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력 인정범위 등 개선돼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중요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정비사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정비사업 초기부터 시작해 사업의 종료시점까지, 정비사업의 모든 과정을 추진위‧조합과 함께하는 유일한 협력업체가 바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즉 정비회사다.

정비회사의 중요성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도시정비법은 시공자‧설계자‧감정평가업자와 함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역시 추진위‧조합의 최대 의결기구인 총회에서 선정하도록 명시(제45조)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제5장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통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 및 업무, 결격사유, 등록취소 등과 관련된 규정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도시정비법은 제107조(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 대한 조사 등)를 통해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 대하여 업무의 감독상 필요한 때에는 그 업무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자료의 제출, 그 밖의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으며, 소속 공무원에게 영업소 등에 출입하여 장부ㆍ서류 등을 조사 또는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 등 지자체들은 정비회사 일제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부실한 회사를 업계에서 퇴출시킴으로써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한편,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 및 조합원들의 권익 보호 등을 위한 조치다.

그런데, 문제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현행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이에 따라 부실하지 않은 회사도 부실한 것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많은 정비회사들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기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 현행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기준은?

현행 도시정비법은 제102조(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를 통해 “▲조합설립의 동의 및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의 대행 ▲조합설립인가의 신청에 관한 업무의 대행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의 시행계획서의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에 관한 업무의 지원 ▲사업시행계획인가의 신청에 관한 업무의 대행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관한 업무의 대행 등의 사항을 추진위원회 또는 사업시행자로부터 위탁받거나 이와 관련한 자문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 또는 변경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도시정비법 시행령은 ‘별표 4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기준’을 통해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을 위한 다음과 같은 자본금 및 인력확보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기준(도시정비법 시행령 별표 4)>

○ 자본금 : 법인의 경우 5억원, 개인인 경우 10억원 이상

○ 기술인력 : 아래에 해당하는 자 중에 상근인력으로 5인 이상 확보

- 건축사, 도시계획 및 건축분야 기술사·특급기술인 중 1인 이상(필수)

- 감정평가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중 1인 이상(관련 법인과 업무협약 시 2인까지 인정, 필수)

- 법무사, 세무사

-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정비사업 관련 업무에 3년 이상 종사한 자

‧ 공인중개사‧행정사

‧ 정부기관‧공공기관 등에서 근무한 자

‧ 도시계획‧건축‧부동산‧감정평가 등 정비사업 관련분야의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

‧ 2003년 7월 1일 당시 관계법률에 의해 정비사업 시행을 목적으로 조합 등과 민사계약을 하여 정비사업을 위탁받거나 자문을 한 업체에 근무한 자로서 법 제102조 제1항부터 제6호까지의 업무를 수행한 실적이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

이와 같은 등록기준에 따라 대부분의 정비회사들은 일정한 자본금을 유지하고, 등록 및 유지를 위한 필수 인력인 건축사 및 기술사‧특급기술자 1인을 고용하는 한편, 기타 2인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감정평가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의 경우 통상적으로 감정평가법인 및 회계법인 또는 법무법인 중 2개 법인과 업무협약을 맺는다.

하지만, 많은 정비회사들은 “등록기준에 규정돼 있기에 회사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전문인력을 고용‧확보하고 있는 것”이라며 “위와 같은 전문인력이 실질적으로 사업진행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전문인력 기준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정비회사에 근무하면서 무수히 많은 현장에서 관련 업무를 진행해온 15년차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현행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기준 상 ‘전문인력’이 아니다.

 

∥ 비슷한 업역 등록기준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보다 용역 규모가 큰 주택건설사업자나 부동산개발업자 등도 등록기준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데, 어떤 이유로 유독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기준만 엄격한 잣대를 가져다 대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정비회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기준의 문제점 중 하나는 비슷한 업역의 등록기준과 비교해 봤을 때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나친 엄격함이다.

실제로 주택법 시행령 제14조(주택건설사업자 등의 범위 및 등록기준 등) 제3항 제2호에 따르면, 주택건설사업자 등록을 위해서는 주택건설사업의 경우 건축 분야 기술자 1명 이상, 대지조성사업의 경우 토목 분야 기술자 1명 이상의 전문인력만 확보하면 된다.

또한, 부동산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개발업법) 시행령 제4조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업의 경우 일단 확보해야하는 상근 전문인력 자체가 2명에 불과한데, 그 기준도 ▲변호사‧법무사‧공인회계사‧세무사‧감정평가사‧공인중개사‧건축사 ▲부동산 관련 분야의 학사학위 이상의 소지자로서 부동산의 취득‧처분‧관리‧개발 또는 자문 관련 업무에 종사한 자 ▲건설기술 진흥법 제2조 제8호에 따른 건설기술인 ▲그밖에 부동산개발에 필요한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등으로, 주택건설업자에 비해서는 까다롭지만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기준 개선돼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비회사들 사이에서 “전문인력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고, 과도하게 엄격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도시정비협회는 올해의 중점 추진사업 중 하나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기준 현실화’를 꼽고 있다. 전문인력을 현실에 맞게 보다 완화하고, 실질적인 정비사업 전문가들이 전문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은 “부실한 정비회사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은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각 추진위‧조합은 물론, 정비회사 스스로도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 기준이 될 수 있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고, 과도하게 엄격한 것은 분명히 문제로 지적된다”며 “현재의 등록기준은 통상적으로 추진위‧조합이 협력업체로 별도 선정하는 전문가들까지 굳이 정비회사에서 고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현장에서 활동해온 정비사업 전문가들을 전문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모순점을 갖고 있다. 이에 협회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기준을 현실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비회사의 건전성 확보는 궁극적으로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임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정비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하루빨리 현실적인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기준이 마련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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