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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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관계

채무자들은 A조합 조합원이자 임시총회 발의자 대표로서 지난 6월 8일 “조합임원 해임을 위한 총회를 6월 30일 개최한다”는 소집공고를 했다.

이어 채무자들은 6월 21일 “채권자(조합장) 측이 채무자들에 대한 조합원 제명을 위한 총회 개최를 획책하고 있어 이를 조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조합원 다수의 요청에 따라 “총회개최일시를 6월 24일로 변경한다”는 취지를 공고 및 통지했다.

한편, 채무자들은 조합 정관에 전자투표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임총회에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했다.

 

∥ 채권자의 주장

채권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해임총회가 위법하므로 개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과 이 사건 조합 정관에 전자적 의결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고, 설령 전자투표 방식으로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인인증서와 같은 공신력 있는 증명수단을 통해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투표를 철회할 수 있는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아 조합원들의 의사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나. 당초 6월 30일로 예정돼 있었던 이 사건 임시총회 3일 전에 갑자기 이 사건 임시총회를 앞당겨 개최한다고 공고했으므로 정관에서 정한 총회소집통지 규정을 위반했다.

 

∥ 판결요지

가. 총회의 의결방법에 대해 도시정비법 제45조 제7항에서 정관에 위임하고 있고, 채권자 조합 정관 제22조에서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 서면 또는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 의결방식을 한정하고 있거나 전자적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일반적인 서면결의서 제출 방식과 달리 이 사건 임시총회의 전자투표에 불법적 대리투표가 이뤄지거나 투표결과가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

현장 투표나 서면결의서 제출의 경우에도 투표 이후 철회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므로 전자적 투표방식에서 철회 방법이 부존재하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

 

∥ 결론

가. 해당 판결은, 총회의 의결방법에 대해 도시정비법 제45조 제7항에서 정관에 위임하고 있고, 채권자 조합 정관 제22조에서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 서면 또는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 의결방식을 한정하고 있거나 전자적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관에 특별히 전자적 의결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더라도 전자투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다.

과거 총회에서 전자투표가 가능한지에 대한 판결들은 대부분 정관에서 전자적 의결방법에 대해 규정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전자투표를 진행했던 사건들이었으나, 위 사안의 경우에는 정관에 전자투표와 관련한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했음에도 전자투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총회 개최 및 참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에 있어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발의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자투표의 경우 철회가 불가능하고 본인확인 절차도 다양하며, 불명확할 수 있는 등 기존 투표 방법과 그 방식, 특성이 상이하므로 전자투표가 가능하더라도 기존의 투표와 관련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특히, 위 사안의 경우 서면결의에 의한 투표를 전자적 방식으로 한 것으로 총회 자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거나 총회 현장에 직접 참석한 자의 투표도 전자적으로 진행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결정을 일반화해 전면적으로 전자총회 및 전자투표를 시행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현재 전자투표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전자투표를 진행하는 경우 최대한 기존 투표 방식에 부합하도록 전자투표 방식 및 시스템을 운영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나. 이 사건 임시총회에 도입된 전자투표의 경우, 조합원이 전자투표 사이트(H)에 휴대전화번호와 성명, 생년월일 8자리를 입력해 로그인한 다음, 비밀번호를 각자 변경해 변경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했고, 조합원의 인터넷 등록정보가 조합에 등록된 정보와 동일할 때 투표가 가능했다.

위 판결은 “위와 같은 이 사건 임시총회의 전자투표 방식은 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의 서면결의서 제출을 통한 의결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이는 바, 현재까지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일반적인 서면결의서 제출 방식과 달리 이 사건 임시총회의 전자투표에 불법적 대리투표가 이뤄지거나 투표결과가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과거 전자투표와 관련된 판결과 유사한 판단으로, 특별히 공인증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본인확인이 객관적으로 이뤄졌다고 본다면 대리투표나 조작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전자투표를 하는 경우 로그인 기록, IP 주소, 문자발송 내역 등 관련 전산정보가 기록되므로 해당 전산정보를 바탕으로 대리투표 및 조작을 확인할 수 있다고 봐, 위법한 전자투표가 진행됐다는 정보가 없는 한 쉽사리 전자투표의 공정성을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자투표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전자투표의 전산시스템이나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이고 ▲전산정보 내용도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일부 유리한 자료만 제공하고 불리한 자료를 숨기거나 폐기하는 경우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자투표 위법성 입증이 곤란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

다. 한편, 위 판결은 현장 투표나 서면결의서 제출의 경우에도 투표 이후 철회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므로 전자적 투표방식에서 철회 방법이 부존재하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기존 판결에 따르면, 비록 서면결의서를 제출했더라도 그 제출자가 스스로 서면결의를 철회하고 총회에 참석해 토론을 거쳐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오로지 총회의 진행을 방해하려는 목적에 의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제한해서도 안 될 것인 바, 만약 전자투표한 자가 총회 현장에 참석해 그 투표의 철회를 요구했음에도 철회가 불가능했다면 그 하자는 상당히 중대하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라. 최근 코로나 19의 확산과 그에 따른 조합 총회 소집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정관에 전자적 의결에 대한 규정이 없더라도 전자투표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결정은 일응 전자투표가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는 가처분 결정이고,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어서 확립된 법원의 태도라고 볼 수 없고, 도시정비법에는 전자투표에 대한 절차와 규정이 전무한 상황에서 섣불리 전면적으로 전자투표를 시행하는 것은 추후 총회가 무효로 될 수도 있는 상당한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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