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삼현도시정비 김형준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주)삼현도시정비 김형준 대표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필자는 2005년 청산조합 일을 시작으로 2007년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에 취업해 2015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현장들을 중심으로 수주활동을 해오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서울 면목동 소재 작은 다세대주택 단지를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진행하게 됐는데, 그 현장이 바로 전국 최초로 조합설립인가된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시에는 시공회사, 설계회사, 정비회사 등 정비사업 관련 종사자들 대부분이 소규모정비사업에 관심이 없던 시절이라 신출내기 정비업자였던 필자에게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찌됐건 지금은 회사가 나아가야할 새로운 길이 됐다는 측면에서 그 기회를 잡은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면목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을 계기로 LH와 다수의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을 수행하게 됐고, 2018년 2월부터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앞으로는 소규모정비사업도 활성화 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현재는 재개발‧재건축 현장과 더불어 소규모정비사업 현장도 매우 적극적으로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의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소규모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특례법인 만큼 사업 활성화와 관련된 많은 내용들이 마련돼 있지만, 정작 이 사업을 초기부터 이끌어 가야 하는 정비회사의 선정 방법 등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개선될 사항이 있어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소규모정비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재건축사업, 자율주택정비사업은 거의 대부분이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의 수가 100인 이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시공자는 조합정관에 시공자 선정 방법 등을 자유롭게 정해 선정할 수 있지만, 정비회사의 경우에는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 불합리한 규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넘어, 더 나아가 소규모사업의 활성화 측면에서도 반드시 개선돼야할 부분이다. 실제로 필자는 현장 수주활동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너무나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물론, 현재의 법 규정이 충분히 타당한 내용일 수도 있다. 집을 직접 지을 시공자가 주민들을 접촉해 개략적인 설계 작성, 주민설명회, 조합설립동의서 연번신청 및 동의서 징구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향후 조합 정관에 자신들의 시공자로서의 지위 확보에 관한 내용을 잘 정리해 놓는다면 무난하게 해당 조합의 시공자로 선정되고 사업도 신속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법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을 짚어보자.

첫 번째, 정비사업에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펼치는, 그리고 나름대로의 정비사업 관련 전문성을 갖춘 대형건설사들은 대부분 조합원 10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이와는 반대로 소규모정비사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소규모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관련 경험 및 전문성 부재 등으로 이 시장에 쉽게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 시공자가 아무리 소규모사업에 많은 관심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업초기에 진행되는 조합설립의 동의 및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일련의 업무(개략적인 설계작성, 주민설명회,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 등에 관한 업무)들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02조에 따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고유의 업무로서 시공자들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진행하기 어려운 업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보면 현재의 법과 현실은 괴리가 너무 커 보인다. 사업초기부터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경쟁입찰을 통해서만 선정해야 하고, 시공자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은 업종 간의 형평성 문제를 넘어 소규모정비사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저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지위도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최소 1년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조합설립업무를 도와오다가 조합이 설립된 이후 일반경쟁입찰에서 선정되지 못하고 빈손으로 현장을 떠나는 사례도 종종 봤었다.

사업규모도 작고 지위 확보도 확실하지 않은 소규모정비 사업장에 경쟁입찰이라는 큰 부담을 안고 양질의 전문성을 먼저 투자할 정비회사가 과연 있을까?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 사업성 개선 및 금융지원 등 많은 제도적 개선 및 보완이 이루어졌다. 우리 옛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도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냥 사문화 되고 말 것이다.

소규모 정비사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준비돼 있는 많은 구슬들을 어떻게 꿰어 보배로 만들 것 인가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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