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가면 더 흥미로운 곳 ‘청와대’

줄곧 국민들에게 닫혀있었던 청와대가 지난 510일 그 문을 활짝 연 가운데 서울관광재단이 청와대의 각 건물들과 그 안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수려한 풍경에 가볍게 방문해도 충분히 좋지만, 알고 가면 더 재밌고 흥미로운 곳이 바로 청와대라는 것이 서울관광재단의 설명.

청와대가 자리한 북악산 남쪽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104년 고려 숙종 때는 북악산 아래 별궁을 짓고 남경으로 삼았고, 고려 남경의 별궁이 있었던 자리가 지금의 청와대 인근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이후 조선이 건국된 뒤 청와대 자리에 경복궁 후원이 조성됐으며,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폐허가 되면서 방치됐다가 조선 말 고종 때에 이르러 흥선대원군에 의해 재건되면서 경무대라는 이름의 후원을 만들었다.

일제강점기 때는 그 자리에 조선 총독의 관사를 지었는데, 총독관사는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역대 대통령들의 집무실 및 관저로 이용되다가 1991년 지금의 본관 건물을 새로 지어 집무실을 옮기게 됐다.

청와대는 1104년 고려부터 시작해 조선, 일제강점기, 얼마 전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권력자의 땅이었던 셈이다.

청와대의 얼굴, 본관

청와대 본관은 조선총독부의 관사를 대통령의 집무실로 사용한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1991년에 만들었다. 한옥에서 가장 격조 높고 아름답다는 팔작지붕을 올리고 15만여개의 청기와를 얹었으며, 본관 앞으로는 대정원이라고 이름 붙은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청기와는 고려 시대부터 사용돼 조선 전기까지 궁궐 지붕에 쓰였던 기록이 남아있다. 청기와를 만들기 위해선 전략자산이자 화약의 핵심 원료 염초(질산칼륨)가 다량으로 필요했는데, 자연적인 초석 광산이 없던 한반도에서 염초는 그 생산이 매우 어려웠으며 군사용으로도 늘 재고가 부족했다. 그만큼 청기와는 중요한 건물에만 사용됐다. 현재 남아있는 궁궐의 청기와는 창덕궁에 있는 선정전이 유일하다.

본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햇빛에 반짝이는 청기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본관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현관 통로 지붕과 본관 건물의 지붕이 계단처럼 연결된 듯 보여 거대한 파도의 푸른 물결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청와대 본관의 지붕에는 잡상(雜像, 지붕 위 네 귀에 여러 가지 신상을 새겨 얹는 장식 기와) 11개가 있다. 경복궁의 근정전에 잡상이 9개 있는 것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근정전보다 격이 더 높은 셈이다. 전체적인 건물 구조는 궁궐의 목조 건축양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한국적인 미가 담겨 있으면서도 팔작지붕이 중후한 느낌을 더한다.

 

청와대의 아늑한 숲, 소정원

본관에서 소정원을 통해 관저로 향할 수 있다. 대정원이 넓은 잔디밭이었다면 소정원부터는 아늑한 숲이다. 정원 사이로 난 숲길이 아기자기하다. 숲의 나무들도 꽤 울창해 햇빛이 파고들 틈이 없을 만큼 그윽한 그늘을 만든다.

숲은 사방으로 연결돼 청와대 부속 건물 곳곳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자연을 통해 막힘없이 공간이 연결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 방식인 차경(借景, 자연을 빌려 정원으로 삼다)을 떠올리게 한다.

 

경무대의 흔적, 수궁터

관저로 넘어가는 길에는 수궁(守宮)터가 있다. 경복궁을 지키던 병사들이 머물던 곳으로 이 일대를 경무대라고 불렀는데, 조선총독부가 전각을 허물고 총독관사를 지었다. 광복 이후에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다가 지금의 청와대 본관을 지으면서 총독관사는 철거했고, 현재는 총독관사 현관 지붕 위에 장식으로 놓여있던 절병통만 옛 자리에 놓아 과거를 기억하고자 했다.

수궁터에는 수령 700년이 넘는 주목이 오랜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절병통은 주목 뒤쪽으로 이어진 잔디밭 위에 놓여있는 만큼 주목을 먼저 찾는다면 절병통도 발견하기 쉽다.

 

대통령의 사적 공간, 관저

수궁터를 지나 오르막길을 약간만 오르면 관저에 도착한다. 관저는 본관과 마찬가지로 팔작지붕에 청기와를 얹은 전통 한옥 구조로 이뤄져 있다. 생활공간인 본채와 접견 행사 공간인 별채가 자 형태로 자리 잡고 있고, 그 앞으로 마당이 있다. 마당 한쪽에는 사랑채인 청안당이 있으며, 관저 바로 앞에는 의무실이 있다.

청안당은 사랑채로 청와대에서 편안한 곳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문화유산, 오운정과 미남불

오운정

관저 뒤로 이어진 숲길로 난 데크를 통해 언덕으로 올라가면 청와대 내의 역사문화유산인 오운정과 미남불(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을 볼 수 있다.

오운정은 조선 고종 시대에 경복궁 후원에 지어졌던 오운각의 이름을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오운(五雲)다섯 개의 색으로 이뤄진 구름이 드리운 풍경이 마치 신선이 사는 세상과 같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현판은 어린 시절부터 붓글씨에 능통했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글자다.

