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조합장의 직무대행 역할은 어찌 보면 곤욕스러운 일이다. 원래 조합에서 일하고 있었던 상근이사 또는 감사가 조합장의 직무대행을 하는 것은, 차기 총회에서 새로운 조합장이 당선될 때까지 조합의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수많은 비상대책위원회(소위 ‘비대위’)에서는 “결국 직무대행자도 같은 편 사람 아니냐”며 직무대행자까지 공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조합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시 “별도로 조합임원이 아닌 자를 직무대행자로 선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먼저, 조합장의 정관상 직무대행자와, 법원에서 선정된 조합장의 직무대행자는 그 업무범위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즉, 정관상 직무대행자(이사 중 최연장자, 감사 등)는 원칙적으로 조합장이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대행해 수행할 수 있다. 시공사선정 총회 또는 관리처분계획 총회 역시 직무대행자가 수행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판례다. 그렇다면 조합장의 직무집행정지 이후, 다른 조합임원이 조합장 업무를 대행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겨진다.

반면, 법원에서 선임된 직무대행자는 ‘통상사무’에 그 업무범위가 한정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49조에서는 “조합에 대해서는 이 법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는 바, 직무대행자의 업무범위에 대해 도시정비법에서 별도로 규정하는 바가 없으므로, 정관에 별도 규정이 없는 한 법원에 의한 직무대행자의 업무범위는 결국 ‘민법’ 규정에 따라야 할 것이다.

민법 제60조의2에서는 “직무대행자는 가처분명령에 따른 정함이 있는 경우 외에는 법인의 통상사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를 하지 못한다. 다만 법원의 허가를 얻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돼 있는 바, 직무대행자의 직무범위는 법원의 별도 허가가 있지 않은 이상, 조합의 통상업무에 속하는 범위 내로 한정된다.

그렇다면 통상사무란 무엇일까? 통상 사무란, 조합의 재산, 경영 및 기타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의 사무를 말한다(대법원 2008. 4. 14., 2008마277 결정 등 참조).

예를 들어 새로운 총회의 소집, 위 소집된 총회 결의를 통한 조합임원의 선출, 시공사의 선정 또는 용역업체와의 계약 체결 등의 업무는 조합의 재산, 경영 및 기타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업무로 보아 통상사무로 볼 수 없다. 결국 통상사무란 조합의 일상적 운영행위(지출 관리, 기 체결한 계약에 따른 단순 의무 이행 등)에 한정된다 볼 것이다.

실제로 일부 판결은 법원에서 선임된 직무대행자의 직무범위와 관련해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의해 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 직무를 대행하는 자를 선임한 경우에 그 직무대행자는 단지 피대행자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임시의 지위에 놓여 있음에 불과하므로, 그 정비사업조합을 종전과 같이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한도 내의 통상의 업무에 속하는 사무만을 행할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이고, 그 가처분결정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 외에는 정비사업조합의 통상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를 하는 것은 이러한 가처분의 본질에 반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09.7.6.선고 2009카합1347 결정, 대법원 2000.2.11. 99두2949 판결 동일취지).

따라서 법원에서 선임된 조합장의 직무대행자는 조합의 운영 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총회 소집 등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하기 어려우며, 이를 위해서는 별도로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만 한다(민법 제60조의2 제1항 참조).

앞서 본 바에 따라 조합장의 직무대행자는 먼저 법원에서 선임된 자인지 아니면 정관에서 자동으로 정해진 직무대행자인지를 구별한 뒤, 업무범위 내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도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