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시정비협회 하재광 사무국장

한국도시정비협회 하재광 사무국장
한국도시정비협회 하재광 사무국장

 

표차 247077. 0.73%의 역대급 초박빙 접전 끝에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끝난 제20대 대통령선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0년 주기설의 대선을 넘어 2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었다. 정치의 본질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대화를 사절한 채 40% 정도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맹신하며 오만할 정도로 자신들만의 정책을 고집했다. 그 결과 20년은 고사하고 5년 만에 정권심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정권교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조국 파동으로 대변되는 내로남불도 한 원인이지만, 부동산 정책의 참담한 실패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에 누구도 이견이 없다.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부동산정책을 쏟아냈건만 그 어느 정책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은 급기야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서울 30평형대 아파트 평균 가격은 62000만 원에서 119000만 원으로 93% 급등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79%에 달했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던 임대차3법은 전세난 가중과 임대물량의 급격한 월세화를 불러오면서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가중시켰고, LTV 등 금융규제는 그나마 서민들의 집 살 기회마저 앗아가 버렸다.

실제로 대선 직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정권의 최우선 정책과제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이 가장 높았고, 현 정부의 주요 정책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인 것도 부동산 정책이었다. 이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른 부동산 민심은 0.73%라는 초박빙 접전에서 여당에 등을 돌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제 끓어오른 부동산 민심을 가라앉히고, 집값을 잡는 것은 5월에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몫이 됐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급등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대선 가도를 달리면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모두 주택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만 확대의 주체를 놓고는 윤석열 후보가 민간중심을 내세운 반면 이재명 후보는 공공중심으로 결을 달리했다. 이재명 후보가 공급을 확대한다면서도 시장에 반하는 정책을 고집했던 문재인 정부와 결을 같이 한 반면 윤석열 후보는 시장친화적인 공급을 약속했었다.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부동산 정책 공약을 통해 차기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잠시 가늠해보자.

일단 전체 공급은 총 250만호 규모이다. 이 가운데 서울이 50만호, 수도권이 130~150만호를 차지하고 있다. 공급방법을 보면 공공택지지구가 142만호로 절반이 넘지만, 역으로 재건축재개발 47만호, 소규모 정비사업 10만호, 도심 및 역세권 복합개발 20만호 등 사실상 정비사업이 나머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서울 등 주요도시의 경우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지 않는 한 주택공급의 거의 유일한 수단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서울에서만 1년에 10만호 가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실제로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중에는 용적률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민간부문 분양가 상한제 완화,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을 가로막아왔던 각종 규제에 대한 대폭적인 개선책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공급확대는 역대 어느 정권이나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던 공약이다. 문제는 공급확대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시점에 이루어지냐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도 단순히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제때에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급등했다. 직주근접의 원칙을 무시, 서울의 주 공급수단인 재건축재개발을 꽁꽁 묶어놓은 채 외곽으로 외곽으로 서울의 외연만 넓히는 주택공급이 오히려 서울의 주택가격만 상승시켰고, 이것이 다시 수도권의 집값을 끌어올렸다. 그런 점에서 민간중심의 주택공급,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내세운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현실적인 공급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동안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재건축재개발 지역에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부동산 시장 전체적으로 보자면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오히려 이들 지역의 집값상승을 초래할 위험성도 있다. 결국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도모하면서도 주택시장이 과열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균형을 잡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금융 및 세제 대책이다. 자금이 부족한 서민으로서는 대출이 실행되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이다. 대출을 옥죄어 돈이 없으면 집을 사지 말라던 게 문재인 정부이다. 다행히 윤석열 당선인은 청년 등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80%까지 완화해 실수요자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다른 구입자들도 지역에는 관계없이 70%로 단일화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 한시적 배제, 재산세와 과세 대상이 같아 이중과세라는 반발을 불러왔던 종합부동산세의 재산세와의 통합, 공시가격 2020년 수준으로의 환원 등 각종 세제도 손을 볼 것으로 보인다.

공약만으로 보면 일단 공급확대에 대한 시그널은 충분하고, 금융과 세제에 대한 나름의 보완책도 내세웠던 만큼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참담한 실패는 없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금 당장 인허가를 통해 공급량이 확대되더라도 실제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은 최소 3년은 걸린다. 게다가 각종 제도완화를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2024년 총선 이전까지는 여소야대국면이니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모든 정책이 다 그렇지만, 특히 부동산정책은 정권교체의 주요인이 될 정도로 민감하고, 중장기적인 계획 하에 뚝심 있게 밀고 나가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모쪼록 앞으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서는 서민들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부동산정책만큼은 여야가 주거안정이라는 큰 틀에서 서로 발맞춰 가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대한제당 사보 2022년 봄호 / www.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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