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채 / 자유기고가

 

자유로를 따라 임진각 방향으로 가다 보면,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의 도시를 만날 수 있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드는 곳에 자리한 환경친화적 생태도시, 파주출판도시(북시티)다.

출판도시는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일대 48만평에 조성된 국가문화산업단지다. 지난 1989년 “국가발전의 핵심인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중심기지’를 확보해 21세기 국제화시대의 주체적 문화대응 능력을 배양하고 불합리한 출판유통구조의 현대화를 도모한다”는 목적아래 뜻있는 출판인들이 조합을 구성해 추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출판도시문화재단측은 “파주출판도시의 가장 큰 목표는 출판기획, 편집에서부터 인쇄, 물류, 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묶어내 대한민국의 출판문화산업 발전을 이뤄 내는 것”이라며 “이 도시는 자연과 호흡하는 친환경적인 문화공간이자, 아름다움을 세계에 내보일 수 있는 건축미 넘치는 곳이다. 영국 웨일즈의 헤이온와이와 벨기에 레뒤, 네덜란드의 브레드보트 등 유명 책마을과는 성격은 다르지만 이들 도시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대한민국의 출판문화발전은 물론 세계적인 출판도시로 발돋움해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문화관광도시가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현재 출판도시에는 출판사 110개사와 인쇄사 21개사, 출판유통회사 2개사, 지류유통/제본 등 총 150여개 출판관련 산업체가 건물을 지어 입주해 있으며, 임대로 입주하는 회사까지 총 600여개의 출판관련 업체가 입주해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기획, 편집해 바로 옆 인쇄사를 통해 인쇄 및 제본, 제책을 완료한 후 출판물종합유통센터를 통해 전국의 독자들에게 양질의 책을 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원스톱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파주출판도시를 찾아 느낀 첫 느낌은 바로 편안함이다. 출판도시는 마음의 양식을 만들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하는 책의 도시답게 도시 전체가 4층 이하의 높지 않은 건물들로 구성돼 절로 평온한 느낌을 갖게 한다.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는 서로 다른 건축물들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다. 출판도시는 저마다 스토리가 있는 독특한 건축물로 채워져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건축전시장’이라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출판도시의 외모에 감탄을 하면서 여기 저기 둘러보다 보니, 목각으로 만든 인형과 목수 아저씨가 눈에 띈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피노키오 목각 인형들이 맞이하는 ‘피노키오 뮤지엄’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동화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가장 먼저 찾은 4층 전시장에는 약 40개국에서 수집한 마리오네트 인형, 팝업북, 생활 소품과 포스터 등 1300여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피노키오 관련 물품이 이렇게 많이 있나 할 정도다. 2층으로 내려오면 직접 피노키오 종이관절 인형이나 목각인형을 만드는 체험학습과 ‘피노키오의 모험’을 구연동화로 즐기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피노키오와 함께 옛 추억에 빠진 후에는 출판도시의 랜드마크, ‘지혜의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안에 위치한 지혜의 숲은 1년 365일 언제든 누구의 간섭 없이 책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지혜의 숲에는 총 3개의 홀이 있는데 이중 지혜의 숲 1은 국내 학자와 지식인, 전문가들이 기증한 도서가 소장된 공간으로, 기증자들의 연구 분야에 따라 문화․역사․철학․사회과학․자연과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시대의 인문학 도서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지혜의 숲 2․3은 출판사 기증도서 코너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출판사들이 출판한 책들이 소장돼 있다. 분야별 분류가 아닌 출판사별 분류를 통해 우리나라 출판과 출판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으며, 카페테리아가 위치해 있고 어린이책 코너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자유로운 분위기로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도 좋다. 어린이책 코너에서는 출판사별로 분류해놓은 그림책과 다양한 언어의 그림책 원서를 접할 수 있다. 지혜의 숲 3은 24시간 개방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책을 보고 싶으면 방문할 수 있다.

지혜의 숲 입구에 들어서면 8m 높이 책장에 가득 차 있는 책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혜의 숲은 약 50만여권의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는데, 혹자는 이를 두고 도서관이라기보다 ‘책의 무덤’에 가깝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용객들끼리 모여 자유롭게 책을 읽고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면 ‘문화공간’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듯하다. 특히, 사서대신 ‘권독사’라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이용객들에게 책을 안내하고 추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혜의 숲은 사람들의 독서 예절을 바로 잡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꺼내기보다 보고 싶은 책 한 권씩 꺼내보기, 읽은 후에 제자리에 꽂기 등 ‘독서 운동’에도 앞장서며 ‘신개념 도서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매주 진행되는 인문학‧북 콘서트 등의 각종 문화행사는 사람들이 책을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혜의 숲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이라고 하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학습하는 곳이란 이미지가 강한데 이곳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책을 즐기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 즐겁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한편, 출판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조금 더 길게 즐기고 싶다면, 아름다운 서가와 고서의 향기가 함께하는 특별한 휴식 공간, ‘지지향’을 추천하고 싶다.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을 품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에서는 양질의 서가가 비치된 객실과 문화예술인들의 뜻을 모아 설계한 컨퍼런스룸,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들로 품격 있는 휴식을 제공한다. 또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연결돼 있어 대회의실, 다목적홀, 영상전시홀 등 최첨단 연수 지원시설들과 갤러리 지지향, 로비라운지로 이어지는 문화공간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1950년대 미국 극장에서 쓰이던 알텍스피커의 풍부한 음향으로 재즈를 즐긴다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우연히 마음을 울리는 글 한 구절을 발견할 수도 있는 만큼 단순한 하룻밤이 아닌 머무름과 사색의 시간을 느끼기에 충분할 터다.

출판도시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면, 근처에 위치한 헤이리에서 또 다른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출판도시를 벗어나 일산, 문산가는 방면으로 가면 멀지 않은 곳에 헤이리가 위치하고 있다. 헤이리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에 관한 담론과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이룬 공동체 마을로 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공연장 등 많은 문화예술공간을 갖추고 있다.

특히, 헤이리는 마을을 둘러싸고 주차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데, 어디로 가든 마을로 쉽게 들어갈 수 있으니 마음 놓고 어느 주차장이든 이용해도 된다. 다만, 주차장 1번 게이트로 입장하면 헤이리 공식 매표소인 안내소가 있다.

헤이리를 관광할 수 있는 투어차도 준비돼 있는데, 여유가 있다면 좋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도 좋다.

마을 안에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하다. 어린이들을 위한 토이박물관을 비롯해 나만의 수제나무 도장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등의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연인들을 위해서는 조각미술을 감상하며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어른들을 위한 영화박물관에서는 옛 영화들 떠올리며 추억에 잠길 수도 있다.

헤이리 마을은 380여명의 예술인들이 밀집한 마을이라 그런지 건물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예술’이다. 도심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건물들이 감탄을 자아내는데, 특히 심어져있던 나무를 그대로 두고 건물을 지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나무와 건물이 어우러져 있는 건물이 인상적이다. 마을 곳곳을 연결하는 넓은 거리 역시 팍팍했던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찾아가는길

 

-파주출판도시

서울에서 일산, 문산 방면으로 자유로를 타고, 출판도시휴게소를 지나기 전, 이산포분기점에서 약 10.4km를 지나, 파주출판도시진입로 표지판를 따라 우측도로로 진입하면 된다.

 

-헤이리

자유로를 이용해 일산 아산포IC로부터 15분쯤 가면 왼쪽에 ‘통일전망대’가 보이고 그 위로 고가도로가 지나치자마자 내리막길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성동IC다. 성동IC로 나와 첫 번째 성동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전방 100m 안에 헤이리 1번 게이트로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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