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전․월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나날이 급등하고 있는 반면 주택 매매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택가격이 이미, 또는 내년 상반기 안으로는 바닥을 칠 것이 분명하므로 조만간 상승세로 돌아갈 것”이라는 ‘바닥론’을 믿는 사람들에겐 요즘이 내 집 마련의 적기로 여겨질 만하다. 게다가 지난 4.1 부동산대책과 8.28 전․월세 대책의 ‘혜택’까지 있으니 나름 적기라면 적기이다.

반면 “주택 매매시장에는 여전히 거품이 존재하고 있으며, 바닥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도 멀었다”는 ‘거품론’을 믿는 사람들은 구태여 지금 주택을 사야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주택가격이 바닥인지 아닌지, 내년 중 상승세로 올라설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바닥론’에 방점을 찍는 전문가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의 견해 역시 ‘바닥론’에 좀 더 기울어져 있다.

최근 한 경제신문의 ‘2014년 상반기 부동산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에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응답이 58.9%로 “아직 바닥이 아니다”(40.9%)는 반응보다 많았다.

이 같은 결과는 비슷한 시기에 한 부동산 전문기관이 조사한 설문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기관의 설문조사에서도 수도권 거주자의 약 절반이 2014년 상반기 중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큰 폭 상승’(14.2%) 내지 ‘완만한 상승’(31.1%) 등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자가 전체의 45.3%를 차지했다. 반면 ‘완만한 하락’(6.8%)나 ‘큰 폭 하락’(1.9%)은 8.7%에 불과했고, ‘보합세 유지’가 19.0%였다.

2014년 상반기에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에는 지칠 줄 모르는 전․월세 가격 상승세도 한몫 거들고 있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60%를 넘어서면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옮겨 간다”는 ‘전세가격 60%론’이 깨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전세가격의 가파른 상승세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어느 순간에는 주택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상징후라고 할 정도로 높은 전세가격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어왔던 전세의 장점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위험성도 있다. 집주인의 사정에 따라 전세 보증금이 묶이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일부든 전부든 떼일 수도 있다. 특히, 주택가격이 더욱 하락하게 되면 ‘역전세’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역전세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전세가격의 하락으로 다른 좋은 거주지를 똑같은 금액으로 얻을 수 있는 전세자가 이사를 가려고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반면, 집주인은 다른 세입자가 쉽게 들어오지 않아 전세자를 그대로 두고 싶어 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경기에 따라서 전세난과 역전세난이 되풀이 되는데, 역전세의 경우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세입자와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게다가 집주인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의 추가 대출이 어려워 전세금을 반환해 주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세입자는 돈을 돌려받지 못해 새로운 주거지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고, 집주인의 입장에서도 집이 애물단지로 변하는 셈이다.

또,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면 세입자 역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오른 전세가격을 금융권의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해결하게 마련이다. 전세대출도 대출이니 소득에 비해 많이 대출을 받게 되면 ‘하우스 푸어’ 대신 ‘렌트 푸어’가 될 뿐 ‘푸어 신세’이기는 마찬가지다.

‘바닥론’에 방점을 찍는 사람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여전히 “집값에는 여전히 거품이 끼어 있고, 따라서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거품론’을 믿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최근 부동산 관련 서적 가운데 가장 잘 팔리는 것이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의 신간인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이다.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출간 10일 만에 추가로 1만부를 더 찍기로 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저자 스스로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단다.

이 책의 논점은 간단하다. 아직도 집값이 바닥을 찍으려면 멀었다는 것이다. 각종 언론에서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며 바닥론을 말하지만 실상은 머리 꼭대기에서 어깻죽지 정도 떨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집값 거품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양책 등으로 억지로 떠받치고 있고, 언론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게 바닥론을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바닥에 도달하려면 한참 더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1%대 초저금리 공유형 모기지 대출이 아무리 저금리라 하더라도 빚은 빚이고,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 만약 집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게 되면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집을 사게 되면 오랜 기간 빚의 노예가 될 뿐이니 최대한 가계 부채를 줄이면서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게 이 책의 골자이다.

주택가격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조만간 반등세로 올라설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거품이 끼어있는 상태여서 앞으로도 30~40% 정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과거시대의 ‘부동산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 새로운 부동산공식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전체적인 인구감소, 노령인구의 증가, 1인 가구의 확산 등에 따라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데다가 ‘투자목적’에서 ‘거주목적’으로 옮겨가고 있고,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등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는 전환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을 마련하든 전세로 살든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과 주의가 필요한 때이다.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4년 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도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