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조선의 승려 장인’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은 12월 7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조성한 승려 장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을 진행한다.

 

◇ 조선의 불교미술을 이해하는 또 다른 열쇠, 승려 장인

조선시대에는 불교를 억압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정책으로 인해 불교가 쇠퇴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로 인해 이 시기의 불교미술 또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특히 임진왜란(1592~1598) 이후의 조선 후기 불교미술은 활발히 제작됐으며, 현재 전국의 사찰에는 이때 만든 수많은 불상과 불화가 전해지고 있다. 그중에는 다채롭고 화려하며 수준 높은 작품 또한 적지 않다. 이는 승려 장인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승려 장인은 전문적인 제작기술을 지닌 출가승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여러 분야의 승려 장인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신앙의 대상인 부처를 형상화하는 조각승(彫刻僧)과 화승(畫僧)이 중심이 됐다.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으로 협력해 불상과 불화를 조성했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으며 기술을 전수했다.

 


◇ 승려 장인 대표작을 한 자리에

이번 특별전은 국내외 27개 기관의 협조를 받아 국보 2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5건 등 총 145건(15개 사찰 출품작 54건 포함)을 출품하는 대규모의 조선시대 불교미술전으로, 전시된 작품의 제작에 관여한 승려 장인은 모두 366명이다.

특히,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에 활동한 조각승 단응이 1684년(숙종 10)에 불상과 불화를 결합해 만든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보물)은 이번 전시를 위해 337년 만에 처음으로 사찰 밖으로 나왔다.

또한 ‘붓의 신선’으로 불렸던 18세기 전반의 화승 의겸이 1729년(영조 5)에 그린 ‘해인사 영산회상도’(보물), 18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화승 화련이 1770년(영조 46)에 그린 ‘송광사 화엄경변상도’(국보)도 서울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 승려 장인의 작업과정과 작품세계

조선의 승려 장인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승려 장인은 누구인가’에서는 종교미술 제작자로서 일반 장인과 구별되는 승려 장인의 성격을 살펴본다.

1458년(세조 4) 작 경북 영주 흑석사 소장 ‘법천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국보)은 도화서 화원(畫員) 또는 관청 소속 장인이 제작한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대표적인 예다.

이와 달리 1622년(광해군 14) 작 ‘목조비로자나여래좌상’(보물)은 조각승 현진을 비롯한 승려 장인들이 협업해 만든 기념비적인 상으로서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제작방식과 특징을 잘 보여준다.

제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에서는 ‘화승의 스튜디오’와 ‘조각승의 스튜디오’를 연출해 승려 장인의 공방과 작업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1775년(영조 51) 작 ‘통도사 팔상도’ 4점(보물)과 그 밑그림에 해당하는 초본을 나란히 비교 전시해 스케치가 불화로 완성되기까지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컴퓨터 단층 촬영(CT) 결과를 이용해 기존에 소개된 적 없는 불화 초본과 목조불상의 내부 구조도 공개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대표적인 조각승과 화승의 중요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 제3부 ‘그들이 꿈꾼 세계’다.

조각승 단응이 만든 ‘마곡사 영산전 목조석가여래좌상’(1681년)과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1684년), 화승 의겸이 그린 ‘해인사 영산회상도’(1729년),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활약한 화승 신겸의 ‘고운사 사십이수관음보살도’(1828년) 등을 선보인다. 이 불상과 불화들은 좀처럼 함께 모이기 어려운 명작들로, 관람객들은 한 자리에서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제4부 ‘승려 장인을 기억하며’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포함한 조선 후기 불․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를 함께 전시한다. 이 공간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로 나아가는 불교미술의 새로운 면모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조선 후기의 조각승은 1000여명이고, 화승은 2400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많은 수의 승려 장인이 활약했던 이 시기는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르네상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특별전이 조선의 승려 장인과 이들이 만들어낸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그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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