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최양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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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소재

주택법 제11조 제7항 및 동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에 위임받은 동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 등을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총회 의결 전권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에 규정된 총회 의결 전권사항에 관해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경우에 그 효력의 문제는, 위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의 법적 성격이 그 위반행위에 대해 사법상 효력을 부인하는 ‘강행규정’인지, 아니면 그 위반행위에도 사법상 효력이 유지되는 ‘임의규정’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의 법적 성격에 관해 일관되지 아니한 채 서로 상반되는 판결을 내고 있는 바, 이하에서는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에 관한 법원 상반된 판결의 요지 및 최근 필자가 수행한 부산지방법원 판결(이하 대상 판결)을 소개하고, 위와 같이 상반된 법원의 판결에 관해 평석을 하고자 한다.

 

∥ 관련 판결의 요지

-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의 강행법규성에 관한 법원의 상반된 판결의 요지

법원은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의 강행법규성’에 관해 ▲지역주택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은 기본적으로 수분양자로서의 지위뿐만 아니라 주택건설사업의 사업주체인 조합의 구성원으로서 사업의 진행 과정에 참여하고,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지위를 가지는 점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의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ㆍ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근거로,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의 강행법규성을 긍정해 총회 의결 흠결을 이유로 사법상 효력을 부정한 판결을 선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1. 28. 선고 2016가합559303 판결 등 다수 참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의 총회 의결 전권사항을 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규정이 강행법규임을 전제로 주택법령의 규정을 도시정비법령의 규정과 비교해 ▲도시정비법령이 ‘법’에서 총회 의결 사항을 규정하고, 그 위반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주택법령은 ‘시행규칙’에서 총회 의결 사항을 규정하고, 그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은 도시정비법의 공법적 규제 아래 시행되는 ‘공공개발’의 성격을 가지고, 그 조합은 행정주체인 ‘공법인의 지위’를 가지는 반면, 지역주택조합은 ‘사경제 주체’인 민법상 비법인 사단의 지위를 가지는데 그치고, 도시정비법에 의율되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비해 ‘넓은 사적자치가 허용’되는 점 등을 근거로,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의 강행법규성을 부정해 총회 흠결을 이유로는 사법상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수원지방법원 2021. 12. 15. 선고 2020나78582 판결 등 다수 참조).

 

- 대상 판결의 요지

필자가 수행한 대상 판결은, 지역주택조합이 총회 결의 없이 ‘업무대행계약’이자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성격을 가지는 PM 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이 강행규정인 바, 총회 결의를 흠결한 PM 계약이 사법상 무효라고 판단했다.

▲구 주택건설촉진법 및 도시정비법, 주택법의 제ㆍ개정 과정에서의 지역주택조합의 도입 취지 및 연혁에 비춰볼 때, 지역주택조합사업이 재개발ㆍ재건축사업과 달리 그 제도에 공공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공공성에 기인한 지역주택조합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재개발ㆍ재건축조합원의 경우와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과 같은 규정은, 재개발ㆍ재건축조합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을 규정한 구 도시정비법의 제정 및 시행 시점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신설됐고, 당시의 구 도시정비법과 유사하게 규정됐는 바, 입법자는 지역주택조합에서도 총회 결의를 요하는 사항을 위반해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의 효력 또한 도시정비법과 유사할 것이라고 예정하고, 도시정비법 규정을 지역주택조합 제도에 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의 규정을 위반해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경우에는 그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 점

▲주택법 시행령은 제20조 제2항에서 ‘총회의 의결 사항’ 등을 조합규약에 위임하면서도, 동조 제3항에서 ‘반드시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을 시행규칙에 위임해 동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에서 총회 의결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바, 주택법령의 문언과 체계에 비춰 입법자는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에서 정한 총회 의결 사항에 관해는 조합규약에서 정한 총회 의결 사항과 적어도 동등한 수준 이상의 구속력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데, 지역주택조합의 조합규약에서 정한 총회 의결사항에 관해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 대표권 제한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대법원의 확보한 법리인 바, 입법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동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적어도 조합규약에 대표권 제한을 위반한 경우 보다 엄격한 요건 하에 그 효력을 인정하고자 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점

▲지역주택조합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의 경우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가입할 수 있어, 재개발ㆍ재건축조합 보다 그 조합원의 인적구성이 매우 다양하고 그 동질성이 존재하기 어려운 바, 오히려 지역주택조합의 설립을 주도한 일부 조합원 등이 비주류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식으로 조합을 운영할 가능성이 재개발ㆍ재건축조합 보다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지역주택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한 보장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인 점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방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전문가인 시공사 등이 가지는 신뢰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무주택자인 지역주택조합원들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보다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지 여부가 강행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주택법령에 처벌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가벌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가 많은 점 등

 

∥ 평석

금지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해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과 규율대상,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행위에 대한 사회적ㆍ경제적ㆍ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 등 다수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춰보면, 대상 판결은 먼저 ▲지역주택조합 제도의 제ㆍ개정 연혁 및 도입 취지 ▲주택법령 규정 사이의 체계적 해석 ▲주택법령에 의거한 지역주택조합사업과 도시정비법령에 의거한 재개발ㆍ재건축정비사업 사이의 비교적 해석 ▲유사 사안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 ▲양 당사자들의 신뢰 보호 필요성에 관한 비교형량 등을 기초로,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을 도입한 입법자의 의사를 추단해 위 규정의 강행법규성을 판단했는 바, 금지규정의 강행법규성 해석에 관한 대법원의 법리에 부합한다는 점은 물론, 위와 같은 세부적 판단의 기초에서도 주택법령과 지역주택조합사업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판결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반면,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의 강행법규성을 부정한 판결은 단순히 ‘도시정비법령과 주택법령의 규정 형식’ 및 ‘재개발ㆍ재건축사업과 지역주택조합사업의 공익성’을 비교했을 뿐인 바, 이는 ▲지역주택조합 제도 및 위 규정을 도입한 입법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점 ▲위 규정을 포함한 주택법령의 관련 규정에 관한 체계적 해석에 나아가지 아니한 점 ▲도시정비법령과 동등한 수준의 법적 규율의 존재가 금지규정의 강행법규성을 판단할 기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시정비법령의 규정 형식을 위 규정의 강행법규성에 관한 판단에 거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 ▲재개발ㆍ재건축사업과 동등한 수준의 공익성 역시 금지규정의 강행법규성을 판단할 기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역주택조합사업이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이유로 삼았다는 점 ▲지역주택조합의 특성상 재개발ㆍ재건축조합에 비해 그 주류세력이 나머지 조합원을 배제한 채 위법ㆍ부당한 방식으로 조합을 운영할 가능성이 더 크고, 조합원이 보다 열악한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주택조합원들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간과한 점 등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위와 같이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은 강행법규에 해당하는 만큼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 사법상 효력을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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