미남불

오운정을 지나 보물로 지정된 미남불로 가는 길에는 시야가 트여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포인트가 있어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미남불은 석굴암 본존상을 계승해 9세기에 조각된 것으로 자비로운 미소를 띤 부처님의 얼굴과 당당한 풍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통일신라 전성기의 불교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 유물로 생김새가 멋스러워 미남불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본래 경주에 있던 것이 일제에 의해 서울 남산의 총독관사에 놓였다가 청와대 자리로 총독관사를 옮기면서 함께 이곳으로 왔다.

 

외국 귀빈을 위한 한옥, 상춘재

상춘재는 외국 귀빈들을 맞이하는 의전 행사나 비공식 회의 장소로 사용된 한옥이다. 과거에는 조선총독부가 지은 일본식 목조건물인 상춘실이 있었던 장소였으나, 청와대 내에 한옥의 아름다움을 외국 손님에게 소개할 장소가 없었기에 1983200년 이상 된 춘양목을 사용해 대청마루와 온돌방으로 구성된 우리 전통 가옥을 지었다.

상춘재 앞은 녹지원으로 연결되며, 상춘재 위로는 1900년대 초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침류각이 있다. 침류각은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등록돼 있으며 1989년 관저를 신축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왔다.

 

녹지원과 춘추관

녹지원은 청와대 내 최고의 녹지 공간이다. 넓은 공간으로 구성 돼 대통령과 국민이 만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던 공간이다. 120여종의 나무가 있으며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들이 곳곳에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녹지원에는 한국산 반송(盤松)이 있는데 수령이 170년을 넘었다.

한편, 춘추관은 대통령의 기자 회견 장소이자 출입 기자들이 상주하던 곳이다. 고려와 조선의 역사 기록 기관이던 춘추관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언론의 자유 정신을 상징하고 있다.

춘추관 앞 잔디밭(헬기장)에는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북악산과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가 병풍처럼 펼쳐져 풍경도 제법 좋다.

 

 

영빈관과 칠궁

청와대 본관 쪽으로 돌아가 왼쪽으로 가면 영빈관이 있다. 대규모 회의와 국빈들을 위한 공식 행사를 열었던 건물이다. , 우리나라를 알리는 각종 민속공연과 만찬이 열리는 행사장으로 쓰이거나 회의와 연회를 위한 장소로도 사용됐다. 18개의 돌기둥이 건물 전체를 떠받들고 있는 형태이며 특히, 앞의 돌기둥 4개는 화강암을 통째로 이음새 없이 만들어 2층까지 뻗어 있다. 정면에서 보는 영빈관은 웅장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한편, 영빈관 앞쪽의 영빈문을 통해 나가면 청와대 담장 옆에 붙어 있는 칠궁으로 갈 수 있다. 칠궁은 조선의 왕을 낳은 어머니이지만 왕비가 되지 못한 후궁의 신위를 모신 장소다. 조선의 왕과 왕비는 종묘에 신주를 모시고 왕을 낳은 후궁 신주는 따로 모시는 공간을 만들어 왕이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며 효를 다한 것이다.

1908년에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던 후궁의 사당들을 이곳으로 합치면서 모두 7개가 모였다고 해 칠궁이라 이름 붙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장희빈의 신주와 뒤주에 갇혀 죽었던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 이씨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궁궐의 다른 전각들처럼 규모가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검소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차분해지는 장소이다.

 

청와대 전망대

1.21사태(청와대 기습 미수 사건) 후 폐쇄됐던 북악산이 전면 개방되고 북악산을 오르는 등산로 2개 코스도 공개됐다. 하나는 칠궁에서 출발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춘추관 뒤쪽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두 코스는 중간 거점 장소인 백악정에서 만나 하나로 연결된다.

칠궁 방향 코스는 전체적인 길이는 조금 더 짧지만 가파른 계단 구간이고, 춘추관 방향은 오르막길이지만 계단이 없이 경사가 급하지 않아 비교적 순탄한 편이다. 어느 길로 가든지 백악정까지는 약 20분 남짓이면 다다르고, 백악정에서 다시 청와대 전망대까지 약 10분이 소요된다.

백악정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후 뒤쪽으로 연결된 데크를 따라 올라가는 코스를 지나면 어느 순간 광화문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직선 구간이 나온다. 청와대 아래로 자리한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의 탁 트인 풍경이 반긴다.

 

Tip. 청와대 찾아가기 - 도보 : 청와대 사랑채를 검색하고 찾아가면 청와대 영빈관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청와대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조금 더 가면 본관으로 바로 이어지는 입구로 입장이 가능하다.- 대중교통 :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도보 이동(15) 하거나 1호선 시청역 또는 5호선 광화문역에서 1711/7016번 버스를 타고 효자동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 이동(5)- 예약방법 : 청와대, 국민 품으로홈페이지를 통해 네이버, 카카오톡, 토스에서 신청. 개인은 최대 4명까지, 단체는 30명에서 50명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7시부터 19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예약 신청이 가능하며, 현재 611일까지 공개가 예정돼 있고 이후 재정비를 거쳐 다시 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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