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본질적 의사 합치 있어야”

계약금 중 일부를 지급했지만, 구체적인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약금이나 계약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된 하급심 판례가 나왔다.

사정은 이렇다. A씨는 지난해 6월 17일 공인중개사로부터 매입하고자 하는 아파트에 대해 현 전세보증금, 전세만기일 등의 안내 및 매매대금 등에 관한 내용과 아파트의 등기부등본 사진, 아파트의 소유자 B씨의 예금계좌번호를 문자메시지로 받고, B씨의 계좌로 계약금 일부인 30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B씨는 계약을 파기한 후 지난해 10월 1일 사망했고, 해당 아파트는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상속됐다.

이에 A씨는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B씨가 일방적으로 이를 해제한 만큼 계약금 300만원에 위약금 3000만원을 더해 총 33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망인 B씨 및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송(2020가단11121)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구지방법원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먼저 대법원 판결을 인용,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며 “매매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원고는 매수인측 공인중개사를 통해 매도인측 공인중개사와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매매계약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매도인측 공인중개사는 망인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매도에 대해 어떠한 위임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원고로부터 300만원을 지급받았음을 확인한 즉시 매도인 측 공인중개사에게 위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았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문자메시지로 받은 망인의 계좌번호도 매도인측 부동산이 망인으로부터 직접 받았거나 망인의 허락을 받고 알려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 지적하고 “이를 조합해 보면, 원고와 망인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매매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따라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됐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약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이상 망인은 원고로부터 법률상 원인이 없이 300만원을 지급받았다고 할 것”이라며 “상속인들은 그 상속지분에 따라 A씨가 입금한 계약금에 지연손해금을 더해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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