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김우중 변호사

[지역주택조합 사업 바로 알기]

 

법무법인(유한) 현 김우중 변호사

∥ 문제의 소재

주택법에 따른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1980년 개정 주택건설촉진법에서 처음 도입됐는데,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상의 정비사업조합 제도(구 도시재개발법 상의 재개발조합)를 차용한 것이다.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사업 초기단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업무를 진행하고자 결성된 단체인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만, 주택법은 ‘발기인’, ‘조합원을 모집하는 자’ 등을 포괄해 ‘모집주체’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주택법 제11조의2 제1항, 제11조의3 제1항 및 제8항 등), 조합설립을 위해 활동하는 추진위원회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처럼 추진위원회에 관한 주택법 규정이 없음에도 대부분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에서 ‘추진위원회’라는 명칭의 단체가 결성돼 조합설립을 위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바, 그 법적 성격이 문제되는데, 창립총회를 개최해 조합규약이 제정되기 전의 추진위원회가 비법인사단이라는 점은 대부분의 판결이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추진위원회의 구성원이 누구인지, 특히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계약자가 추진위원회 구성원인지에 대해 정립된 판례가 없어 실무상 혼란이 많았다.

지난해 7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계약자는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의 구성원이다”라는 결정을 했으나, 이를 뒤집은 올해 7월 서울고등법원 결정을 소개하고, 이에 관한 평석을 하고자 한다.

 

∥ 관련 결정

가.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창립총회 전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계약자 일부가 임시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한 사건(2020비합21)에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들은 추진위원회 구성 및 임원 선임 등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위임장을 작성·교부함으로서 추진위원회 구성에 관여했다는 점 ▲추진위원회 규약은 향후 설립될 지역주택조합이 신축할 아파트를 공급받을 의사가 있는지를 회원 자격의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들은 이를 충족한다는 점 ▲추진위원회 규약은 조합 설립으로 모든 업무와 자산이 조합에 포괄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들은 추진위원회 존립 등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 ▲조합원 가입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을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주체로 인정하고, 그들의 집단적 의사에 따라 이 사건 사업을 진행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추진위원회는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을 그 구성원으로 하는 비법인사단으로 성립했다”고 전제하고, 사단법인의 임시총회 소집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70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들에 의한 추진위원회 임시총회 소집을 허가했다.

위 소집허가 결정에 근거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계약자 일부는 임시총회를 소집한 뒤 추진위원회의 임원 해임 및 선임 결의를 마쳤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기존 추진위원회 임원들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나. 하지만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임시총회 결의로 임원들이 해임됐음을 이유로 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사건에서, 위 임시총회 소집허가 결정과 같은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계약자는 추진위원회 구성원’이라고 전제했으나, 위 임시총회 결의는 ‘계약이 해지된 자를 제외하면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무효’라고 봐 위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2021카합20081).

다. 이에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계약자 일부는 위 가처분 결정에 항고했고, 서울고등법원(항고심)은 추진위원회 구성원에 관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들은 ‘창립총회와 조합설립인가를 통해 조합규약상 조합원 지위를 취득하기 이전의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향후 조합원 지위 취득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 ▲조합가입계약서에는 조합규약 등이 첨부돼 있을 뿐 비법인사단으로서 독자성을 갖는 추진위원회의 규약은 첨부돼 있지 않아 조합가입계약자들이 추진위원회 구성원으로 가입하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추진위원회 구성 및 임원 선임 등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위임장은 지역주택조합의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첨부해야 하는 조합장선출동의서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조합가입계약자들에게 추진위원회 구성 및 임원 선임에 관여할 구체적인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조합가입계약자들이 추진위원회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곧바로 비법인사단인 추진위원회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추진위원회 구성원 아닌 자들이 소집한 임시총회 결의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 평석

가. 서두에 밝힌 것과 같이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는 주택법령 상 법적 근거가 없으나, 주택법령의 제 규정을 참고하면 추진위원회의 법적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데 ▲조합설립을 준비하는 발기인과 조합임원은 각 결격사유를 달리 규정하고 있다는 점(주택법 제13조 제2항, 제11조 제7항)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들은 조합규약에 자필 서명할 것을 요구받을 뿐, 추진위원회(내지 모집주체) 자치법규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지 않는다는 점[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1항 제1호 가목의 3)]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가 조합원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당시 조합원 자격을 갖췄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므로(주택법 시행규칙 제8조 제3항),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에는 조합원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추진위원회는 설립될 조합과 별개의 주체로서 지역주택조합 설립업무를 진행할 목적으로 결성된 비법인사단이다.

나. 비법인사단의 구성원 신규가입은 가입희망자의 신청과 사단 측의 승낙에 의해 성립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대법원 판결(2006다76606)을 고려하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는 별개의 비법인사단인 추진위원회에 가입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해야 추진위원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다. 창립총회 전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와 추진위원회 사이의 법률행위는 조합가입계약이 유일하고, 조합가입계약에 관한 처분문서는 조합가입계약서가 유일하다.

조합가입계약서에 대해 주택법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계약서에는 주택조합의 사업개요, 조합원의 자격기준, 분담금 등 각종 비용의 납부예정금액, 조합원 탈퇴 및 환급 절차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할 뿐(주택법 제11조의3 제8항), 추진위원회(또는 발기인 단체)의 가입에 관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의 조합가입계약서에는 장차 설립될 조합에 관한 내용만이 규정돼 있을 뿐, 추진위원회의 가입에 관한 조항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보면 조합가입계약서는 가입 신청자가 ‘장차 설립될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되고자 하는 의사’를 추진위원회에게 표시한 처분문서이고, 별도로 ‘추진위원회의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의사’가 표시된 조항 및 추진위원회 자치법규 내지 규약이 첨부된 바 없다면, 조합가입계약 체결만으로 추진위원회 구성원에 가입했다고 보기 어렵다.

마. 결국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의 구성원은 추진위원 뿐이므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가 사단법인에 관한 민법 규정 등을 근거로 법원에 추진위원회 임원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바. 앞서 언급한 서울고등법원 결정은 추진위원회에 관한 주택법령이나 추진위원회 구성원에 관한 판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창립총회 이전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해 규정한 주택법령과 조합가입계약서를 근거로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계약자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원이 아니다”라는 명시적인 판단을 했는 바, 그동안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에서 빈발했던 실무상의 혼란을 종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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