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시정비협회 하재광 사무국장

한국도시정비협회 하재광 사무국장
한국도시정비협회 하재광 사무국장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부터 부동산 공급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공약했던 윤석열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개편을 발표함으로써 규제완화의 첫걸음을 뗐다.

정부는 621일 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개최,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 등에 대해 논의하고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및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그동안 신축 주택의 저렴한 공급 등에 기여해 왔지만, 정비사업 필수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등 경직적 운영에 대한 현장의 개선 요구도 많았다. 여기에 최근 공급망 차질, 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현장애로가 가중되는 가운데 규제완화 기대 등으로 분양 일정 등이 지연되고 있어 조속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민간 전문가, 주택건설업계, 감정평가 협회, 정비사업 조합 및 HUG부동산원 등 유관기관과 분양가 제도 개선을 위한 다각적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관계 부처와 함께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 및 국민부담 등 여러 측면을 심층 검토해 이번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심사제도 개선안이 중심이 된 이 발표가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규제 완화정책이다.

이번 개선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시 소요되는 필수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도록 한 부분이다. 정비사업은 그 진행과정에서 총회 개최, 기존 거주자 이주명도 등 사업부지 확보 과정에서 부가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그동안은 분양가 산정시 택지사업과 동일한 방식이 적용돼 사업에 필요한 필수 비용이 반영되지 못했었다.

정부는 앞으로 정비사업장 분양가 산정시 세입자 주거이전비, 영업손실보상비, 명도 소송비 및 기존 거주자 이주를 위한 금융비(이자), 총회개최 등 필수소요 경비 등도 적정 수준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주거이전비와 영업손실 보상비는 토지보상법상 법정 금액을, 명도소송비는 소송 집행에 소요한 실제 비용을 추가 반영하며, 조합원 이주비용 조달을 위한 이주비 대출이자는 대출 계약상 비용을 반영하고, 총회 등 필수소요 경비도 반영한다는 것이다.

다만, 분양가의 급격한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이주 대출이자는 반영 상한을 두고, 조합 총회 개최비, 대의원회의 개최비, 주민대표회의 개최비 등 필수소요 경비는 총 사업비의 0.3%를 정액으로 반영하겠다고 한다.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당장 총회를 개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업장 규모가 큰 경우 총회 개최비용만도 회당 억 단위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미흡하기는 하지만 이런 비용이 분양가 산정 요소에 포함된다고 하니 정비사업 부문에서는 일단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분양가 산정시 반영하겠다는 필수 소요경비의 폭이 너무 좁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다.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의 필수소요 경비가 어찌 위의 몇 가지에 그치겠는가.

당장 분양가 상한제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필수소요비용도 수두룩하다.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의 용역비가 그렇고 건축설계비가 그렇다. 이주비 금융비용에 따른 이자는 반영한다지만, 이주과정에서의 이주관리용역비나 범죄예방비, 각종 영향평가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감정평가비용, 강제로 부여하고 있는 공공용지 기부채납에 소요되는 비용 등은 반영 대상에서 빠졌다. , 명도소송은 반영되는데 매도청구나 수용재결은 물론 각종 소송비용은 필수요소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정비사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필수 소요경비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로 꼽히는 게 관리처분계획이다. 전체 사업비도 그렇고, 조합원 분담금도 관리처분계획을 통해 확정된다. 이 관리처분계획에서 전체 사업비의 세부내역이 보고되고,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결의를 받은 후 한국부동산원의 검증까지 거쳐야 비로소 인허가권자인 구청장의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이번 개선안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려면 관리처분계획에서 승인된 비용항목을 모두 반영했어야 했다. 공공기관의 검증을 거쳐 인허가권자의 승인까지 받은 필수 소요경비이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와 기관의 자문을 거쳤다면서 왜 몇 가지 요소만 필수 소요경비라 판단했는지 그 근거가 궁금하다.

물론 이번이 첫 번째 대책이고, 수십 번의 삽질만 거듭했던 문재인 정권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대책이라는 게 반갑기는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큰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정부는 시뮬레이션 결과 이번 개선안으로 인해 1.5%~4% 정도 분양가가 상승할 것이라 예측했는데, 많아야 4%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규제완화라는 시그널을 줄 수는 있어도 당장 개선안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양가 심사절차가 이전보다 합리적으로 바뀌고 투명성이 제고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한국부동산원이 단독으로 택지비 감정평가 결과를 심사하던 것에서 앞으로는 한국부동산원과 전문가, 감정평가사 등이 참여하는 택지비검증위원회를 신설해 심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단독으로 수행했던 택지비 감정평가 결과에 대해 그동안 업계에서는 사실상 택지비 감정가격을 삭감하는 수단으로만 사용된다고 의심했었다. ‘택지비검증위원회신설은 택지비의 적정성 평가에 대한 신뢰를 높여줌으로써 이런 의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HUG 고분양가 심사과정에 사업장 선정 기준을 바꿔 심사가격 상한을 개선한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현재 비교대상 인근 사업장을 500m 이내 준공 20년 내 사업안정성·단지특성 유사성 기준에 따라 선정하고 있는데, 이 세 가지 요건 중 준공시점을 10년 이내로 변경해 심사가격이 높아질 수 있는 여지를 줬다. 또 비교사업장 선정 시 세부 평가기준 및 배점을 모두 공개하도록 해 투명성을 높였다.

윤석열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완화는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기준 등 ‘3대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도심에 주택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3대 규제중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기준 완화는 자칫 집값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을 먼저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선안에 대해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 순차적으로 발표될 대책들을 기대해본다. 적어도 아마추어만도 못한 대책만 남발하다가 주택가격 급상승, 세입자 주거불안을 야기했던 문재인 정권 때보다는 현실적이고 좋은 대책이 나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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