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시정비협회 하재광 사무국장

한국도시정비협회 하재광 사무국장
한국도시정비협회 하재광 사무국장

해마다 연말이 가까워 오면 전문가들이나 부동산 관련 기관 및 단체에서 다음해의 부동산 시장 전망을 쏟아내곤 한다. 이들이 전문적 식견을 내세우며 내놓은 전망은 곧장 각 매체들이 받아 기사화 되고, 이런 기사들이 블로그 등을 통해 그럴싸하게 포장돼 일반에 퍼지곤 한다.

개인적으로 전문가들이 내놓는 이런 전망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의 전문성을 믿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의 전망이 너무나도 허망하게 틀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물론 전망이 적중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일반인들이 매년 의견이 엇갈리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전망을 무슨 수로 콕 집어서 선택할 수 있겠는가.

당장 2020년 말에 쏟아져 나왔던 2021년 전망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집값 상승을 예측했지만, 하락 내지 보합을 예측한 경우도 상당수였다. 집값하락을 점친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강화로 인한 세금폭탄과 대출이자의 압박, 양도세와 종부세 증가에 대한 부담으로 매물이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집값이 하락한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2021년의 집값은 어땠는가.

2021년 말 현재도 ‘2022년 부동산전망이 넘쳐나고 있다. 일단 대부분은 상승을 예측하지만, 일부 전문가와 정부는 하락을 말한다.

희망고문이 아닐까 싶지만, 하락 주장을 먼저 살펴보자. 모 전문가는 가격상승 원인으로 공급부족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2019~2020년 서울의 경우 지난 10년 평균치보다 많은 아파트가 공급됐기 때문에 공급 부족은 이슈가 안 된다면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지금까지 크게 올랐기 때문에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특히 한국은행이 1125일 기준금리를 1%로 올리면서 변곡점에 돌입했다. 기준금리가 1.5%로 높아지면 한층 더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를 세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많은 부동산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상승만 부채질했던 정부도 집값 안정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일부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 직전 수준까지 왔다.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고,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0주택시장이 안정화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주장하는 등 주요 당국자들이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 하락세 진입 직전이다등의 발언을 내놓았다.

반면 80~90%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상승이라는 전망에 방점을 찍는다. 물가 상승과 맞물려 서민층과 실수요자들의 주택 마련 및 임대 부담이 내년에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건설부동산 연구기관들의 예측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은 1214‘2022년 주택시장 전망보고서를 통해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2.5%, 전세가격은 3.5%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성장률, 기준금리, 주택수급지수 등을 고려한 결과 올해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지더라도 인천, 대구 등 일부 공급 과잉 지역과 단기 급등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내다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2022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5%, 전세가격은 4%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도세 강화로 인해 증여 물량이 증가하면서 거래 물량 및 공급이 감소해 결국 수요 위축에도 가격 상승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가격은 이보다 더 불안해질 전망인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2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와 시장가격에 거래되면 주택 전세 시장은 2021년과 비슷한 수준인 6.5%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정부 규제로 눌려 있던 집주인의 심리를 감안하면 2021년의 상승폭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2020731일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 2년 연장 계약 시 5% 이상 집값을 올리지 못했던 집주인이 연장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대폭 상향된 가격으로 전세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저 부동산시장의 온갖 데이터라는 펙트를 추후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시장환경의 변화를 예상해 내놓은 불확실한 결과물일 뿐이다. 같은 데이터라도 전문가마다 해석하는 것이 다르고, 시장환경의 변화 방향에 대한 예측도 다르다. , 데이터와 시장환경의 변화 방향을 비슷하게 보면서도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한마디로 전망은 그저 예측에 불과하다. 고액의 족집게 과외를 받고 일타강사의 강의를 듣는다고 하더라도 학생 스스로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명문대는커녕 어지간한 대학조차 갈 수 없는 것처럼, 전문가들의 전망을 100% 그대로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슈퍼컴퓨터가 예측하는 기상예보조차 수시로 엇나가는데 전문가들의 자의적인 해석이 반영된 부동산전망을 어찌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재건축재개발 관련된 일을 20년 넘게 해오다 보니 주변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구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마다 꽤나 난감해지곤 한다. 대개의 경우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은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돼 이미 꽤 오른 상태이다. 이런 지역에 섣불리 진입했다가는 자칫 오랜 기간 목돈이 묶이게 된다.

잘 알다시피 재건축재개발은 추진위원회 설립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게다가 추진과정에서 분쟁이나 정책 및 제도변화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경우 이 최소기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자칭 타칭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도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투자는 가급적 하지 않는다.

정치를 흔히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하는데, 부동산시장 역시 그렇다.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변수들이 너무도 많고 다양하기에 더욱 그렇다. 공급과 수요, 거래량, 금리, 경기 변동, 시중 자금의 유동성, 세제, 개발 이슈, 교통이나 편의시설 등의 호재, 정부정책의 변화 등등 온갖 변수들이 부동산 가격 형성에 변수로 작용한다. 이렇게 많은 변수 중 한두 개만 예상과 달라져도 부동산시장은 전망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부동산 전망은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이 강하니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저 참고만 하자. 그리고 내 집 마련이든 투자든 자기의 금융사정과 필요성 등을 꼼꼼히 살핀 후 발품 팔아가면서 직접 정보를 구하는 것이 소시민들이 부동산을 대하는 기본이라는 것만 잊지 말자.

 

출처 : 대한제당 사보 2022년 신년호 / www.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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