임장 및 확약서 등의 내용에 비춰보면, 원고로서는 동·호수를 미리 지정하더라도 주택건설사업계획이 변경됨에 따라 평형, 층수, 배치 등이 변경돼 지정한 동·호수대로 배정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조합은 사업계획 변경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지정한 동·호수를 공급할 의사였던 것으로 보임(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1. 4. 22. 선고 2020가단921 판결).

 

∥ 상세 검토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3조 제2항 제5호에 의하면,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추첨 방법에 의한 배정방식을 정한 동 규칙 제25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바, 이러한 선착순 배정방식에 의한 공급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사업계획 변경에 따라 가입 당시 지정한 동·호수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 사안에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된 사람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규약이나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내용과 다르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의무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러한 권리·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초과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조합가입계약의 불이행으로 보아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에 기초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성상 사업추진 과정에서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고 ▲원고들 또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후일 사업계획이 변경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날인한 이상 ▲당초 지정한 동·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조합가입계약의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12467 판결, 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9다259234 판결 등).

지역주택조합은 다수의 인원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결성하는 조합으로, 가입을 하고 나면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공동주택 신축사업의 주체가 돼 직접 사업을 추진해나가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바, 대법원이 적절하게 판시한 바와 같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모든 조건들이 확정된 상태에서 기성의 주택을 공급받기로 하는 분양계약과는 성질을 달리 한다.

앞서 소개한 하급심 판례들을 살펴보면, 가입계약 체결 과정에서 동·호수를 먼저 지정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가입계약의 취소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호수가 아직 확정되지 아니했음에도 변동 가능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무조건 해당 동·호수에 입주가 가능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등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수준을 넘거나 신의칙에 비춰 시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가입계약의 취소를 인정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추후 변동 가능성을 예정한 상태에서 동·호수를 미리 지정하는 행위만으로는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지만, 당장 가입하면 선호도가 높은 특정 동·호수에 무조건 입주가 가능하다는 식의 홍보는 추후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다.

더욱이 2019년 10월 29일 일부 개정된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의4 제2항 제15의2호는 ‘동·호수는 법 제15조에 따른 사업계획승인일 이후에 배정한다는 사실과 구체적인 배정 시기의 결정 및 통지 방법’을 조합원 모집공고에 포함시키도록 함으로써 동·호수가 사업계획 승인 이후 확정된다는 점을 사전에 알리도록 정하고 있다.

가입자의 경우 가입 당시 선택한 동·호수가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라 가(假)지정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며, 조합의 입장에서도 분담금 책정 등 실무상의 필요에 따라 동·호수를 미리 배분하려는 경우 모집공고와 별도로 이것이 추후 사업계획 변경 등의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임을 가입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에 관한 확약서 등의 제반 서류를 징구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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